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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뷰] '살인자의 기억법' 영리한 원작 사용법, 그리고 설경구
2017. 09.06(수) 09:09
살인자의 기억법 설경구
살인자의 기억법 설경구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원작의 강점은 살리고, 스토리와 캐릭터 변주를 통해 영화적 장르 특성을 극대화했다. 원작 팬과 일반 관객 모두 만족시킬 만큼 매혹적인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이다.

'살인자의 기억법'(감독 원신연·제작 쇼박스)은 김영하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알츠하이머에 걸린 은퇴한 연쇄살인범이 새로운 살인범의 등장으로 잊혀졌던 살인습관이 되살아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범죄 스릴러다.

과거 연쇄살인범이었지만 지금은 혈관성 알츠하이머에 걸린 노인에 불과한 김병수(설경구)는 우연히 접촉사고로 만나게 된 민태주(김남길)에게서 자신과 같은 눈빛을 발견하고 그 역시 살인자임을 직감한다. 이가운데 민태주는 김병수의 딸 김은희(설현)를 매개체 삼아 그의 곁을 끊임없이 맴돈다. 김병수는 딸을 지키기 위해서 민태주를 경계하며 그의 살인 행각을 입증하려 필사의 노력을 펼치지만 급격하게 진행되는 알츠하이머로 인해 부침을 겪는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점차 과거 살인 습관들이 되살아나면서 김병수는 실제와 망상 사이에서 혼란을 겪게 된다. 이젠 자신의 기억조차 함부로 믿기 힘든 상황. 김병수는 김은희를 지키고 민태주를 잡기 위해 최후의 살인을 계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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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을 기반으로 한 영화들의 숙제는 원작을 어느 정도까지 각색하느냐다. 대체적으로 스토리나 캐릭터를 지나치게 각색해 원작 고유의 색을 퇴색시키거나 혹은 원작에 너무 의존한 나머지 영화적 재미를 다 놓치는 실패를 범하고 만다. 이는 원작 팬과 일반 관객들의 만족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비롯된 것일 터.

하지만 '살인자의 기억법'은 영리한 원작 사용법으로 이에 대한 오류를 최소화했다. 먼저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소설의 문장을 김병수의 내레이션으로 대체했다. 이 내레이션은 기억의 착란을 겪으며 현실과 망상 사이에서 혼돈하는 김병수의 세밀한 심리 묘사를 대변하면서 몰입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원작의 서늘하고 피폐한 분위기와 색채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 역시 인상적이다. 점차 기억을 잃어가며 혼란을 겪는 김병수의 심리를 바람에 어지러이 일렁이는 대나무 숲으로, 감정 표현이 서툴고 사람들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인물의 내면 상태는 삭막하고 스산한 동네 전경과 어둡고 음습한 집으로 표현했다. 특히 김병수가 알츠하이머에 걸리는 계기인 차량 전복신은 새하얀 설원과 검은 SUV 차량, 상처를 입은 김병수의 머리에서 흘러내리는 새빨간 피 등의 강렬한 색채 대비와 함께 슬로모션으로 재생한 360도 회전 구도, 가수 조용필의 '봄비' 등이 조화를 이루며 섬뜩하면서도 기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처럼 영화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연쇄 살인범'이라는 원작의 큰 뼈대와 분위기 및 색채는 그대로 살렸다. 여기에 캐릭터 설정과 스토리 변주를 통해 영화라는 매체에 맞는 장르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원작에선 완벽한 살인에 대한 욕구로 가득한 소시오패스 김병수지만, 영화에서는 그 인물의 당위성을 주기 위해 사연을 덧입혔다. 이를테면 김병수는 과거의 끔찍한 가정사로 인해 첫 살인을 저지른다. 그 이후로 그는 아내와 자식에게 폭력을 일삼는 횟집 주인, 부모 없는 아이들을 이용하는 악랄한 노숙자 등 소위 상식 이하의 인간 말종들을 살해한다. 김병수는 자신의 살인 명분을 '쓰레기 청소'라고 명명하고, 그런 김병수의 행위는 관객들에 나름의 이해를 구한다.

또한 원작에선 모호하고 역할이 불분명했던 박주태란 인물은 다양한 설정을 추가해 민태주라는 입체적인 인물로 재창조했다. 평범한 경찰의 외양을 하고 있지만 카메라는 그의 미묘한 표정을 부각하면서 긴장감을 야기한다. 선과 악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인물로 묘사된 민태주는, 김병수의 살인 습관을 깨우면서도 그를 혼란스럽게 하고 관객들 또한 끊임없이 의심과 혼돈 속에 빠지게 한다.

원작에서는 다소 허무하게 그려진 결말 부분을 과감하게 쳐낸 것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극은 김병수와 민태주의 대립구도를 부각하며 종내 원작과는 다른 충격적인 반전을 자아낸다. 이를 통해 극의 서스펜스는 더욱 강화되고 스릴러의 묘미는 최대치로 고조된다.

배우들의 열연 역시 완성도를 높이는 데 한 몫한다. 극한의 체중 감량을 통해 특수분장 없이 본인보다 10살 많은 김병수의 외형을 완성한 설경구는 기억 속으로 침전해 혼돈을 겪는 인물을 살벌한 눈가 경련과 멍한 눈빛으로 표현하는 등 범접할 수 없는 연기 내공을 발휘한다. 더불어 민태주 역의 김남길은 찰나의 순간 미묘하게 변하는 인물의 표정을 노련하게 연기하며 극적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김병수의 하나뿐인 딸이자 지켜야 할 존재 김은희 역의 설현은 아버지에 대한 지극한 효심과 불안한 의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의 심리를 매끄럽게 표현했다. 9월 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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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포스터,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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