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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는 오늘도', 문소리는 왜 '외로운 사람'을 자처했을까 [인터뷰]
2017. 09.07(목) 18:46
여배우는 오늘도, 문소리
여배우는 오늘도, 문소리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그야말로 뜻밖의 데뷔다. 연기파로 소문난 배우 문소리가 감독으로 변신, 입봉작 '여배우는 오늘도'를 들고 충무로에 나타났다. 인터뷰 도중 "배우가 동네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이라면, 감독은 우주에서 외로운 사람이더라"며 농담을 던진 문소리, 그는 왜 '외로운 사람'을 자처했을까.

'여배우는 오늘도'(제작 영화사 연두)는 연기는 완전 '쩔지만' 매력은 '쫄리는' 데뷔 18년 차 배우 문소리의 스크린 밖 일상을 경쾌하고 유머러스하게 담은 작품이다. 문소리가 대학원 시절 연출을 배우며 만든 '여배우' '여배우는 오늘도' '최고의 감독' 세 단편을 한 데 묶은 영화다. 그간 여러 영화제를 통해 각각의 단편을 선보이던 중 올해 영화진흥위원회의 '2017년 저예산영화 개봉지원작'에 선정돼 정식으로 개봉을 하게 됐다.

영화가 좋아서, 영화에 대한 공부를 더 하고 싶은 마음에 대학원에 진학해 영화 연출을 배우고, 2년 간 학위를 이수하는 과정에서 학기마다 단편 영화를 만들었다는 문소리. '여배우'라는 자전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시작된 작업은 우연치 않게도 일정한 흐름을 타고 이어지기 시작했고, 결국 한데 묶여 개봉까지 하게 됐다. 개봉을 일주일 가량 앞두고, 그는 "일이 지나치게 커져 부담감은 들지만, 신인 배우 또는 입봉을 앞둔 스태프들에게 소중한 경력 한 줄을 제공할 수 있을 것 같아 영화가 더욱 의미를 지니게 됐다. 이제는 즐기려고 한다"며 개봉을 앞둔 소회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하지만 성취감이나 재미와는 별개로, 문소리는 감독 겸 배우로서 연출에 도전하는 동안 극심한 '외로움'을 느꼈다고 했다. 팀을 이루지 않은 채 홀로 일하는 직업인 배우도 외로운 직업이지만, 감독 역할을 함께 맡으니 그 외로움이 배가 됐다는 것. 그는 "감독은 자신만의 새로운 우주를 창조해 내야 하는 사람이고, 지독하게 외롭고 혼자서 모든 걸 해야 하더라. 현장에 있다 보니 소소하게 고민을 털어놓고 진행방향을 함께 논의하던 감독님들의 존재가 절실하게 그리웠다"며 새로운 도전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여배우'라는 단어가 들어간 제목이 시사하듯, 영화는 '여배우' 문소리가 세상과 부딪히며 살아가는 매 순간을 그린다. 여배우라는 이유로 술자리의 분위기를 띄워야 하고, 여배우라는 이유로 배역을 얻기 위해 관계자에게 아양을 떨어야 하고, 여배우이기에 늘 외모에 신경 쓰고 주위의 평가에 날을 세우고 살아야 하는 순간들 등. 주변 인물과 상황은 모두 픽션이라고는 하지만, 영화 속 여배우 문소리의 삶은 실제 여배우들이 겪은 일들의 단편들을 모아놓은 듯하다. 무엇보다도 민낯을 드러낸 채 생활감 넘치는 연기를 펼치는 문소리의 모습은 이 영화의 존재 의의이기도 하다.

"요즘 기네스 펠트로, 아만다 사이프리드 등 SNS에 민낯 '셀카'를 올리는 배우들이 많잖아요. 민낯이 더 이상 치부가 아닌 것 같더라고요. 저는 사진 대신 민낯으로 연기한 70분짜리 영상을 업로드하는 느낌이에요.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가공된 이미지와 판타지를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배우가 항상 아름답고 신비로운 존재여야 하는 건 아니거든요. 영화를 잘 전달하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민낯이 될 수 있어요. 개인 문소리가 어떻게 비치는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죠. 관객들께 잘 전달이 됐다면 배우 문소리로서 기쁠 거예요."

문소리는 "많은 창작자들이 자신에게서 이야기의 출발을 하지 않느냐. 나도 그렇게 시작했다. 특히 나는 이미 알려진 여배우니까, 충분히 사람들의 흥미를 끌 수 있으리라는 현실적인 판단도 더해진 선택이었다"며 '여배우'라는 주제를 택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어쩌면 알려진 배우라는 직업이 평범한 개개인의 삶보다는 들여다보기 어려운 점도 있고, 허구를 더하기 어려운 요소들도 있었다. 하지만 분명 재밌는 도전이 되리라 생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제목을 지을 때는 '여배우'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고. 여배우라는 단어가 자아내는 고정관념과 이미지들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는 것이다. 그는 "나 자신을 소개할 때 '배우 하고 있는 문소리입니다'라고 말하지, 예쁜 척을 하며 '여배우 문소리입니다'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분명 '여배우'로 불리는 삶이 존재한다"며 "내 영화 속에는 지금 한국 사회에서, 지금 이 시대에 여성으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인이고 예술인이지만 동시에 여성이기에 생기는 고민들을 함께 담은 영화이기에 결국은 이 모든 이야기들을 관통할 수 있는 '여배우'라는 단어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문소리는 "그렇다고 해서 여배우라고 불러 달라거나, 여배우로 취급해달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영화를 보신다면 아시겠지만 그런 삶의 고단함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뿐이다. 또한 '여배우'라는 호칭이 긍정적인 표현이 아니라는 것 또한 영화를 보시면 아실 것 같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매 작품에서 여성 캐릭터를 구현하고, 또한 함께 작업하는 동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인터뷰를 하는 일들이 한국에서의 여성에 대한 시각이나 편견, 차별 같은 풍토를 바꿔가려는 노력이었다. 그런 노력이 내 삶 전체에 이어져 있다고 생각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여성을 향한 차별적인 시선에 대한 담론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이며, 그간 한국 사회의 근간을 이루던 시스템이 만들어 낸 문제이기에 누군가에게 온전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했다. 때문에 영화 속에 '여배우'를 향해 외모를 평가하는 취객이나 폭언을 하는 동료 등 불쾌한 행동을 하는 남성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젠더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던 남성들이기에" 그들을 무조건 나쁜 사람으로 그릴 수는 없었다는 문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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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여배우는 오늘도'에는 '여배우'로서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고 살아야 하고, 동시에 엄마와 아내, 딸로서의 역할을 빠짐없이 수행해 내야 하는 한 여성의 고통이 담겨있다. 나아가 여성주의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대한민국 사회에 대한 고찰이 녹아있고, 이 모든 것을 잘 짜인 대사를 바탕으로 유쾌하게 감싸 안는 연출 솜씨도 돋보인다. 이에 영화는 시사회를 통해 사전 공개된 후 연이은 호평을 받고 있다. 연출 문소리, 극본가 문소리를 계속해 만나볼 수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는 것도 어찌 보면 자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문소리는 "당분간 연출은 없다"며 손을 내저었다. 연극 배우, 영화 배우, 교수의 일을 소화함과 동시에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 영화감독으로서 여전히 바쁜 남편의 내조까지 해야하기에 다른 곳에 눈을 돌릴 틈이 없다는 것. 그보다는 "내 일의 1순위가 연출이 아님을 안다. 좋은 작품, 좋은 감독님을 만나 연기를 하는 것, 배우로서의 일이 죽을 때까지 1순위일 것이다. 내 일이 아니니 욕심을 내고 싶지 않다"며 배우로서의 다짐을 하는 문소리다.

하지만 그의 연출 도전이 새로운 가능성으로 이어진 것은 자명해 보인다. 문소리는 오는 10월 첫 방송될 JTBC 새 예능프로그램 '전체관람가'의 진행을 맡았다. '전체관람가'는 출연진이 단편영화 연출에 도전하는 포맷의 프로그램이다. 그는 이번 영화를 만든 인연으로 영화감독 변영주의 적극적인 추천을 받아 프로그램 섭외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었다. 결국 직접 연출을 맡는 출연자는 아니지만 프로그램 전체를 아우르는 진행자로 나서게 된 지금, '여배우는 오늘도'는 분명 문소리의 앞날에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인생이라는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더라고요. 계획대로 되지도 않고, 갑자기 신나는 무언가를 만나서 푹 빠져들기도 하죠. 지금은 그저 연기를 열심히 하는 배우로 살고 싶지만, 또 연출에 도전할 수 있는 상황이 온다면 자연스럽게 팔을 걷어붙일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게 감독으로서 뭔가를 이루겠다는 목표가 되지는 않을 거예요. 전 한국 영화계 안에서 그냥 영화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조금만 더 욕심을 부린다면 좋은 배우로만 남았으면 바랄 게 없겠죠. 그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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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영화사 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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