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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캔 스피크' 이제훈은 여전히 꿈을 꾼다 [인터뷰]
2017. 09.09(토) 09:09
아이 캔 스피크 이제훈
아이 캔 스피크 이제훈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배우 이제훈은 작품을 해나갈수록 일종의 책임감이 생긴다고 했다. 그는 연기와 작품으로 관객을 만족시키는 것은 물론, 사람들에게 자신이 배우로서 좋은 영향을 미쳐야 하지 않나 고민하고 있었다. 그 고민은 그가 자선단체와 함께 구호활동을 하거나 글로벌 기부 프로젝트에 참여해 가난에 맞서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올곧고 선한 성품의 그는 작품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법을 알아가는 중이었다.

9월 21일 개봉될 영화 '아이 캔 스피크'(감독 김현석·제작 영화사 시선)는 민원 건수만 무려 8000건, 구청의 블랙리스트 1호 도깨비 할머니 옥분(나문희)과 오직 원칙과 절차가 답이라고 믿는 9급 공무원 민재(이제훈),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상극의 두 사람이 영어를 통해 운명적으로 엮이게 되면서 진심이 밝혀지는 휴먼 코미디 영화다. 지난 2007년 미국 하원 의회 공개 청문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김군자 할머니가 일본의 만행을 증언했던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

이제훈이 이번 작품을 선택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전작인 영화 '박열'(감독 이준익)이었다. '박열'에서 일제시대 조선인 학살을 은폐하려던 일본에 맞선 조선 최고 불량 청년 박열을 연기한 이제훈은 배우로서 희로애락을 표현하며 관객에게 웃음과 행복을 전하는 것이 우선이기는 하지만 작품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역시 중요하게 생각했단다.



예민한 소재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과 고통을 어루만지고 사과하지 않는 일본을 향한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기에 이제훈은 망설임 없이 출연을 결심했다고 했다.

작품에 임하는 마음가짐도 남달랐을 터. 이제훈은 "어떤 부분에 있어서 못 만든 영화가 되면 할머니들께도 너무 죄송한 일이지 않나. 비단 저뿐만 아니라 이 작품에 참여한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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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재를 연기하기 위해 이제훈은 외형부터 내면까지 세심하게 분석하고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옥분의 시선에서 바라봤을 때 민재는 다른 공무원들과는 달리 철두철미하고 빈틈이 없으며 아무도 막을 수 없었던 자신의 민원을 원칙을 내세워 반려하는 등 만만치 않은 상대다. 그런 깐깐한 인상을 주기 위해 한치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오대오 가르마와 깔끔한 정장 차림, 안경 등으로 캐릭터의 외양을 만들었다.

여기에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캐릭터 설정으로 인해 각별히 영어 연기에 만전을 기했다는 이제훈이다. "민재가 옥분에게도 가르쳐 줄 정도로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다보니 그 부분에 대한 신뢰가 영화에 있어야 했다"던 그는 영어 대사의 뉘앙스나 악센트 등 작은 디테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오케이라는 감독의 컷 사인에도 "정말 괜찮았냐. 이상하지 않았냐"고 끊임없이 확인하며 영어 연기에 신경 썼다고.

원칙과 절차를 내세우며 사사건건 옥분과 앙숙처럼 부딪치다가도 영어 과외를 계기로 옥분과 교감하게 된 민재는 옥분의 과거사를 알게 된 뒤 부채의식을 가지게 되고, 이후 그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며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이제훈은 민재가 겪는 일련의 감정의 변화가 극에서 자연스럽게 흘러가길 바랐다고. 그는 민재가 옥분에게 사과하는 장면을 언급하며 "옥분에 대한 민재의 개인적인 감정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로서 위안부 할머니들께 느끼는 죄송한 감정이 대변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이제훈은 옥분 역의 배우 나문희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이제훈은 "이상하게 나문희 선생님하고 연기하는 장면들은 영어를 가르쳐주는 것 외에는 제가 특별히 준비하고 할 필요가 없었다. 선생님의 연기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느낀 감정에 따라 연기했다"고 전했다.

특히 옥분이 민재에게 처음으로 과거 사진을 보여주며 위안부였음을 고백하는 장면을 촬영했을 때에는 온몸에 형용할 수 없는 전율을 느끼기도 했다. "연기를 하는 순간에 가슴이 뜨거워지고 달아오르는 감정들이 선생님을 통해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다"는 이제훈은 나문희의 연기를 마주한 순간의 감정들을 그대로 극에 녹여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문희 선생님이 이 영화의 일등공신이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너무 잘 해주셨다.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선생님과 함께한 시간 모두 행복했다"며 나문희에게 존경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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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개봉을 앞둔 시점, 이제훈은 "이 작품이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상업 영화지만 역사에 대한 아픔을 잊지 말자고 상기시키면서, 남겨진 분들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자신 또한 이번 영화를 계기로 위안부 문제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고 인색하지 않았나 스스로에 대한 반성을 하게 됐다고. 그런 그의 팔목에는 위안부 후원 팔찌가 채워져 있었다. 이는 '아이 캔 스피크'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의지가 되기를 바란다는 그의 진심이 여실히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아이 캔 스피크'로 또 하나의 작품을 필모그래피에 추가한 이제훈은 올해로 어느덧 연기 경력 10년이 됐다. 한국예술 종합학교 연극원 재학 시절 참여했던 단편 영화를 시작으로 첫 장편영화 주연작인 '파수꾼'으로 얼굴을 알린 이제훈은 군 복무 기간을 제외하고는 쉴 틈 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 왔다. 무엇이 이제훈을 이토록 열정적으로 살게끔 했던 걸까. 답은 영화에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영화 보며 느낀 행복과 연기로 누군가에게 동경 대상이 되는 배우를 선망하게 됐다던 이제훈이다. 배우가 된 지금도 계속해서 작품 속 캐릭터로서 대중 앞에 서기를 꿈꾼다던 그는 그것이 자신의 원동력이며, 시간이 흘러도 초심을 잃지 않는 배우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작품 안에서 살아 숨 쉬는 배우로 살기를 바란다는 이제훈은 여전히 꿈을 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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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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