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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뷰] '아이 캔 스피크' 영리한 접근법, 감정의 극대화
2017. 09.21(목) 17:14
아이 캔 스피크
아이 캔 스피크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휴먼 코미디라는 포장 안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어떠한 자극적인 장면 없이도 그 시대의 상처를 현시대에 남겨진 이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한 '아이 캔 스피크'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감독 김현석·제작 리틀빅픽쳐스)는 구청 블랙리스트 1호 도깨비 할머니 옥분(나문희)과 오직 원칙과 절차가 답이라고 믿는 9급 공무원 민재(이제훈),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상극의 두 사람이 영어를 통해 운명적으로 엮이게 되면서 진심이 밝혀지는 휴먼 코미디 영화다. 지난 2007년 미국 하원 의회 공개 청문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김군자 할머니가 일본의 만행을 증언했던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

재개발 위기에 처한 봉원 시장에서 수선 일을 하고 있는 옥분은 막무가내 민원 접수로 구청 직원들을 골머리 앓게 하는 블랙리스트 1호다. 옥분의 민원은 가로등 보수부터 시장 옥외간판 철거까지 천차만별이다. 그런 옥분에게 만만치 않은 상대가 등장한다.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오대오 가르마와 정시 출퇴근, 소지품은 언제나 제자리에 칼같이 두는 등 원칙 주의자 민재는 명진 구청으로 전근 온 첫날부터 옥분과 충돌한다.



여느 날처럼 막무가내로 민원접수를 하겠다는 옥분에게 민재는 "서류는 작성하셨냐. 번호표는 뽑았냐"며 원칙과 절차를 내세워 간단히 제압한다. 다음 날 옥분은 수십 장의 민원 신고서와 번호표를 함께 들고 구청에 등장, 제 나름의 방식대로 원칙주의자 민재에게 맞선다. 이후 옥분과 민재는 사사건건 부딪히며 티격태격한다. 서로 지지 않으려는 두 사람의 모습이 소소한 '케미'를 만들어내며 웃음을 자아낸다. 이 밖에도 진주댁(엄혜란)이 옥분의 "왓썹?(What's up?)"을 "왔어?"로 잘못 듣는 장면, 옥분이 백과사전을 "원 헌드레드 딕셔너리"라고 잘못 말하는 장면 등 캐릭터가 처한 상황이나 찰진 대사들이 자연스러운 웃음을 이끌어낸다. 특히 민재와 옥분이 진주댁의 슈퍼 앞 평상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소위 '아재 개그'를 펼치는 장면은 BGM으로 사용된 가수 이문세의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과 맞물려 깨알 같은 개그 코드로 웃음을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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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극은 경쾌한 리듬으로 전개되지만 이후 옥분이 왜 영어를 배우려고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밝혀지면서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진짜 메시지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옥분이 영어 공부에 매진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어렸을 때 헤어져 미국으로 이민 간 동생과 대화하기 위한 것이 첫 번째이며 두 번째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친구 정심(손숙) 대신 위안부 피해 증언을 하기 위해서다. 즉 '아이 캔 스피크'는 옥분을 통해 위안부 피해 생존자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면서 일본에게는 사과를, 우리에게는 아픈 역사를 잊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셈이다.

'아이 캔 스피크'는 위안부 소재에 접근하는 방식부터 다른 작품과 다르다. 직설이 아닌 우회적인 화법의 '아이 캔 스피크'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점과 아직 끝나지 않은 역사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위안부 문제를 다룬 여느 영화들이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군의 잔악한 폭력과 피해자들의 처절한 상처를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아픔을 직시하게 하는 방식이었다. 반면 '아이 캔 스피크'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인물의 삶 속에서 내재된 고통을 발견하게 된 순간 몰아치는 감정의 해일로 위안부 문제에 접근한다.

휴먼 코미디 장르를 표방한 이유도 일맥상통한다. 관객에게 교조적 메시지를 전하려기 보다는 스스로 감정에 동화될 수 있게끔 설정한 것. 그렇기에 괴짜 할머니인 줄로만 알았던 옥분이 사실은 위안부 피해자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 등장인물들의 반성은 현실 속 우리와 맞닿아 있다. 특히 민재가 옥분에게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위안부 문제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대변하며 형용할 수 없는 뜨거운 울림을 자아낸다.

실제 이용수, 김군자 할머니의 청문회 연설을 각색한 영화의 클라이맥스 미국 하원 청문회 연설 신은 옥분의 대사만으로 일본군의 잔혹성과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을 고스란히 전한다. 역사를 인정하지 않는 일본의 비열함에 맞서 차분하면서도 때로는 강한 어조로 자신의 피해 사실을 당당히 증언하는 옥분의 모습은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도.

배우들의 연기 역시 주목할만하다. 특히 옥분 역의 나문희는 오지랖 많은 할머니지만 그 속에는 아픈 상처를 지닌 인물의 감정선을 탁월한 연기 내공으로 극에 녹여냈다. 나문희가 아닌 옥분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 민재 역의 이제훈 역시 탄탄한 연기력으로 주연인 나문희와 연기 앙상블을 이루며 극을 이끌어간다. 이 외에도 엄혜란 박철민 정연주 이지훈 성유빈 등 조연들의 연기도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한몫한다. 9월 2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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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아이 캔 스피크' 포스터,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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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아이 캔 스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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