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페이지 설정 북마크 china
홈페이지 로그인 회원가입 기사제보
페이스북 트위터 youtube
'남한산성' 박해일, 비극의 역사 속 인조를 당면하다 [인터뷰]
2017. 09.30(토) 20:40
남한산성, 박해일
남한산성, 박해일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다만 당면한 일을 당면할 뿐이다". 영화 '남한산성'의 인물들은 이 명대사처럼 한겨울의 추위와 고통, 그리고 참담한 굴욕을 담담히 마주한다. 성문을 열어 청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살 길을 도모한 임금, 인조 또한 그랬다. 그리고 38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스크린 속에 인조를 그려낸 배우 박해일 역시 고민과 노력 끝에 비극의 역사 속 인조와 당면했다.

오는 10월 3일 개봉을 앞둔 '남한산성'(감독 황동혁·제작 싸이런픽쳐스)은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 나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고립무원의 남한산성 속 조선의 운명이 걸린 가장 치열한 47일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김훈 작가의 동명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박해일은 '남한산성'에 고립된 임금, 인조 역을 맡았다. 화친을 주장하는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헌)과 척화를 주장하며 결사항전을 주장하는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 두 신하의 논리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우유부단한 왕의 모습을 그만의 섬세한 연기로 그려냈다.



박해일의 필모그래피는 병자호란과 인연이 깊다. 2011년 출연했던 영화 '최종병기 활'에서 이미 한 차례 병자호란을 겪은 바 있는 것. 당시 전쟁으로 인해 청의 군인들에게 가족을 잃은 주인공 남이를 연기했던 박해일은 "'최종병기 활'에서는 전쟁의 피해자인 백성이었다면, '남한산성'에서는 전쟁을 야기한 장본인을 연기한 거다. 두 캐릭터의 차이점을 느끼며 인조의 감정선을 따라가려 했다"고 말했다.

박해일은 영화의 강점에 대한 질문에 대중에게 검증받은 원작 소설을 가장 먼저 답으로 꼽았다. 그가 '남한산성'의 원작 소설을 처음 접했던 때도 '최종병기 활'의 촬영을 앞둔 시점이었다고. "당시의 시대 배경을 파악하기 위해 책을 읽었는데, 정작 김훈 작가는 소설 속 인물들의 '말'을 통해 현재의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하게 하더라"고 말한 박해일은 영화 '남한산성'이 지금의 관객들과 만나야 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조 역을 맡는 것에 대해 제법 오랜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작품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이미 역사적으로 부정적인 평가가 분명하게 내려진 인조라는 인물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황동혁 감독의 삼고초려 끝에 결국 작품에 합류하게 된 그는 "작품 속에서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인조를 그려내기 위해 노력했다"는 소회를 전했다.

"관객 분들이 인조라는 인물에 대한 호감을 느끼는 게 아니라 인조를 연기해 낸 모습 자체를 좋아해 주신다면 제 필모그래피가 또 한 번 확장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렇게 명확한 평가가 내려진 사람을 연기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인조를 잘 그려낸다면 앞으로는 좀 더 유연하게 여러 영역의 연기를 펼칠 수 있을 것 같고, 제 자신에 대한 새로운 자신감도 생길 것 같았죠. 선입견을 깨고 인조를 끄집어내기 위해 감독님과 많은 논의를 거쳤어요."

티브이데일리 포토

'남한산성'은 47일 간 산성에 갇힌 임금과 조정 대신, 백성들의 치열하고 처절한 생존기다. 때문에 박해일은 후대가 평가를 내린 무능력한 왕 대신 전쟁을 당면한 인조의 현실을 그려내려 했단다. 이를 위해 기본적인 시대 배경과 인물의 주위 환경, 성격 등을 철저하게 조사해 캐릭터를 구축했다는 그다. 이를 증명하듯 "인조는 서자 출신이고, 반정을 통해 왕위에 오른 데다가 여러 번의 전쟁을 겪은 터라 매사 예민하고 의심도 많았다. 이런 모습들을 살려내려 했다"는 설명이 인터뷰 내내 막힘없이 이어졌다. 또한 본격적인 촬영에 앞서 강원도 산골에서 공사 중이던 행궁 세트를 미리 찾아가 보기도 하고, 청이 세운 삼전도비가 서있는 서울 잠실 석촌호수, 인조의 능인 장릉을 찾는 등 캐릭터 구축을 위해 우직하게 발품을 파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그다.

박해일은 극 중 인조가 최명길과 김상헌 두 신하의 얼개를 단단히 엮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두 사람을 바라보는 인조의 시선이 곧 '관객의 시선'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충신들의 논쟁에 휘말려 중심을 잃는 왕의 모습 대신, 삼각구도의 한 축을 맡으며 영화 전체를 지탱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대쪽 같은 성품을 지닌 신하들, 김윤석 이병헌과 호흡을 맞추는 신에서는 인조의 번민과 고뇌를 자연스레 드러내는 동시에 두 사람의 설전 사이에 서서 이를 관객들에게 비춰 보이는 거울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는 그다.

물론 충무로의 '연기 대가'로 손꼽히는 선배들과의 만남이 쉽지는 않았다는 박해일이다. 선배들의 작은 반응에도 집중력을 잃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데, 하물며 이병헌 김윤석 모두 그와는 '남한산성'을 통해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고. "카메라가 돌아가면 선배들이 열연을 쏟아내실 것이라는 부담감, 바깥에서는 추위에 떨며 촬영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150명의 스태프들이 있었다. 주위 환경이 만들어 내는 부담감을 어떻게든 연기를 향한 집중력으로 바꿔야만 했다"는 그는 "감사하게도 선배들이 감정선을 깨지 않으려 나를 기다리며 배려를 해주셨고, 감독님과 스태프들의 도움을 받아 어떻게든 잘 버텨냈다. 촬영을 마치고 돌이켜 보니 후회는 남지 않았다"는 속내를 후련하게 털어놨다. "선배들의 배려를 통해 또 한 번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박해일은 "처절한 논쟁을 벌이는 두 신하 중 누구의 말도 틀린 구석이 없고, 한쪽의 손을 쉽사리 들어줄 수 없는 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자 콘셉트"라고 말했다. 관객에게 최명길과 김상헌의 논리를 번갈아 들이밀며 질문을 던지고, 이를 바탕으로 역사 속 치부를 드러내 우리 세대가 반면교사 삼아야 할 지점들을 발견하는 일이 '남한산성'의 가장 큰 의의라는 것이다.

"어느 나라에나 가슴 아픈 역사가 있어요. 특히 조선이라는 나라에게는 병자호란이 그런 위태로운 시기였던 거죠. 위기를 겪고 살아남은 이들은 어떻게든 다시 나라를 짊어지고 나아가야 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남한산성'은 이 시대에 살아가는, 앞으로 나라를 짊어지고 역사를 만들어내야 하는 분들이 보셔야 할 영화에요."

박해일은 '남한산성'이 억지로 들춰낸 굴욕의 역사, 역사 속 한 페이지에 적혀있는 치부가 오늘날 국민을 위한 정치,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정치로 이어지기를 소망했다. "그간 미디어가 끊임없이 사극을 만들어 내며 과거의 이야기를 재구성했던 것처럼, 역사를 통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영화의 순기능이 이뤄졌으면 한다"는 그의 '말' 속에는 인간 박해일의 따뜻한 바람이 담겨 있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티브이데일리 포토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안성후 기자, 영화 '남한산성' 스틸]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황서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키워드 : 남한산성 | 박해일
싸이월드공감
koreastardaily kantamedaily kakao qq sina news.yahoo news.msn tw.news.yahoo.com thegioidienanh vientianetimes 구글 mk hihoku KT KBS 네이트온 싸이월드 네이트 다음 tvcast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