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페이지 설정 북마크 china
홈페이지 로그인 회원가입 기사제보
페이스북 트위터 youtube
황동혁 감독, 그는 왜 '남한산성'을 지었나 [인터뷰]
2017. 10.03(화) 09:09
남한산성, 황동혁 감독
남한산성, 황동혁 감독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미군 입양아의 실화를 소재로 한 휴먼 드라마 '마이 파더'를 시작으로 광주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을 소재로 한 '도가니', 스무 살 처녀가 된 할머니라는 설정을 통해 웃음과 감동을 함께 잡은 '수상한 그녀'까지, 지난 10년 간 황동혁 감독은 충무로에 자신의 족적을 뚜렷하게 남겼다. 그렇기에 '남한산성'을 향한 세간의 기대 역시 높았다. 그가 차기작으로 역사 영화를 선택했다는 소식에 주위에서는 '실화 3부작을 완성하느냐'는 농담도 있었다지만, 그가 긴 고생 끝에 지어낸 영화 '남한산성'은 그의 전작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결을 띄고 있었다.

3일 개봉한 '남한산성'(제작 싸이런픽쳐스)은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 나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고립무원의 남한산성 속 조선의 운명이 걸린 가장 치열한 47일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김훈 작가의 동명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남한산성'의 영화화 제의를 받고 처음으로 원작 소설을 읽게 됐다는 황동혁 감독. "병자호란을 이렇다 할 영웅도 없고 패배했던 역사로만 알고 있었는데, 소설을 통해 충신 김상헌 최명길 같은 사람들이 있었고 이들이 무너져가는 나라를 위해 논쟁을 벌인 것을 알았다"며 말문을 연 그는 "김훈 작가가 묘사해 놓은 두 사람의 논쟁이 너무도 치열했고 누구의 편을 들어줄 수 없을 만큼 양측이 논리 정연했다. 문장력 덕분인지 대사가 시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어느 순간에는 역사적 사실이 주는 비참함을 잊고 이 논쟁이 아름답다는 생각까지 했다"고 말했다.



"치욕적인 역사 안에 눈물이 있었다는 게 놀라웠죠. 작가님이 묘사해 놓은 47일간의 남한산성 안팎 성벽의 풍경, 사건들, 인물들의 묘사가 참 비참하고 슬픈 풍경이었는데도 그 속에서 비애미가 느껴졌어요.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느낌이었고 영화로 만든다면 어떤 그림이 나올지 머리 속에 이미지가 스쳐 지나가는 것 같았죠. 김상헌 최명길의 논쟁을 최고의 캐스팅을 통해 스크린 위로 옮겨보고 싶은 욕심이 들었어요"

2015년 7월 시나리오 초고를 매만지기 시작한 지 2년 만에 황동혁 감독은 소설을 읽으며 떠올렸던 이미지를 고스란히 스크린 위로 옮길 수 있었다고 했다. 마침 촬영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개봉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도 좋은 영감을 줬다. 얼어붙은 대자연의 풍경에 압도당하고, 그 속에서 고통받는 한 사람인 주인공이 겨울의 한 복판에 서있는 모습에서는 성벽에 갇혀 추위와 싸웠던 '남한산성'과 비슷한 점을 느꼈다고.

유난히 추웠다는 병자년의 겨울을 표현하기 위해 전국을 돌며 온갖 산성이며 산세가 험한 산들을 헤매고 다닌 끝에 장소 섭외를 마쳤고, 강원도에 길이 60m 성벽과 행궁 세트를 지었다는 황동혁 감독이다. 한겨울을 끼고 5개월 간 이어진 촬영을 위해 세트팀은 산 중턱으로 흙길을 뚫고 자재와 장비를 실어 날라 성벽을 지어 올려야 했다고. 설경이 필수적으로 등장해야 하는 작품이지만 되려 눈이 많이 내리면 산길이 끊겨 촬영에 지장이 생기는 모순적인 상황이 이어졌고, 결국 눈이 쌓인 산성을 표현하기 위해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는 펄프 인공 눈을 미국에서 직수입해 일일이 흙바닥에 깔고 뿌렸단다. 겨울과 추위 자체가 작품 속 하나의 캐릭터였기 때문에 화면 속에 추운 온도를 담기 위한 갖은 노력을 했다는 것이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미장센을 위한 탄탄한 기초 작업과 동시에 황동혁 감독이 가장 공들인 부분은 바로 배우 캐스팅이었다고. 그는 "처음 영화화를 시작하면서부터 염두에 뒀던 캐스팅을 그대로 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병헌과 김윤석, 박해일 모두가 자신이 원하던 베스트 캐스팅이라는 것. 이병헌에게서는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는 이조판서 최명길의 캐릭터에 설득력을 불어넣을 강렬한 눈빛 연기와 진중한 목소리 톤을 기대했고, 김윤석에게서는 불 같고 바위 같으며 단단한 산처럼 커 보이는 동시에 인간미가 공존하는 예조판서 김상현의 모습을 봤으며, 박해일을 보면서는 "이유를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저 '이 사람이 인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황동혁 감독이다.

또한 세 명의 캐릭터가 각자 이야기의 중심축을 맡아 균형을 잡은데 이어, 황동혁 감독은 소설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있던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 또한 놓치지 않고 시나리오에 녹여내려 했다. 이에 대장장이 서날쇠 역의 고수, 수어사 이시백 역의 박희순, 청의 통역사 정명수까지 조연 캐릭터들은 각자의 사연을 살려 스토리 안에서 제 몫을 다 할 수 있게 됐다. 모든 캐릭터가 조화로운 앙상블을 이뤘던 소설 속 입체적인 인물들의 묘사가 영화 속에서도 이뤄진 것이다.

"'남한산성'은 원래 이런 영화예요. 주인공 한, 두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47일 동안 성 안팎의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병자호란에 맞서 살아갔는지에 대한 스케치죠. 배우들 역시 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어요. 처음에 시나리오를 전해 받은 매니저 분들이 '왜 이렇게 분량이 적어요?'라고 물어봤을 정도로 주연 배우들의 분량이 많지 않아요. 하지만 배우들 모두가 작품 전체에 만족했기에 영화 속 하나의 '색깔', 퍼즐 조각 중 하나가 되기를 자처하신 거죠. 감사할 따름이에요."

티브이데일리 포토

이처럼 '남한산성'은 섬세하게 인물들의 감정선을 쌓아 올리며 이들의 앙상블을 통해 380년 전 치욕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상업영화의 필수 코스라는 '억지 신파'나 화려한 전투신 대신, 시종일관 잔잔한 분위기와 느슨한 속도를 유지하며 서서히 관객의 감정을 고조하는 식의 전개가 이어진다. "기존의 전쟁 영화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고 싶었다"는 황동혁 감독의 말 그대로다. 세계적인 작곡가인 류이치 사카모토와 협업, 담담한 감성과 색다른 해석을 입힌 OST를 만든 것도 병자호란이 지닌 역사적 무게가 미처 손쓸 새도 없이 영화 전체를 짓누를까 싶은 염려 때문이었다고.

황동혁 감독은 '남한산성'이 지극히 의도적으로 현재 충무로의 주류를 벗어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천편일률적으로 변해가는 한국 상업영화 시장을 보며 답답함을 느꼈다"는 그는 작은 규모의 영화가 사라지고, 100억 이상의 제작비를 던져 본전을 뽑기에 급급한 데다가, 소위 '관객보다 먼저 웃고 관객보다 먼저 우는' 식의 연출이 쌓여 관객들을 지치게 하고 있다고 했다. 이 과잉이 쌓여서 임계점에 달하는 순간, 과거 홍콩영화가 한 순간에 명성을 잃었듯 한국 관객들 역시 한국 영화를 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그렇기에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었다는 황동혁 감독은 "한국식 오락영화가 주는 재미에 익숙해진 관객들이라면 분명 이 영화를 낯설게 여기겠지만 그 기저에는 좋은 영화, 완성도 높은 영화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관객의 만족도를 채울 수 있는 완성도를 내기 위해 지난 몇 년간 노력해 왔다. 부디 '남한산성'이 '비상업적'라거나 '오락적이지 않다'는 말에 묶이지 않기를 바란다"는 그에게서 작품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10년째 영화감독을 하면서 3개의 작품을 만들었는데, 다행히 흥행에 성공하고 신뢰를 쌓은 덕에 '남한산성'을 만들 기회가 주어졌어요. 10년 경험과 노하우, 신뢰를 모두 이 작품에 털어 넣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래서 이렇게 영화를 만들어도 잘 될 수 있다는 사례를 만들고 싶었고, 관객들이 한국에서도 이런 영화가 나올 수 있다는 신선한 경험을 하셨으면 했어요. 만약 흥행이 실패한다면 다시 무(無)로 돌아가 새롭게 시작을 해야겠지만, 그건 너무 슬픈 일이지 않을까요?"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송선미 기자, 영화 '남한산성' 스틸]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황서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키워드 : 남한산성 | 황동혁 감독
싸이월드공감
koreastardaily kantamedaily kakao qq sina news.yahoo news.msn tw.news.yahoo.com thegioidienanh vientianetimes 구글 mk hihoku KT KBS 네이트온 싸이월드 네이트 다음 tvcast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