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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부활자' 곽경택 감독, 왜 그들을 살아 돌아오게 했나 [인터뷰]
2017. 10.12(목) 11:50
영화 희생부활자 곽경택 감독 인터뷰
영화 희생부활자 곽경택 감독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전작들에서 주로 남자들의 진한 의리나 원초적 액션, 통속적 드라마를 그려왔던 곽경택 감독이 억울한 죽음을 당한 뒤 복수를 위해 살아 돌아온 자, RV(Resurrected Victim)라 칭하는 희생부활자의 독특하고 기묘한 세계관을 완성해냈다. 그 작업 비화엔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가득했다.

12일 개봉된 영화 '희생부활자'(제작 영화사 신세계)는 7년 전 강도 사건으로 살해당한 엄마가 살아 돌아와 자신의 아들을 공격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곽경택 감독은 '추리소설의 장인'으로 불리는 박하익 작가의 원작 소설 '종료되었습니다'를 읽고 파격적이며 독특한 세계관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고, 과감하게 도전장을 냈다. 많은 감독들이 원작 소설을 보며 영화화를 꿈꿨지만 중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단 비화가 공공연히 도는 작품이건만, 곽경택 감독은 이를 자신만의 상상력을 덧대고 내로라할 충무로 연기파 배우들을 모아 사활을 걸고 완성해낸 것.



그는 "앞서 비슷한 판타지 스릴러 장르의 '닥터 K'란 영화를 연출한 적 있는데 당시 평가가 좋지 않았다. 기억에 남을만한 최악의 순간들을 경험했었다"며 "자신 없거나, 못하거나, 두려우면 안 하는 게 맞는데 굳이 내가 이 작품을 선택해서 스스로 내 목을 계속 조일 이유가 있을까 후회는 많이 했다"는 넉살로 말문을 열었다. 그럼에도 '희생부활자'를 택한 이유는 그가 느낀 짜릿한 몰입감을 연출자로서 극에 옮겨내는 것을 목표로 했기 때문.

죽은 자의 부활이란 RV 설정은 흡사 좀비 장르를 떠올리게 하지만, '희생부활자'는 엄연히 복수의 대상이 정해져 있고 이를 응징하면 자연 발화해 없어지는 설정이다. 곽경택 감독은 "원래 좀비 영화는 잘 안 봤다. 너무 현실감이 없지 않나. 제겐 굉장히 어색한 장르였다. 또 저는 '전설의 고향' 같은 귀신 세대라 RV 현상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고심 끝에 그는 결국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온다는 행위 자체의 근본을 '한'으로 봤다. 이는 우리 한국 정서의 한 맺힌 귀신과 가깝지 않냐고 재차 넉살을 떨며 "제 스스로 귀신에 가깝다고 판단하고 희생부활자를 구현했다"는 곽경택 감독이다.

시나리오 작업을 하는 동안 고민은 계속됐다. 신선한 소재로 시작되는 영화지만 한편으론 황당한 설정이기도 하다. 이를 어떻게 납득 가능하면서도 세련된 결말을 내야 할지가 관건이었다. 무려 시나리오를 18고까지 썼단다. 무엇보다 소재는 RV 설정을 다루지만 그 속내는 한국 사회를 향한 비판적 시각을 담고 싶은 연출적 욕심이 컸던 그였다. 그는 "아주 어릴 적 선생님이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열 배 잘 사는데 세계 자살률 1위가 일본이다'란 말을 하셨다. 그땐 우리가 형편은 안 되지만 그 말에 나름 위안을 얻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OECD 가입 국가 중 자살률 1위라고 하지 않나. 왜 이렇게 됐는지 너무 속이 상했다"고 했다.

실제 극 중 친족 살인을 저지른 이에 대한 재판 과정이 검사 아들 진홍(김래원)의 캐릭터성을 설명하기 위한 찰나의 신으로 그려지지만, '합의금 주고 평생 돈을 챙겨준다고 하지 않느냐'는 변호사와 '유족들에겐 돈보다 죗값이 중요하다'는 검사의 답변, 한강에 유기되는 시체를 두고 하는 말들은 가벼이 넘기기엔 무게감이 상당하다.

이에 곽경택 감독은 "실제 취재차 경찰들을 만났을 때 마포서 한 군데에서만 1년에 발견되는 사체가 250구가 넘는다더라"며 "한강이라는 게 '한강의 기적'이라 하고 서울의 아름다운 야경이 녹아들어 있지만 굉장히 슬픈 단면이 담겨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렇기에 사법기관이 제대로 수사하지 못해 억울한 이들이 다시 살아 돌아온단 설정엔 단지 복수만을 위한 것이 아닌, 잘못 흘러가고 있는 세상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싶었단 바람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곽경택 감독은 국정원,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의 알력 다툼과 충돌을 부각하고 싶었다. 그는 "우리나라 수사기관은 군 빼곤 이 세 곳인데 조직 간의 반목이 굉장히 심했다. 이들의 수사권 쟁탈전도 그려보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아우르기에 자신의 능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영화를 열몇 편을 찍었지만, 스스로 돌아볼 때 테크니션적으로 아직도 많이 멀었단 자기반성을 한다"고 자평했다.

한국 영화사에 남을 걸출한 작품을 배출해낸 유명 감독도 이처럼 치열하게 고뇌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질책했다. 어떤 비판적인 견해도 겸허히 받아들이고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는 모습 또한 엿보였다. "'친구2' 때 너무 잔인하고 폭력적인 것으로만 어필하려 했던 제가 마땅찮았다"고 하거나, 극 중 조선족 캐릭터가 부정적으로 그려진 것에 "사회적으로 보면 소수자들, 마이너리티들이 범죄에 가담하는 경우가 많지 않나. 영화적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전 재일동포나 조선족 동포 등에 대한민국 본토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안타깝다. 언젠가 내가 그들의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으면, 그들의 드라마를 영화화하며 미안함은 그때 갚겠다"고 그 어떤 미사여구나 꾸밈없이 그저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곽경택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세 번째 모자 호흡을 맞추게 된 김해숙, 김래원에 대해서도 "워낙 모자 '케미'로 알려진 분들이라 이 조합이 오히려 고민되고 부담스러웠다"고 했지만, 연기적 베이스를 놓고 봤을 때의 느낌이 있었단다. '국민 엄마' 김해숙이 살아 돌아온 엄마가 돼 아들을 향해 식칼을 휘두를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해봤을까. 이 파격적 설정을 끌어낸 것으로도 작품은 충격적이고 신선하게 다가올 터. 이에 감독은 웃으며 자신 또한 행복했단다. 적어도 김해숙이란 연기자가 다른 작품에서 안 보여줬던 모습을 제가 건져낸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고. 또한 자신의 작품들 속 그 어떤 캐릭터와 견주어도 가장 어려운 연기를 해냈단 김래원에게도 "'희생부활자'란 영화의 기초가 되어줘 감사하다"는 고마움의 표시를 잊지 않았다.

이밖에도 장영남은 믿고 맡기는 연기자, 전혜진은 전달력이 좋은 발성을 가졌고 앞서 그가 했던 연기와는 차별성을 주기 위해 애를 써줬던 점, 코믹기를 철저하게 배제하기 위해 수없이 컷을 외쳤어도 자존심 상하는 일 없이 특유의 유쾌함으로 끝까지 캐릭터를 완성해준 성동일. 이 모든 배우들에게 일일이 감사 인사를 전하는 곽경택 감독은 은근히 다정하고 사려 깊은 면모가 있었다.

'희생부활자'의 개봉을 앞두고 오히려 그토록 치열하게 고민했던 작품을 이제야 비로소 제 손을 떠나 관객들에 보낼 수 있어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라며 홀가분한 해방감을 느끼는 곽경택 감독의 미소엔 설렘과 후련함이 엿보였다.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송선미 기자, 영화 '희생부활자'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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