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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혜가 '침묵'을 연기하는 법 [인터뷰]
2017. 10.30(월) 08:48
영화 침묵, 박신혜
영화 침묵, 박신혜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박신혜는 스스로를 '광고 속 예쁜 여배우'가 아닌 털털하고 다소 우악스러운 면도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그를 마냥 '예쁜 여배우'로 보는 이들의 편견을 깨기 위해, 영화 '침묵' 속 민낯의 변호사로 변신한 박신혜를 만났다.

'침묵'(감독 정지우·제작 용필름)은 약혼녀(이하늬)가 살해당하고 그 용의자로 자신의 딸 미라(이수경)가 지목되자 딸을 무죄로 만들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쫓는 남자 임태산(최민식)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박신혜는 미라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 최희정을 연기했다. 11월 2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극 중 최희정은 과거 미라의 과외 선생이었다는 이유로 갑작스레 대형 로펌에 스카우트돼 그의 접견 변호사로 선택받고, 이후 재벌가의 변호사로 활약하는 캐릭터다. 박신혜는 사회초년생 변호사가 끝없는 늪 같은 사건의 결말을 쫓으며 진실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연기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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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박신혜는 '상속자들' '피노키오' 등 전작에서 소위 '캔디'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다. 그를 대표하는 명량한 이미지 대신 현실에 순응하는 평범한 초짜 변호사 최희정으로 변신한 그의 모습이 사뭇 낯선 이유다. 하지만 박신혜는 도리어 최희정의 평범한 모습에 마음을 빼앗겼다고 했다. "그간의 캐릭터에 비하면 평범해 보이지만, 그 안에서 수많은 감정 변화를 겪는 희정의 모습이 현실감 있게 느껴졌고, 사건의 무게에 짓눌려 무기력하고 힘이 빠진 인물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는 것이다.

박신혜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정의롭지 않은 일도 하는, 변호사와는 어울리지 않는 생활을 하는 인물을 그리려 했다"며 희정의 캐릭터를 설명했다. 사건의 진실을 알고도 '침묵'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희정을 제대로 연기하기 위해, 생소한 법정 용어를 달달 외우는 대신 변호사의 심리를 이해하려 했다는 이야기도 이어졌다. 그간 의사, 방송기자 등 일반적인 범위에서 벗어난 소위 '전문직'을 연기해 오며 쌓은 나름의 노하우란다.

"의사, 기자, 변호사 같이 직업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그 직업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인물이 살아온 고충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피노키오'에서 방송기자를 연기할 때는 현장의 상황을 어떻게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할지를 고민했고, 의사였던 '닥터스'에서는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며 겪는 고충에 대한 감정을 잡으려 했죠. '침묵'에서는 끝이 보이지 않는 법정에서 어떻게 무죄를 입증할지, 그리고 삶의 기로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하는 변호사의 마음을 찾으려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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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혜는 이처럼 고뇌하는 인물의 심리를 표현하기 위해 종전과는 다른 스타일의 연기를 시도했다고 했다. 전작에서는 감정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연기를 주로 해왔다면, '침묵'에서는 감정을 마음에 꾹꾹 눌러 담았다가 어쩔 수 없이 조금 드러나는 표정을 통해 감정선을 연기하려 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정지우 감독의 세심한 연출 덕에 이와 같은 연기 변신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감독님이 계속 상황을 이해시키려 하셨다. 정말 화가 나는데 숨까지 참고 연기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잡아주시는 등 모든 상황을 유연하게 받아주셨다. 그야말로 '섬세함의 끝'이었다"는 정 감독을 향한 감사의 말도 이어졌다.

"덕분에 이번 작품에서 연이어 새로운 시도를 펼칠 수 있었다"는 박신혜가 가장 공을 들인 장면은 마지막 법정신에서 범인으로 지목된 이와 대치하는 장면이었다고. 유독 여러 번 법정 장면이 등장하는 '침묵'이지만, 극적인 장면에서 상대방을 심문하며 자백을 끌어내는 과정을 연기하는 데는 많은 고민이 따랐다는 것. 법정신을 회상하며 "격투를 벌여야 하는 장면보다도 법정신이 훨씬 고민스러웠다"고 말한 그는 "사실 실제 재판에서는 언성을 높이고 서로가 대치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지만, 영화적인 연출을 위해 다소 극적인 표현들도 이뤄져야 했다. 그런 지점들을 표현하기 위한 고민도 함께 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박신혜는 "함께 작업한 배우들과의 교류 역시 새롭고 큰 경험이었다"며 촬영 현장을 회상했다. "모든 분들이 내게는 자극제였다"며 말문을 연 그는 "다른 배우들은 현장을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는 놀이터'라고 표현하셨는데, 그에 비해 나는 고민이 많았던 편이다. 너무나 연기를 잘하시는 분들 사이에서 일하려니 위축이 됐고, 긴장 때문에 몸에 너무 힘이 많이 들어가서 힘을 빼는데도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뒤늦게 긴장을 풀고 현장에 녹아들자 시나리오를 읽으며 상상했던 것과는 정반대인 동료들의 연기가 계속해 펼쳐졌고, 많은 것을 배우며 성장했다"는 설명과 함께 대선배 최민식과 배우 대 배우로 만나며 호흡을 나눌 수 있었고, 사랑스러운 후배 이수경과 친자매처럼 지내며 촬영장을 즐겼다는 유쾌한 현장 이야기도 줄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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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영화를 좀 겁냈다. 주연으로 나서기에는 경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는 박신혜는 이번 작품을 계기로 새로운 도전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특히 '침묵'을 통해 "예전에는 인물이 느끼는 감정 전체를 보여주려 애썼다면, 이제는 관객들이 인물의 감정을 느낄 수 있게끔 약간의 여지를 남기는 법을 배운 것 같다"는 것.

"해보고 싶은 게 많다. 심심한 듯한 영화도 해보고 싶고, 알콩달콩 연애하는 사랑 이야기, 범죄 스릴러물도 도전해 보고 싶다"며 앞으로의 포부를 드러낸 박신혜는 "브라운관과 스크린의 경계를 잘 넘나들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한류스타의 이미지만 남아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지는 않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소신이 담긴 박신혜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솔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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