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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공감] '김주혁', 배우에게 건네는 최고의 애도 행위란
2017. 11.01(수) 20:29
티브이데일리 포토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열심히 삶을 꾸려가던 이들의 갑작스런 죽음은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얼마 전, 드라마 ‘아르곤’에서 농익은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배우 김주혁이, 지난 30일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나이 고작 마흔 여섯이었다.

세월을 느리게 맞으며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종횡 무진하는 배우란, 언제나 항상 그 자리에 변함없는 모습으로 있을 것만 같은 존재들이다. 한 동안 보이지 않았다 해도 어느 샌가 나타나 이전보다 채색 깊은 연기를 펼치니(심지어 더 젊어진 모양새로), 오히려 우리와 똑같은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생소할 정도다.

그 때문인지, 생생하게 살아 있던 배우들의 사망 소식은 우리로 하여금 허망함은 물론이고 잊고 있던 ‘모든 사람은 죽는다’는 변지 않는 명제를 떠올리게 하여 할 말을 잃게 만들기 일쑤다. 특히 영화 ‘싱글즈’를 통해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김주혁’은, 연기의 폭을 늘리는 걸 두려워하지 않으며 끊임없는 활동을 펼쳐 온 몇 안 되는 배우 중 하나다. 지켜봐 온 관객 혹은 시청자로서 애석한 마음이 클 수밖에.



슬픔은 그가 결혼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극대화된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이유영과 진지한 만남을 가지고 있었고,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에선 그녀와 결혼해 딸을 낳고 싶다는 마음까지 밝힌 바 있다. 아무리 한 치 앞도 모르는 존재가 사람이라지만 이렇게 예상치 못한 순간에 삶을 마무리하게 될 줄이야, 우리도 이렇게 마음 한 구석이 시린데 그의 연인이 느낄 슬픔은 오죽할까.

고인의 명복을 비는, 진심어린 일은 그의 삶을 되짚어보는 것일 터. 영화 ‘세이 예스’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문을 연 김주혁의 연기 인생은 드라마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영화 ‘싱글즈’로 이어지는 2003년, 본인과 맞춤인 어리숙하지만 진실한 남자 역할로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2004년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에서 오지랖 넓고 능글맞지만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인 홍두식으로 또 다른 모습을 선보이며 그의 역량을 넓힌다.

‘프라하의 연인’과 ‘광식이 동생 광태’. 그에게 있어 멜로드라마의 전형적인 남자주인공으로서 정점을 찍게 한 작품들이다. 하지만 웬일인지 공들인 것에 비해 큰 성과를 얻지 못한 ‘청연’을 시작점으로 ‘사랑 따윈 필요 없어’, ‘아내가 결혼했다’, ‘구암 허준’ 등 성공적이면 그보다 상대배역이 더 돋보인다거나 작품 자체가 그다지 잘 되지 않는다거나 하는 등의 결과들이 이어지게 된다. 즉, 하락세를 띤 정체기가 찾아온 것이다.

그래서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과 ‘공조’, ‘아르곤’이 더욱 특별했다. 꽤 지속된 정체기를 넘어 만난 작품,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에서 설정에 국한되지 않은 능숙한 생활연기로 관객의 인정을 받았으며, ‘공조’에서 또한 북한 조직의 리더로 서늘한 얼굴의 악역인 차기성을 제대로 소화해내어 첫 남우조연상까지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탄탄한 구성을 가진 잘 만들어진 드라마 ‘아르곤’의 앵커 ‘김백진’까지 얹어지니 김주혁으로선 제 2의 전성기를 만남 셈이나 다름없었다.

운명도 참 얄궂지, 이러한 상황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로 인한 죽음이라니. 아쉽고 안타까워 애도의 마음을 금할 길 없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의 성실한 걸음걸음 덕분에 추억할 수 있는 작품이 수두룩하다는 것. 뜻하지 않은 죽음 앞에 인생은 허망하기 그지없지만 김주혁을 보며 얻는 깨달음은 열심히 삶을 꾸려간 이들에겐 존재했다는 족적이 남는다는 사실이다. ‘배우’라는 명칭에 걸맞게 여러 좋은 작품들을 남긴 김주혁의 연기 인생을 다시 한 번 되짚어보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 우리가 보일 수 있는 최고의 추모 행위가 아닐까.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사진=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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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김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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