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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 김혜수의 품격 [인터뷰]
2017. 11.09(목) 10:19
미옥 김혜수 인터뷰
미옥 김혜수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연예인들의 연예인' '대중의 워너비 스타'란 타이틀이 말해주듯, 김혜수는 그 자체만으로도 강인하고 완숙한 느낌을 준다. 그만큼 30년의 견고한 연기 내공은 물론 올바른 인격과 도덕적 가치를 따라 정직한 목소리를 내면서도 다정하고 상냥한 인품이 중후해 많은 이들의 흠모를 받는다. 그럼에도 김혜수는 자신에겐 철저한 잣대와 기준을 삼고 끊임없이 고민했고, 그 속엔 여리고 가냘픈 내면의 심연이 엿보였다. 김혜수란 이름만으로도 빛나는 브랜드 이면엔 이토록 아름답고 깊은 감성과 순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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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9일 개봉된 영화 '미옥'(감독 이안규·제작 영화사 소중한)은 김혜수 주연의 여성 중심 누아르란 타이틀만으로도 대중의 폭발적 기대를 받은 작품이다. 김혜수는 범죄조직을 재계 유력 기업으로 키워낸 2인자 나현정 역을 맡았다. 표면적으론 고풍스러운 헤어살롱 라떼뜨를 운영하는 원장으로 남다른 인맥을 보유하고, 우아하며 기품 넘치는 매력적인 여인이다. 그 이면엔 온갖 환락과 범죄의 욕망이 들끓는 철저히 남성 중심 세계관이 구축된 장소에서 조직의 더러운 뒤처리를 하는 냉철한 2인자 여인으로서 존재했다.



극은 여성 중심 누아르라고 해도 철저하게 '수컷들의 세계'에 놓인 여성이 자신의 욕망 혹은 꿈을 지키기 위해 최후의 사투를 벌이고, 폭주하는 남성들에 맞서는 김혜수의 액션과 감성은 냉혹하면서도 구슬펐다. 김혜수는 "누아르다 뭐다 차치하고, 현정은 이런 상황들 속에서도 자기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 여자가 가진 욕망은 드러낼 수 없는 욕망이기도 하다. 수위 조절을 얼마나 드러내고 감추느냐, 어떤 뉘앙스를 풍겨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현정에 대해 "전략적으로 계획을 짜고 모의하고, 누군가를 옭아매고 이로 인해 조직이 거대한 전력을 갖게 하는 일을 한다. 겉으로 봤을 땐 매너 있고 나이스 해보이지만, 비인간적이고 지저분한 일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극 중 현정의 살롱은 불법적인 성 상품화가 이뤄지며 여성이 성적으로 소비되는 전형적인 설정에 여성 관객들의 아쉬움과 불편함이 야기될 수 있었다. 또한 정화된 삶을 꿈꾸는 현정의 욕망을 아들의 존재로 인해 모성애로 귀결되게 여겨지는 코드 역시 진부하고 전형적으로 여겨질 수 있었다.

이에 김혜수 또한 "조직 영화를 많이 봤지만 실제 그 속에서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며 "모성애를 나타내는 일반적인 감정들을 견제했는데 뜻대로 표현이 안 된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는 조직의 세력에 부합하는 일을 하며 살아온 일상성이 떨어지는 여자가, 아이의 존재가 나타나 모성애로 귀결되는 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모성이라는 감정 앞에서 당혹스러워하고, 처음 자신의 아이를 대면했을 때 복잡하고 예측할 수 없는 감정들을 그리며 '이런 것도 모성일 수 있나'하는 느낌을 받고, 결국 이 여자가 바라는 욕망이 평범한 삶을 꿈꾸는 것이었음이 보이길 바랐다. 하지만 전체적인 톤앤매너와는 달랐던 것 같다"고 자평했다. 이처럼 생각하는 걸 구체화시킬 때 늘 간극이 존재하고, 이를 관객에 전달하는 방식에 답이 없으며, 자신이 아는 것과 해내야 하는 것의 간극을 느낄 때가 너무 괴롭다고.

그는 "과거엔 제 삶이 편협하고 얄팍했기 때문에 액면 그대로 구체화된 걸 쫓아가기도 부족했다. 지금은 내가 할 역할이 뭔지 알지만 이를 표현하지 못할 때가 힘들다"며 "어릴 땐 이걸 알면 다음엔 아니까 더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알면서도 다 되는 건 아니더라"고 했다. 이어 "우연히 한 사진작가 분의 인터뷰를 읽게 됐는데, 사진 전공 하신 분이 아닌데 훌륭한 사진작가가 됐다. 한 길을 십 년 이상 매진해서 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하시더라. 그 글을 읽으며 '내 시간은 뭘까, 배우란 개념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던 시기를 감안하더라도 난 30년 넘게 했는데 아직도 안 됐으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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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로서 제대로 표현하고 있나에 대한 고민과 자괴감, 늘 한계를 대면하고 이런 일이 수없이 반복되지만 여전히 내성이 쌓이지 않는 것 같다고. 그의 고백은 너무도 의외다. 그가 느끼는 고뇌와 복잡하고 괴로운 상념이 여실히 요동치며, 마주한 이에게도 안타까운 감정이 일렁이게 했다. 감정의 동요를 알아차린 까닭인지 쑥스럽게 웃어 보인 김혜수는 "늘 제게 주어진 고민을 열심히 한다. 그 고민의 답을 찾거나 답에 근접해 갈 때 또 다른 지점의 고민이 온다. 어릴 땐 제가 그 나이의 깊이를 갖지 못했기에 깊게 고민할 수도 없었다"며 "누구나 다 이렇게 고민하고 살거다. 괜히 제가 엄살 부리는 것 같다. 제가 오래 한 일이고, 그게 배우니까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상냥하게 설명했다. 한편으론 마땅히 해야 될 고민이고, 자신은 이처럼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돼 털어놓는 것이지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고민을 안고 살겠냐며.

김혜수가 말하길 어릴 때 찍은 미니시리즈에 '사람은 왜 태어나서 이렇게 아파하며 살아가지'란 대사가 있었다. 자신이 했는지, 상대가 한 대사인지도 기억이 안 나는데 그 말이 지금도 가끔 생각난단다. 그 시절에도 대사의 의미를 알아서가 아니라 그냥 눈물이 났단 그다. 사실 살면서 의미를 찾으려 하고 기쁨을 찾으려 하지만 찾을 수 없는 의미가 더 많고, 기쁜 것도 잠깐이지만 아파하면서도 살아가듯 모든 인생이 그런 것 아니겠느냐며.

"제가 원래 단순해요. 부족하고 취약하지만 열심히 해보고, 설사 극복 못하더라도 견뎌내며 좀 더 살아보고 무언갈 제대로 느끼게 되면 저도 진짜 배우가 되지 않을까요."

태권도를 하던 소녀가 우연히 광고를 찍고, 그 광고를 본 관계자들의 러브콜을 받고 영화와 드라마를 찍으며 어느덧 30여 년을 배우로서 살아온 김혜수다. 누구도 의심할 여지없는 '배우 김혜수'의 내면에 이처럼 무수한 고민과 상처가 있다는 건, 그가 얼마나 한결같이 연기에 대한 애정을 갖고 갈망하는지를 나타냈다. 스스로 익숙함의 자만에 빠지지 않기 위한 30년 차 배우의 순수한 열정과 노력이 이토록 아름답고 숭고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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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연히 본 어느 유럽권 영화 속 주인공을 넋 놓고 봤었단 김혜수다. 영화를 볼 때 보통 이 영화의 메시지가 뭔가 예측하며 보게 마련이다. 희한하게 그 영화는 영화를 본단 것도 잊어버리고 그 주인공을 계속 들여다보게 됐다고. 분명 자신이 경험한 정서와 공감이 다른 설정 속 인물인데도 끝까지 그를 놓지 않고 보게 되더란다. 그리곤 생각했단다. "이런 일을 해내는 게 내 직업이다. 정신 똑바로 차리자." 한편으론 그게 막연하고 가능할까 싶어 무서웠다고. 하지만 '미옥' 속 김혜수도 마찬가지였다. 극의 장르, 서사, 구도, 연출, 정서를 차치하고 오직 '미옥'으로 존재하는 아름답고 강렬한 여인 김혜수는 그렇게 놓칠 수 없는 시선 끝에 있었다.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강영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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