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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 이안규 감독, 지극히 일차원적 충동을 느낄 때 [인터뷰]
2017. 11.09(목) 10:27
미옥 이안규 감독 인터뷰
미옥 이안규 감독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꽤 유머러스하고 대범하며, 자신과 다른 견해도 귀 기울이고 수용할 줄 아는 존중의 미덕을 갖춘 사람이었다. 여성 중심 영화 '미옥'으로 '수컷들의 전유물'인 누아르 세계관에 새로운 균열을 일으킨 이안규 감독이다.

11월 9일 개봉된 영화 '미옥'(감독 이안규·제작 영화사 소중한)은 범죄조직을 재계 유력 기업으로 키워낸 2인자 나현정(김혜수)과 그를 위해 조직의 해결사가 된 임상훈(이선균), 그리고 이들에 덜미를 잡힌 검사 최대식(이희준)이 서로 다른 각자의 욕망을 지키기 위해 물고 물리는 전쟁을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 누아르다.

남초 현상 강한 한국 영화계에서 늘 소모적으로 쓰이던 여성 캐릭터를, 심지어 '수컷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남성 누아르의 중심에 세운 파격적 시도. 게다가 이름만으로도 브랜드가 되는 김혜수 주연작이라는 것만으로도 '미옥'은 수많은 여성들의 로망 결정체가 아닐까. 이안규 감독이 '미옥'을 시작한 계기는 의외로(?) 단순했다. "어떤 멋진 여자, 멋진 여성 캐릭터를 보고 싶단 일차원적인 충동" 때문이었다. 누아르의 낭만이자 상징인 담배를 물고 리볼버 권총을 겨누고 있는 김혜수의 서늘하고 쓸쓸한 모습이 담긴 '미옥'의 해외 포스터가 바로 그가 생각한 키이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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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규 감독은 "영화를 만들려 할 때 출발지점이 사람마다 다 다르다. 아이템에서 올 수도 있고, 어떤 한 장면이 떠올라서 만들 수도 있는데 저는 여자가 봐도 멋진 여자, 남자가 봐도 멋진 여자의 모습을 떠올렸고 그 이미지를 갖고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미지를 떠올린 뒤엔 그녀가 놓인 상황과 설정들을 만들어나갔다. 중요한 건 이 여인이 톰보이나 팜므파탈처럼 특정한 이미지로 그려져선 안 되고, 어두운 세계에서 만들어진 삶을 살던 여인이 탈출하는 과정을 보여 주고 싶었단 감독이다.

그렇게 탄생한 나현정 캐릭터지만, 그가 운영하는 헤어살롱 라떼뜨는 환락과 범죄의 온상이며 남성을 위한 성적 소비가 이뤄지는 곳이고 나현정의 꿈과 욕망을 대변하는 것이 아들이란 존재로 드러나 결국 표면적인 모성애로 귀결된다는 것은 다소 전형적이고 아쉬운 부분이다. 이에 감독은 "라떼뜨의 장면들은 선정성에 기대려 한 게 아니라 개념적으론 여기서 남자들이 당했고, 이게 발단이 돼 현정을 둘러싸고 옭아매는 상황을 만들고 싶었다"며 모성 코드 역시 현정이 추진력을 얻는 장치로 그려지지 않도록 노력했는데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모성에 기대려고 했던 게 아닌데, 모성애라는 것이 굉장히 거대한 개념이라 조금만 가해져도 모성애가 존재한단 자체에 포커싱이 가지더라"며 "결국 영화를 소개하는 방식과 이 영화의 정보를 접하고 장르적인 시도를 기대한 관객들의 지점이 어긋났던 것 같다"고 솔직하게 의견을 수렴했다. 또한 관객들이 불편함을 느끼거나 어떤 감상을 받았건 이를 존중하고 새겨들으려 하고, 자신이 해명을 하려 해선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작품으로서 관객과 소통하고 설득하려는 감독의 정공법이다.

다만 감독은 누아르 장르의 틀을 빌어 목적한 바는 분명했다. 앞서 말한 멋진 여성 캐릭터와 인물들의 보편적이고 사소한 관계와 감정들이다. 더 쉽게 말해 "우리가 늘 알고 있지만 잊고 사는 감정들이다. 좋게 말하면 순수한 감정들, 나쁘게 말하면 상투적인 감정들을 그리고 싶었다"는 감독은 "누굴 사랑하고 좋아하고 모멸감을 느끼고 하는 등 누구나가 갖는 감정들이 작은 이유들로 뒤틀리고, 하나의 관계가 무너지면 연쇄적으로 또다른 관계들이 무너진다. 마냥 설렘이나 사랑 등의 감정이 아니라 장르 안의 닳고 닳은 인물들의 힘을 빌려 드러내고 싶었던 것 같다"고 했다.

어쩌면 우리가 가장 쉽게 말하는 감정들이 가장 어려운 감정들인 것 같다고. 그랬기에 감독이 표현하고 싶은 현정과 아들의 관계 역시 일상성이 배제된 여인이 어색한 모성을 대면하는 순간에서 멈추고 싶었단 감독이다. 현정과 아들의 관계는 어색하고 낯선 상황 속에서 감정이 싹트는 순간 멈춰지길 바랐고, 사실 현정이 아들의 존재보다 오랜 시간 연대한 상훈에 더 관계성을 느꼈겠지만 이를 파괴하고 더 많은 것을 요구하기 시작한 상훈으로 인해 이야기의 균열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그래서인지 '미옥'은 여성 중심 누아르라고 해도 철저하게 '수컷들의 세계'에 놓인 여성이 자신의 욕망 혹은 꿈을 지키기 위해 최후의 사투를 벌이고, 폭주하는 남성들에 맞서는 김혜수의 액션과 감성은 냉혹하면서도 어쩐지 애달프기까지 했다. 감독은 "현정의 삶 자체가 지쳐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어두운 세계에 놓여 있던 인물이 양지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어떨까. 평범하게 살고 싶은 꿈에 대한 욕망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현정뿐만 아니라 모든 인물이 그런 결핍과 상처와 욕망이 있었다. 특히 나현정을 향한 결핍과 애정, 집착과 배신 등의 감정의 폭주로 극의 갈등을 유발하고 증폭시키는 상훈에 대해선 "현정에게 사랑받고 싶고, 제 감정을 알아줬으면 좋겠고 사랑하기에 갖고 싶은 감정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인물들에게서 씁쓸하고 비장하면서도 정서적인 공감의 순간들을 담으려 했던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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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규 감독은 사실 긴장을 안 하는 성격이고, 담담하려 해보지만 첫 작품의 개봉을 앞두고 긴장도 되고 걱정도 된단다. "이러다 제 명에 못 살겠다"고 농섞인 넋두리를 해보기도 했다. 어떤 관객의 평가를 받게 되건 분명한 건,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행위를 결코 허투루,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는 것. 그는 "영화를 만드는 건 나 자신을 성숙시키는 것도 포함됐다. 앞으로도 제가 가진 감정과 발상을 솔직하고 최선을 다해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한 어떠한 장르를 하든지 그 장르 속에 신선하고 생경한 시도를 해보고 싶고, 그 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을 경솔히 다루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분명 '미옥'이란 시도 자체만으로도 감독의 용기와 패기는 입증될 터. 그리고 분량과 비중에 상관없이 어떤 캐릭터든 이야기 속에서 등장과 퇴장만큼은 성의 있게 다루고 싶단 감독의 목표는, 그 내면의 따뜻한 인간미와 배려심을 엿보게 했음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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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조혜인 기자, 영화 '미옥'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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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연예계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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