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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뷰] '미옥'은 완벽하게 처절하고 아름다운 멜로 누아르였다
2017. 11.10(금) 10:27
영화 미옥 리뷰
영화 미옥 리뷰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이것은 완벽하게 처절하고 아름다운 멜로 누아르다.

11월 9일 개봉된 영화 '미옥'(감독 이안규·제작 영화사 소중한)은 범죄조직을 재계 유력 기업으로 키워낸 2인자 나현정(김혜수)과 그를 위해 조직의 해결사가 된 임상훈(이선균), 그리고 이들에 덜미를 잡힌 검사 최대식(이희준)이 서로 다른 각자의 욕망을 지키기 위해 물고 물리는 전쟁을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 누아르다.

남초 현상 강한 한국 영화계에서 늘 소모적으로 쓰이던 여성 캐릭터를, 심지어 '수컷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남성 누아르의 중심에 세운 것은 분명 파격적 시도다. 게다가 그 중심 인물이 이름만으로도 브랜드가 되는 김혜수라는 것만으로도 '미옥'은 수많은 여성들의 로망 결정체가 아닐까.



하지만 막상 '미옥'의 서사는 나현정이 주도하지 않는다. '아름답고 잔인한, 미옥'이란 타이틀로 기대해봄직한 일대다수를 향한 무자비하고 잔혹한 여성 누아르 액션도, 앞서 국내영화 '악녀'를 비롯해 해외의 '니키타' '킬 빌' '한나' 등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극 중 나현정이 운영하는 헤어살롱 라떼뜨는 환락과 범죄의 온상이며, 남성을 위한 성적 소비가 이뤄지는 곳이다. 범죄 조직의 실질적 2인자, 이른바 언더보스에 오른 여성의 전략이 고작 창녀 출신 세컨드란 설정과, 라떼뜨에서 관리된 조직원들(여성들)을 이용해 섹스비디오로 상대를 협박하며 지위를 높여왔단 설정은 '센 언니의 파격 여성 누아르'를 기대한 관객들에게 다소 실망스러운 지점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나현정의 꿈과 욕망이 아들의 존재로 발현되며 결국 표면적인 모성애로 귀결돼, 여성이 지닌 전형성을 벗어나지 못한 아쉬움을 준다.

결국은 여성이 소비된 영화가 아닌가 싶은 이때, 인물의 내면과 감성을 구현하는 내러티브가 기존 장르와는 결을 달리하는 연출 방식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관점을 달리 하면 '미옥'은 분명 새롭고 치명적인 누아르로 다가온다.

나현정은 표면적으론 고풍스러운 헤어살롱을 운영하는 원장으로 매력적인 은발과 우아하고 세련된 패션이 말해주듯 고결하고 아름답지만, 그 이면엔 비인간적이고 지저분한 방식으로 남성을 옭아매고 농락한다. 그러면서도 정화된 삶을 꿈꾸는 욕망이 숨어 꿈틀된다. 하지만 그 욕망의 실현을 향하고자 하는데 있어 현정의 캐릭터는 결코 남성 의존적이거나 수동적이지 않다.

그는 오히려 여성들과 연대한다. 자신을 돕는 조력자 김실장(안소영), 웨이(오하늬)가 바로 그렇다. 그들과 관계성을 맺고 오히려 20년간 한 번도 만난 적 없던 아들의 존재는 현정을 당혹스럽게 하는 장치로 작용된다. 하지만 그 아들의 존재로 인해 현정이 꿈꿨던 욕망은 평범한 삶이었음이 드러난다. 그리고 꿈을 지키기 위해 위태로워지는 인물의 변모를 보여주는 것.

현정으로 인해 조직의 해결사가 된 상훈은 온갖 천박하고 더러운 일과 살육도 서슴없이 저지르는 인물로 가장 끈적하고 음습한 누아르풍 인물의 전형이다. 하지만 그 이면은 나현정이란 꿈을 꾼 낭만주의자이며 가엾은 로맨티스트다. 이는 일반적인 누아르 장르의 남성 캐릭터들의 외형과는 철저히 반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특히 그의 캐릭터성을 대변하는 개농장이 말해주듯, 인육을 먹는 투견들이 잔혹함을 더하는 반면 버려진 유기견들의 상처와 고통이란 양면을 지녔다. 그랬기에 나현정을 향한 결핍과 애정, 집착과 배신 등 감정의 폭주로 극의 갈등을 유발하고 증폭시키며 표면적 서사를 이끌어가는 건 결국 상훈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상훈 역시 파멸로 치닫는 감정적 서사 속에서 자신이 스스로 망가뜨린 꿈, '나현정'을 향한 들끓는 애정을 놓지 못하고 그렇게 맞이한 최후는 더욱 안쓰럽고 강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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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미옥'은 여성 중심 누아르라고 해도 철저하게 '수컷들의 세계'에 놓인 여성이 자신의 욕망 혹은 꿈을 지키기 위해 최후의 사투를 벌이고, 폭주하는 남성들에 맞서는 이야기다. 그렇기에 김혜수의 액션과 감성은 냉혹하면서도 어쩐지 애달프게 여겨진다. 특히 지친 눈빛과 허망함으로 엔딩을 맞는 그 모습은 비로소 이 극이 왜 '미옥'일 수밖에 없었는지를 말해준다.

또한 '미옥'의 서사와 인물의 구현, 그 바탕엔 인간의 감정과 관계성에 대한 사소한 비틀림으로 인해 야기되는 처절한 댓가를 보여 준다. 아픔과 결핍이 있는 인물들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지만 각자의 욕망으로 엇갈리고 최악의 최후를 맞이하게 되는 것. 상훈과 현정의 관계성만 집중한다면 이처럼 처절한 멜로 감성이 휘몰아치고, 이를 누아르의 장르를 빌려 그려냈다고 하면 이보다 더 강렬하고 끔찍한 사랑 이야기가 또 어디있을까 싶다.

광기로 치닫고 있을 때도 외롭고 괴로워 보였던 잔혹한 로맨티스트 이선균은 공허하고 애달픈 극의 밀도를 완성했고, 김혜수는 극의 장르 서사 구도 연출 정서를 차치하고 오직 '미옥'으로 존재하며 처염하게 타올랐다. '미옥'의 원제였다는 '소중한 여인'은 어쩌면 이들의 엇갈린 멜로를 은유하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미옥' 포스터,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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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연예계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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