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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우가 사는 오늘이라는 가치 [인터뷰]
2017. 11.20(월) 09:22
도둑놈 도둑님 지현우 인터뷰
도둑놈 도둑님 지현우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윤혜영 기자] 틈만 나면 장난치고 싶어 안달이 난 듯한 얼굴. 배우 지현우가 가진 인상과 화술은 '비즈니스'란 경계심을 단번에 허물어버릴 만큼 친근했다. 다만 그에게서 발견한 다른 가치는 30대 중반이라는 꽤 먹어버린 연식이었다. 이를테면 계절 변화가 눈에 들어오고, 좋은 나무가 궁금해지는. 속된 말로 '아날로그 아재' 감성이 장착된 그는 어느 산 속, 달관한 스님과도 같았다.

MBC 주말드라마 '도둑놈, 도둑님'(극본 오경훈·연출 이재동)을 막 마친 지현우(장돌목 역)는 "아직 멍한 상태"라고 했다. "그것만 바라보고 6개월을 했다가 딱 없어지니까. 예전에는 정신없이 연달아 다음 작품을 하거나, 매일 사람들을 만나서 놀았는데 지금은 끝나고 딱 비니까 멍하다"는 소회였다.

특히 그는 "작품이 재밌었지만 안타깝기도 했다"며 한석규가 했던 '제 연기를 보면서 만족할 날이 있을까요?'란 말을 인용했다. "만족할 수 있는 연기가 나올 순 없는 것 같아요. 왜냐면 그 주에 녹화를 다 하잖아요. 한 주에 영화 한 편을 찍는 건데 퀄리티가 영화처럼 나올 순 없죠. 그래도 '그 안에서 어떻게 뽑아내서 시청자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연기를 하느냐' '그런 작품을 만들어내느냐'가 포인트인 것 같아요."



물론 퀄리티 욕심에 스트레스도 받았다는 그다. "덜 자더라도 더 잘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 "미니시리즈는 항상 밤샘 촬영을 하는데 주말드라마는 12시 전에 끝난다. 저는 12시를 넘어서더라도 좋은 퀄리티를 원하는 스타일인데 이쪽 분야에서는 제 욕심인 거다"는 한탄이었다.

그는 스스로를 "워낙에 일에 집착한다"고 정의했다. 장난치고 싶고, 같이 놀고 싶은 본래 성격을 꾹 참고 일에만 집중한다고. 이는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에도 적용됐다. 대중의 공감을 얻기 위해 그는 일반 사람들의 일상을 직접 관찰하는 작업을 거쳐왔단다.

"예를 들어 '송곳' 찍을 때는 녹음기를 켜 놓고 마트를 계속 돌아다니는 거예요. '뭐가 힘들지? 아 웃지를 않으시네. 그럼 어쩔 때 웃지?' 관찰하고, '원티드' 할 때는 강력반 찾아가서 체험하고, 이번 '도둑놈, 도둑님'에서는 펜싱 때문에 경기장에 찾아갔죠. 도둑을 만날 순 없었고요.(웃음) 계속 상상하는 거죠. 친일파 독립군이면 어땠을까. 그 당시에 영화 '박열'이 나와서 봤는데 '박열이 현시대에 살고 있다면?' '내가 장돌목이라면?' 박열 같은 이미지에서 유쾌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갔어요."

티브이데일리 포토

2003년 KBS 20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지현우는 어느덧 15년차, 34살이 됐다. 그는 굳이 강조하지 않으려 했지만 "30대 되니까 주변에 사람이 없다"며 "자기 합리화인지는 모르겠지만 영화는 혼자 가는 게 집중이 잘 된다" "드라마 끝났으니 여행을 가볼까 하는데 혼자 갈 거다. 친한 친구랑 두세 번 가 봤는데 스타일이 안 맞는다" "요즘 결혼식을 보면 왜 자꾸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면서 '30대 혼자남'의 '웃픈' 에피소드들을 꺼내놨다.

그러나 "외로운가 보다" 단순히 웃고 넘기기엔 그 속내에는 나름의 낭만이 있었다. 지현우는 스트레스를 풀려 명상도 자주 하고, 서른 두 살 쯤부터는 갑자기 템플 스테이를 찾기 시작하면서 스님과의 대화도 하게 됐다고. "정체성을 찾게 되는 시기가 있는 것 같아요. 20대 때의 나를 돌아보게 되는. '당당함이 왜 없어졌지?' '내 색깔은 무엇일까'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뭐지?' 그 질문은 지금도 매일 하는 것 같아요."

지현우는 힘들 때 자기 자신하고 얘기를 많이 나눈다고 했다. 심지어는 혼자 등산을 하면서 혼자 1인 2역을 한다고. '야 힘들어?' '아니야. 괜찮아' 직접 말을 내뱉고, 휴대폰에 이를 녹음하기도 한단다. "어느 날 차에서 블루투스로 음악을 틀었는데 음성녹음으로 넘어 간 거다. 친구들이 내가 혼자 말하는 걸 듣더니 '힘들면 얘기해'라고 하기도 했다.(웃음) 어디에 얘기해도 해소 안 되는 게 있지 않냐. 가족한테도 안 되고 친구는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안 되는. 고민은 혼자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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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번뇌 끝에 얻은 건 '현재에 충실하자'였다. 명상을 하는 그 시점에 제일 많이 들었고, 제일 많이 봤던 얘기라고. "휴대폰 바탕화면도 그 말이다. 과거나 미래에 집착하지 말고, 지금 현재를, 지금 이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충실하게 살자는 거다. 근데 그게 가장 어려운 거 같다"면서 "항상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아니냐"는 너스레다.

"정말 현재에 충실하게 살려고 했던 거 같아요. 그러다 보니 한 해가 갔네요. 실제로 되게 즉흥적인 편이에요. 락 음악하는 사람들의 특징일 수도 있어요. 계획적으로 사는 플랜맨들을 부러워하죠. '어떻게 저렇게 하지?' ('도둑놈, 도둑님'에서 호흡을 맞춘) 서현 씨하고는 약간 반대죠. 그 친구는 되게 배워야 되고, 뭔가를 해야 되는 스타일이더라고요. 달라서 끌어낼 수 있는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지현우는 공감이 가는 배우를 꿈꿨다. 그는 "송강호 선배님 작품을 보면 연기가 크게 확확 다르지 않아도 '저 사람이 왜 저럴까'에 대한 공감이 있지 않냐. 그런 게 참 좋은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신뢰가 있는 배우가 됐지 않냐"며 "선배님들이 항상 '답은 대본 안에 있어'라 하신다. 그 안에서 답을 찾아내서 보는 시청자들이 따뜻해지는 배우가 되고 싶은 게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시간이 갈수록 내놓는 작품들이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그거 같아요. 시청자분들의 감성을 유지시켜 주는 것. 내가 살아 있다고 느낄 수 있는 감정이나, 내가 이 대본을 읽었을 때 흐르는 뜨거운 걸 시청자들이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하는 거요."

[티브이데일리 윤혜영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드림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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