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법정' 최리, 잘 자라고 있습니다 [인터뷰]
2017. 12.11(월) 06:00
마녀의 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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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처음은 서툴지만 특별하다. 하지만 처음에 느꼈던 아쉬움은 일이 반복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진다. 배우 최리는 그러한 아쉬움을 조금씩 편안함으로 바꿔가며 성장하고 있었다.

최리는 최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마녀의 법정'(극본 정도윤·연출 김영균)에서 여성아동범죄전담부의 수습검사 서유리 역을 맡았다. 서툴지만 점차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준 서유리는 사랑스러운 매력을 내뿜는 인물.

최리는 "드라마가 잘 돼서 너무 만족스럽다. 함께 했던 모든 분들이 끝까지 지치지 않고 활기찼다"고 '마녀의 법정' 종영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최리는 스스로의 연기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말했다. 그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단호하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최리는 막내 검사 서유리에 캐스팅 직후부터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검사를 연기하기에는 어리게 생긴 외모 때문이었다. 최리는 "어리다는 얘기를 너무 많이 들었다. 그렇지 않다고 서유리는 튀는 캐릭터인데, 내가 스며들지 못 하고 튀어보일까봐 걱정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특히 최리가 가장 크게 걱정했던 건 서유리가 가해자를 취조하는 장면. 그는 "검사로서의 면모를 보여줘야 하는 장면이었다. 그런 와중에 신입 검사의 풋풋하고 서툰 느낌도 살려야 했다. 그 두 가지 느낌을 갖는 것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최리는 "내가 고민이 많았다는 게 연기에서 드러나더라. 내가 보기에 아쉬웠다"고 더욱 혹독한 평가를 내렸다. 자신감을 잃었던 스스로에 대해 "조금 더 여유롭게 연기하면서 디테일한 부분을 잘 살릴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 했다"고 꾸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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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김영균PD는 최리에게 믿음을 심어줬다고 했다. 최리는 "어리게 보이는 것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는데, 감독님이 '너를 뽑은 이유가 그런 느낌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씀해주셔서 중심을 잡고 연기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최리를 도운 건 감독 뿐만이 아니었다. 촬영장에서 막내였던 최리를 위해 '마녀의 법정' 출연 배우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도움을 줬다고. 최리는 "다들 너무 많이 예뻐해주셨다. 이런 현장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싶다"며 "김재화 선배님은 내가 힘들어할 때 직접 전화해주셔서 상담해주셨고, 전익령 선배님은 디테일한 부분에 대한 조언을 잘 해주셨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정려원 윤현민 김여진 등 선배 배우들을 언급하며 한 명 한 명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최리는 선배 배우들에게 먼저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 촬영이 시작되기 전 장면들에 대해 상담을 청하기도 했고, 고민되는 부분을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또한 그는 배우로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연기를 대하는 태도 등에 대해서도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저는 무용과 출신이니까 연기를 전공하지 않았다는 걱정도 있었어요. 주변에 연기를 하는 지인들도 많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현장에서 만난 선배님들께 연기에 대한 질문을 많이 했어요. 선배님들께 듣는 말들이 참 값져요. 잊지 못할 말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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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용과 교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꿨던 최리는 고등학생 때까지는 연기와 전혀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그러다 우연히 조정래 감독이 고등학교 3학년의 최리를 발견했고, '귀향'을 제안했다. 연기자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최리는 조정래 감독의 제안을 단번에 거절했다. 하지만 스무살이 되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꿈을 꾼 최리는 '귀향'과 운명처럼 다시 만났다. 그렇게 한국무용과 학생 최리의 연기 생활은 시작됐다.

"'귀향'을 만나고 인생이 바뀌었다"는 최리는 길었던 촬영 기간 동안 특별한 경험들을 했다. 조정래 감독과 함께 제작비를 벌기 위해 살풀이 공연을 다녔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만나기 위해 나눔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고통의 과정을 느껴보라고 그런 시간들이 있는 것 같았다. 힘들 때마다 '할머니들은 더 힘드셨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참았다"고 말했다.

최리는 "위안소 세트장에 혼자 들어가있기도 했고, 집에서도 불을 끈 채로 지냈다. 그 상황과 감정을 직접 체험해보려고 했다"며 첫 연기였고, 배운 적이 없었기에 자신을 캐릭터에 그대로 내던지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그렇게 혼자 고군분투하며 연기를 터득해나갔던 첫 작품 '귀향'에 대해 "다시는 그렇게 못 할 것 같다"며 손사래를 쳤다.

'귀향'만 촬영하고 다시 한국무용과 학생으로 돌아가려 했던 최리의 계획은 한 순간에 무너졌다. 시사회에서 자신의 연기를 처음으로 스크린을 통해 본 뒤 엄청난 희열을 느낀 그는 "다른 작품을 또 해보고 싶어지더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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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시작한 연기 생활을 본격적으로 이어나가는 일은 녹록지 않았다. 오디션에서 수도 없이 좌절했고, 절실함은 커져갔다. "연기에 대한 개념도 아직 안 잡힌 것 같다"며 한탄하는 최리는 자신만의 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었다. "제 연기 노트, 오디션 노트가 있어요. 연기 노트에는 모니터를 하고 고쳐야할 점들을 적고, 오디션 노트에는 오디션장에서 들었던 코멘트들을 적어요. 한 번 써놓으면 마음에 오래 남더라고요."

혹독한 반성의 시간을 보내며 스스로를 담금질 할 줄 아는 최리. 그는 "2017년은 배우로서 많은 걸 반성할 수 있는 해였다. 내년에는 부족한 점을 보완해서 반성하는 시간이 좀 짧아졌으면 좋겠다"며 미소지었다. 그의 표정에서는 연기자로서 답을 찾을 때까지 노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당찬 의지가 엿보였다.

[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조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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