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밤' 김무열, 저잣거리 광대의 삶을 꿈꾸다 [인터뷰]
2017. 12.12(화) 11:01
영화 기억의 밤, 김무열
영화 기억의 밤, 김무열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묵묵하게 필모그래피를 쌓아오던 김무열이 영화 '기억의 밤'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단면을 드러냈다. 때로는 둘도 없이 착한 형의 미소로, 때로는 마음 속 상처를 깊이 감춘 날카로운 눈빛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한 김무열을 만났다.

최근 개봉한 '기억의 밤'(감독 장항준)은 납치된 후 기억을 잃고 변해버린 형 유석과 그런 형의 흔적을 좇다 자신의 기억조차 의심하게 되는 동생 진석(강하늘)의 엇갈린 기억 속 감춰진 살인사건의 진실을 담은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다. 김무열은 유석 역을 맡아 모범생 '엄친아'와 카리스마를 뽐내는 미지의 인물을 오가는 극단의 연기를 펼쳤다.

"장항준 감독님, 그리고 상대 배우 강하늘에 대한 믿음이 컸다"며 말문을 연 김무열은 "'내 가족이 낯설다'라는 설정과 이로 인해 벌어지는 이야기가 흡입력 있었다"고 말했다. 스릴러 장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이 시나리오는 한 번에 읽었고, 후반부에 모든 이야기가 맞물리는 것에 스릴러 장르 특유의 쾌감을 느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또한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 유석은 반전의 유무에 따라 성격이 뒤집히듯 바뀌는 인물이었다며, "많은 것들을 포괄적으로 담아낼 수 있기에, 배우로서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였다"는 그다.

유석은 극 초반에는 못하는 게 없는 비현실적인 착한 '엄친아' 형으로 등장하지만, 반전이 공개된 이후로는 나름의 아픔을 안고 성격이 뒤바뀌는 인물이다. "유석이 살아온 기구한 인생사가 캐릭터 전체를 아우르는 힘이 됐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아픈 과거 이야기가 있었기에 매 장면 집중해서 연기할 수 있었다"는 김무열은 입체적으로 성격이 변하는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첫 촬영 당시 공을 들여 캐릭터의 톤을 설정했다고 했다. 초반부의 '엄친아' 유석, 그리고 반전이 밝혀진 후 성격이 바뀌어 버리는 유석의 모습은 대척점에 놓여있지만, 첫 촬영에서 제대로 톤을 잡고 나면 남은 장면들은 단지 매 신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모든 문제가 술술 풀렸다는 것이다.

특히 장항준 감독은 캐릭터의 양면성을 놓고 고민하는 김무열에게 큰 힘이 돼줬다고. "감독님은 평소 일방적으로 지시를 하기보다는 배우, 스태프들과 모든 의견을 나누는 편이다. 귀가 얇은 것 아니냐고 주위에서 농담을 할 정도"라며 새벽 3시에 스태프들의 건의 문자를 받고 답장을 하는 등 격 없이 스태프들을 대하는 장항준 감독을 향한 칭찬이 이어졌다. 김무열은 특히 촬영 중 강하늘과 함께 만든 애드리브 대사를 언급하며 "애드리브를 허락하신 것 자체가 배우들의 선택을 존중해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장항준 감독을 향한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춘 강하늘 역시 그에게는 고마운 존재라고. 김무열은 "하늘이와 나는 둘 다 서로 배려하고 눈치를 보는 성격이다. 나쁜 상황을 서로 안 만들려 하니 서로에게 요구가 없어서 좋았고. 각자 준비를 많이 해와서 연기를 맞춰보기만 하면 됐으니 몸도 마음도 편했다"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강하늘과 뮤지컬 무대에서 여러 번 함께 공연을 한 바, 소위 '손발이 오그라드는' 친한 척을 해야 하는 연기도 술술 풀어나갈 수 있었다는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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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열은 이번 작품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다. 텍스트를 해체하듯 분석하고 복잡한 캐릭터를 설정하는 작업부터 시작해 유석만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기 위해 체중 감량에 나섰다. 또한 바퀴가 터진 차량을 몰고 위험천만한 액션신을 찍는 등 몸을 아끼지 않았다. "작품을 통해 대중 앞에 서는 사람이 곧 배우이기에, 매번 책임감을 안고 연기에 임한다"는 그의 말에서 연기에 대한 욕심과 책임감이 묻어났다.

"공인은 아니지만, 대중 앞에 서는 사람이라는 책임감을 피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선택을 당해야 일할 수 있다는 압박감도 늘 존재하고요. 엄청난 스트레스지만, 그런 압박감과 책임감을 떨쳐낼 수 있는 건 결국 좋은 연기라고 생각해요. 배우란 작품을 통해 말해야 하는 사람이니까요."

"저잣거리 광대들처럼 가볍고 유쾌하게 살고 싶다. 배우는 그래야 한다"며 소신을 밝힌 김무열. 그는 "연기할 때만큼은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머리를 가볍게 하려 한다. 그래야 연기가 잘 된다. 내 이야기는 인간 김무열로 돌아왔을 때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중들이 인간 김무열을 만나기 시작하면 생겨날 이미지들이 작품 속 캐릭터를 흔들리게 할 것을 우려하며 최근에는 SNS 활동도 일절 하지 않는단다.

그런 그가 새해를 앞두고 세운 앞으로의 버킷리스트는 바로 여행과 공부라고. 현재 촬영 중인 드라마 '나쁜 녀석들: 악의 도시', 영화 '인랑'을 끝마치고 나면 꼭 여행을 떠나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겠다는 그는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꾸준히 많은 것들을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특히 시사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싶다. 시사라는 게 결국 지금 살아가고 있는 우리 사회에 대한 이야기니까. 수많은 이야기들을 듣고 고민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현실이지만, 계속해 세밀한 관심을 기울이고 싶다"는 솔직한 이야기를 꺼내놓는 그의 다음 행보에 기대를 걸게 되는 것은 자못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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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메가박스 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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