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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밤', 장항준 감독이 풀어놓은 이야기 보따리 [인터뷰]
2017. 12.13(수) 07:07
영화 기억의 밤, 장항준 감독
영화 기억의 밤, 장항준 감독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이야기꾼' 장항준 감독이 충무로에 돌아왔다. "9년 만의 귀환이라고 하니까 남들은 내가 그동안 불쌍하게 산 줄 아는데, 나름 바쁘게 지내며 돈도 잘 벌고 있었다"며 너스레를 떠는 그의 모습은 자못 활기 넘쳤다.

신작 '기억의 밤'(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을 내놓기까지 9년, 상업 영화를 내놓기까지는 꼬박 14년이 걸렸다. 마치 엄청난 공백기를 보낸 것 같지만, 사실 장항준 감독은 '싸인' 등 드라마 네 편의 극본을 썼고 영화 '끝까지 간다'의 각색을 맡았으며, 연극 한 편과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특집 프로그램 '무한상사'를 연출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냈다. "남들은 15년씩 걸릴 일을 9년 만에 해내면서 영화까지 만든 셈"이라는 그의 농담이 무색하지 않았다.

영화는 화목한 네 식구가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하며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에서 출발한다. 못 하는 게 없는 모범생 형 유석(김무열)과 그를 동경하는 동생 진석(강하늘)은 끈끈한 우애를 자랑하는 형제다. 하지만 이사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유석이 괴한에게 납치당하고, 19일 만에 납치 당시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 상태로 돌아오는 사건이 벌어진다. 형이 집으로 돌아온 이후, 진석은 갑자기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이는 형 유석에게 의심을 품기 시작한다. 그가 가족을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안락한 집은 더 이상 안전할 수 없는 공간으로 변한다.

'기억의 밤'은 2014년의 끝자락, 술자리에서 오고 간 대화의 끝을 잡고 시작된 영화다. 장항준 감독은 "친구의 사촌 형이 가출했다가 집으로 돌아왔는데, 오랜만에 보니 사이가 서먹해지고 사람이 이상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영화적인 설정들을 더해 지금의 영화를 만들게 됐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시나리오를 쓰는 데만 꼬박 1년이 걸렸단 장항준 감독은 극에 1997년이라는 특수했던 시대적 배경을 설정하고 미술, 소품 등 하나하나를 신경 쓴 섬세한 연출을 통해 당시 시대상을 고스란히 스크린 위로 옮겼다.

그는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를 "현대사회에서 가장 빨리 가족 해체가 벌어진 시기"라고 설명했다. 자본의 논리에 의해 가족이 붕괴되는 가장 비극적인 상황이 벌어졌던 시기이고, 그 아픔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 현재 진행형으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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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가 가득한 영화 속 분위기를 살릴 젊은 두 배우로 강하늘 김무열을 캐스팅한 것에 감독은 흡족함을 드러냈다. '동주'에서 주인공 윤동주 시인 역을 맡아 내면으로 침잠하는 분노를 표현한 강하늘, 선과 악을 모두 담은 듯한 양면적인 얼굴을 가진 김무열은 그가 찾던 진석, 유석 역에 꼭 어울리는 이상적인 배우들이었다고. 장항준 감독은 "그 나이 대 배우들 중 가장 연기를 잘하는 배우와 작업을 하고 싶었다. 어쩌면 내가 도움을 받고 싶어서, 배우들의 상승세에 편승하고 싶었던 마음일지도 모른다"며 농담을 던지면서도 배우들을 향한 애정과 감사를 드러냈다.

그가 공을 들인 또 다른 부분은 스릴 넘치는 카체이싱 장면이 포함된 추격신이다. 진석이 형 유석의 존재를 의심해 그를 미행하고, 반대로 유석이 모종의 이유로 인해 진석을 추격하는 등 밤을 배경으로 여러 차례 등장하는 추격신이 배우들의 몸을 던진 열연을 바탕으로 실감 나게 그려진 것. 특히 유석 역의 김무열이 펑크 난 타이어를 단 승합차를 몰고 진석을 추격하는 장면은 영화의 백미다. 장항준 감독은 이에 대해 "예산이 정말 적었는데, 무술감독의 아이디어와 노하우로 지금과 같은 액션신을 찍을 수 있었다. 다른 영화 같았다면 8차선 도로를 차단하고 엑스트라 차량으로 거리를 채웠어야 하지만, 우리는 모두 몸으로 때웠다"며 스태프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이처럼 미스터리한 분위기, 스릴러 장르를 표방하기 위해 캐스팅부터 연출까지 공을 들인 영화지만, 장항준 감독은 "스릴러가 '기억의 밤'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나쁘게 말하자면 '스릴러'로 호객행위를 한 셈이다. 스릴러 장르가 영화의 목표는 아니었고 상업적인 코드, 영화적인 코드로서 필요했었다"는 솔직한 이야기를 꺼낸 것. 거대한 반전을 위해 영화의 앞부분에서는 스릴러적인 요소가 꼭 필요했고, 더불어 극 초반에 등장하는 하우스 호러 장르를 연상케 하는 기묘한 집안 분위기, 섬뜩한 소리 효과 등도 반전을 극대화하기 위한 의도적인 장치였단다. "종합선물세트 같은 구성이니, 많은 것을 담고 있는 만큼 흥행이 잘됐으면 좋겠다"는 농담도 함께 덧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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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을 거쳐 영화감독으로 귀환한 만큼 "끝났나 싶었던 영화 인생이 다시금 시작됐다"며 영화의 개봉을 기뻐한 장항준 감독. 그는 앞으로도 꾸준히 스크린을 통해 대중들에게 인사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특히 "오랫동안 영화를 하고 싶다"는 그는 "이미 써 놓은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의 시나리오가 하나 있고, 새로운 아이템도 하나 있다"며 의욕을 보였다. 매순간 창의적이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들로 가득한 그의 세계는 언제나 기다릴만한 가치가 있었기에, 그의 다음 행보 역시 유쾌한 기대를 품게 했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메가박스 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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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기억의 밤 | 장항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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