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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비' 정우성, 이토록 좋은 사람일 수 있다는 건 [인터뷰]
2017. 12.13(수) 12:24
영화 강철비 정우성 인터뷰
영화 강철비 정우성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좋은 사람, 좋은 배우라는 주변의 평가가 오히려 무섭다는 정우성에게서 그가 얼마나 선한 사람인지 느껴졌다. 그는 UN 난민기구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접한 난민들의 절박한 처지와 고통을 깊이 통감했고, 대형 기획사의 수장이 되어서도 이익이 우선이 아닌 그가 겪은 경험들을 후배, 동료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자신을 완성해가는 과정을 걷고 있다고 겸손인 그는 얼마나 깊은 온기와 선함을 가진 사람인지.

정우성은 12월 14일 개봉될 영화 '강철비'(감독 양우석·제작 모팩앤알프레드)에서 북한 쿠데타로 위기에 처한 권력 1호를 데리고 남한으로 피신하는 북한 정예요원 엄철우로 분했다. 남루한 행색과 앙상한 체구로 빠르고 거친 평양 사투리를 내뱉는 모습이나, 미사일 폭격으로 초토화된 현장을 바라보는 허망함과 두려움, 그리고 전쟁 위기를 막기 위한 처절한 액션까지. 정우성은 이질적이지만 결코 낯설지 않은 인물로 완벽하게 존재했다. "겁 없이 도전했다"고 웃어 보인 그는 "북한 사람을 연기하는 이질감은 없었다. 하지만 대중이 가진 정우성이란 선입견을 깨야 했고, 많은 심리적 작용을 일으켜야 하는 인물이란 점에서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했다.

그도그럴것이 '강철비'에선 '잘생김'을 철저히 배제한 깡마르고 눈빛만 살아있는 야수 같은 이미지의 정우성을 보는 묘미가 있었다. 때론 미남 배우란 이미지가 배우로선 부담이 된다고 사실대로 털어놓은 그는 "제가 지닌 장점일 수 있지만, 대다수 작품에선 장점이 될 수 없기에 이미지의 충돌 없이 캐릭터를 소화하는 것이 제게 주어진 또다른 숙제인 것은 틀림없다"고 했다. 또한 지난 24년여 배우 활동을 하며 겁 없이 여러 캐릭터들을 맡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신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관점이 다양해지고 조금은 여유롭게 봐주시는 것 같다고.

엄철우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제일 신경 쓴 것은 사투리였다. 외형적인 모습에서 관객의 거부감이 일면 안 됐기에 촬영 쉬는 시간에도 북한 다큐멘터리를 찾아보며 평양 남자가 쓰는 어투와 화법을 익혔단 그다. 액션 또한 기존에 그가 보인 화려한 액션과는 달리 처절한 생존 액션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멋 부린 액션 추임새들을 빼고, 실전 액션으로 몸과 몸이 부딪히는 충격의 강도 등이 전달되길 바랐다"고 귀띔했다.

이쯤 되면 엄철우는 절대적 충성심으로 가득한 성미 사나운 북한 요원같지만, 무뚝뚝하고 절제된 표현 이면엔 가족을 향한 부성과 사람에 대한 온기가 있는 인물이었기에 더욱 안타까운 연민이 일게 했다. 그는 "북한 사람들은 주체사상에 의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살얼음처럼 금방 깨질 수 있는 모습일 수도 있다"며 캐릭터를 예로 들었다. 엄철우는 당의 명령을 받고 조국에 대한 충성심으로 움직이는 듯해도 그가 표현하는 인간적인 고뇌와 신념들은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모습이었다고. 정우성은 "개인의 삶을 돌보지 않는 체제나 사상은 껍데기일 수밖에 없는 거다"라고 견해를 전했다.

그 역시도 가장 뭉클했던 신은 남한의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가 "우린 친구다"라며 엄철우의 수갑을 풀어 제 손에 사이좋게(?) 나눠 차고, 이후 자동차 신에서 "살좀 쪄라"라고 말하는 장면이었단다. 실제 남북의 이데올로기나 신념, 사상 등을 차치하고 이들이 나눈 짧고 뜨거운 동지애는 '강철비'의 또다른 관전 포인트이자 영화가 내재한 메시지 중 하나다. 지드래곤 노래를 목청껏 따라 부르는 곽도원이나, 이를 들으며 질색하는 정우성의 모습은 코믹함을 자아내지만, 종국에 이르러선 애잔함을 더하며 두 사람으로 인해 분단의 아픔을 엿보게 했다. 이에 대해 정우성은 "이런 여러 소소한 감정들을 억지로 강요하지 않아서 더 좋더라"고 했다. 그는 "영화가 처한 무거운 상황들과 사건 속에 두 인물이 놓였지만, 이들이 표현하는 감정들은 인간적인 모습이기에 자연스러운 웃음을 준다. 계획된 웃음이 아니라 살아있는 두 사람의 '케미'로 전달된 것이 감독의 영리한 점"이라고 했다.

정우성은 앞서 양우석 감독의 전작 '변호인'에 투자를 한 인연이 있을 만큼 감독에 대한 깊은 신뢰가 묻어났다. 그는 "'변호인'도 굉장히 좋은 영화였지만, '강철비' 시나리오를 보며 양우석이란 감독이 정말 좋은 작가란 생각을 했다"며 "본인이 세상에 던지려는 영화적 화두가 명확하고 이에 대해 절대 의심을 안 하는 뚝심 있는 감독이다. 이에 대한 확신이 있어 영화 개봉을 앞두고도 초조함이 없으시더라"고 했다. 얘기하고자 하는 방향성이나 화법에 대해 정확한 기술을 가진, 좋은 화자인 것 같단 평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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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양우석 감독이 10여 년 전부터 준비해왔던 '강철비'는 현존 유일의 분단국가에 살며 전쟁 위기가 일상화되고 무뎌져 버린 우리에게 뼈아픈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특히 분단국가의 국민들은 이를 이용해 사익을 취하는 세력들 때문에 더 고통받는단 메시지는 극단적으로 양분화된 작금의 시대에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정우성은 바로 이것이 "영화가 가진 재미"란다. '강철비'가 많은 담론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감을 드러낸 그는 "지금 사회가 양분화되고 분단국가에 무뎌지게 된 건 이를 이용하고 유지하려는 이들이 위기의식을 조장하며 국민을 계속해서 이용했기 때문"이라며 "그러다 보니 남북의 문제를 이성적으로 봐야 할지, 감성적으로 봐야 할지 외면하는 시기에 도달했다. 영화는 이런 우리의 태도를 비추는 거울 같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단순히 배역을 맡는데 그치지 않고 내재된 메시지를 깊이 공감하고 전달하려는 그였다.

어릴 적부터 정우성은 사회적으로 관심이 많은 아이였단다. 어린 나이에 세상에 혼자 튀어나와 맨 몸으로 부딪히며 자신을 찾아가던 아이였으니, 세상의 얼마나 여러 가지 모습들이 걸러지지 않고 제게 왔겠냐며. 그는 "오히려 30대 때는 무뎌졌고 40대가 되면서 열정이 상실된 느낌이더라. 열정은 관심에서 나오지 않나. 어릴 적 나를 돌아보니 지금의 나는 뭐지? 어떤 선배가 돼 있지? 어떻게 나이를 먹은 기성세대가 됐지?라는 생각들을 하게 됐고, 그때 번득 다시 나를 찾은 것 같다"고 했다.

지난 암울했던 시기, 당당히 소신을 지키고 유쾌한 직설화법을 던지며 대중에 존재만으로도 많은 위로가 되어줬던 정우성이다. 최근엔 사격하는 법 패러디로 큰 웃음을 주기도 했는데 그는 능청스럽게도 "제 나이가 어느덧 40대 중반이니까 이젠 패러디를 해도 되는 나이 아니냐"고 했다. 마치 코미디언들이 유명인사들을 성대모사하는 것처럼. 이는 정치적 견해를 전하려 하거나 의식 있어 보이려는 행동은 아니라고 웃어보였다.

험난한 세상을 거치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아름답고 선한 가치관을 확립하고, 뚝심 있는 주관을 가질 수 있으며 많은 이에 좋은 기운을 전달하는 배우 정우성. 그는 인간적으로도 참 멋진 사람임에 틀림없었다.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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