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공감] '연애도시', 부다페스트에 취한 한 여름밤의 꿈
2017. 12.15(금) 10:31
연애도시 로고 및 스틸 컷
연애도시 로고 및 스틸 컷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연애도시'가 이름처럼 아름다운 도시에서 막을 올렸다. 그런데 연애는 빠지고 도시에 대한 잔상만 남았다.

SBS 새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잔혹하고 아름다운 연애도시'(이하 '연애도시')가 14일 밤 첫 방송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일반인 여성 권휘 박슬기 박예영 이서령과 남성 박천경 신정환 채명진 최준혁이 10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함께 생활하며 각자 호감이 가는 상대와 데이트하는 모습, 2달 뒤인 현재 서울에서 일부 멤버들이 재회하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첫 만남 당시 와인과 함께 자기소개를 나누며 어색한 분위기를 풀었던 '연애도시' 멤버들은 현재 서울에서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며 친해진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이서령은 박예영에게 "부럽다. 최종 커플이 돼서. 첫 만남부터 그런 느낌이 있었냐"고 물어봐 '연애도시'를 통해 실제 연인이 탄생했음을 암시해 호기심을 자극하며 프로그램의 의의를 되새기게 했다.

애초부터 '연애도시'는 처음 만난 일반인 남녀 8명이 서로의 과거 사랑 이야기를 속속들이 알고도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지를 관찰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유럽의 과거를 간직한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배경으로 1주일 동안 청춘 남녀 8명이 데이트를 즐기며 가까워지는 모습을 다루고 있다.

특히 프로그램은 상대방의 과거 연애사라는 연인 간 금기처럼 여겨졌던 질문을 시작부터 던진다는 점에서 도발적인 매력을 갖고 포문을 열었다. 출연 입장료로 지난 연인과의 추억이 깃든 물건을 내놔야 하고, 이별 물건의 사연을 여행 마지막 날 공개한다는 규칙과 황혼의 별이 밝으면 서로의 지난 사랑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멤버들은 각자 들은 누군가의 과거 이야기를 숙소에서 다른 동성 멤버들과 공유해야 한다는 규칙 등이 이 프로그램을 시종일관 도발적인 분위기로 유지하게 만들었다.

동시에 '연애도시'는 과거를 포용하고, 이해하는 멤버의 태도와 반대로 과거를 풀어내는 방식 그리고 어떻게 헤어졌는지 자체를 조명했다. 이 과정에서 박천경은 전 연인에게 지나치게 몰입해 자신의 일도 미룰 줄 알았다는 이유로 다정한 남자로 호감을 사기도 했고, 신정환은 자신을 좋아하는 여성의 마음을 알고도 매몰차게 쳐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비호감 대상이 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연애도시'는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을 통해 시청자들의 설렘을 자극하고자 했다. 처음 만난 일반인 청춘 남녀 8명이 고국이 아닌 해외에서 여행하는 것부터 설렘을 증폭시키는 와중에 이들 모두 숙소에 모인 누군가에게 이성적으로 호감을 갖고 대한다는 전제가 가슴 뛰는 긴장감을 유발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그러나 첫 방송의 설렘 뒤에 강한 씁쓸함도 남았다. 가장 큰 이유는 '연애도시'의 포맷 자체가 신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규 편성을 겨냥하는 신규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과거 방송됐던 SBS 교양 프로그램 '짝'의 해외, 청춘 남녀 버전임을 의심케 하는 유사한 구성이 아쉬움을 남겼다. 또한 '연애도시'는 최근 방송됐던 종합편성채널 채널A 예능 프로그램 '하트 시그널'이나 종합편성채널 JTBC 예능 프로그램 '이론상 완벽한 남자' 등 일반인들의 연애를 그리는 예능 프로그램과 큰 차별화를 보여주지 못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유독 아름다은 풍광과 그로 인한 설렘이 배가되기는 했으나 장소의 차이일 뿐 프로그램의 특별함이라 보기는 어려웠다. 상대방의 과거 연애사를 캐묻는 점도 일반적인 연애에서 지양 점이기는 하나 그동안 과거 연애 예능 프로그램에서 종종 등장한 설정이라는 점에서 완벽하게 신선하지 않았다.

더욱이 '연애도시'는 현실적인 세태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강한 아쉬움을 드리웠다. 경제적 불안을 이유로 결혼과 출산은 물론 그 원천이 되는 사랑과 연애마저 포기하는 게 익숙하다는 '3포, 5포, 7포 세대'인 현재 청춘들에게 헝가리 부다페스트 같은 해외 유명 관광지에서 연인을 만나는 상황이란 한 여름밤의 꿈처럼 허황된 일이었기 때문.

실제로 15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발표에 따르면 '연애도시' 첫 방송은 1부 2.5%, 2부 1.9%의 시청률을 보였다. 시청자들이 '연애도시' 제작진이 풀어낸 단꿈에 빠지기를 거부했다는 게 수치로 증명된 셈이다. 물론 만약 '연애도시' 제작진이 시청자에게 한 여름밤의 꿈처럼 타인의 연애를 관음하는 데에서 일시적인 정신적 유희를 제공하고자 한 것이라면 성공했다. 그러나 2개월 뒤 현재, 서울로 돌아와 추억을 논하는 출연진을 따라 시청자 역시 현실로 돌아왔다. 심지어 출연진의 연애에 대한 설렘보다는 헝가리의 멋진 풍경이 더욱 강하게 잔상으로 남는 상황. 3부작으로 기획된 '연애도시'가 남은 2부에서 시청자를 마저 환상적인 연애라는 동화 속 이야기로 이끌기엔 요원해 보인다.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SBS]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연휘선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키워드 : SBS | 연애도시 | 잔혹하고 아름다운 연애 도시
싸이월드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