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비' 곽도원, 낭만을 꿈꾸는 쾌남이여 [인터뷰]
2017. 12.17(일) 12:15
강철비 곽도원 인터뷰
강철비 곽도원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배우 곽도원은 자신의 주장을 어필할 땐 화통하고 시원시원했지만, 상대의 이야기를 들을 땐 겸손하고 사려 깊었다. 살가우면서도 유머러스한 그는 마주하기 편안하고 즐거운 사람이었다.

개봉 3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독주 중인 '강철비'(제작 모팩앤알프레드)는 북한의 쿠데타 발생 이후 벌어지는 남북 최대의 핵전쟁 위기를 그린 블록버스터 영화다. 데뷔작 '변호인'으로 천만 감독 대열에 오른 양우석 감독의 신작이며, 그와 두 번째 호흡을 맞춘 곽도원이다.

'변호인'에서 대공 수사부 소속 경감 역을 맡았던 곽도원은 국가의 안녕과 질서를 위한단 명분으로 무고한 시민들을 이른바 '빨갱이'로 매도해 끔찍한 고문과 폭력을 자행하는 악랄한 인물이었다. 일그러진 애국심과 신념을 부정당하자 광기에 어린 울분을 표출하던 그의 소름 끼치던 표정은 잊지 못할 장면이었다. 그랬던 곽도원이 '강철비'에선 국가를 위해 희생당하는 국민은 없어야 한다고 믿는, 따뜻하고 강직한 신념을 가진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가 됐다.

이처럼 다른 신념의 표출을 해낸 곽도원은 "확실히 전작은 촬영하는 내내 캐릭터의 감정이 저와 연결돼 있어야 하니 많이 힘들었었다. 원래 캐릭터를 분석하고 몰입하는 것도 힘든데, 죽을 것처럼 봐야 그려지는 인물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곽철우는 3개 국어에 능통한 엘리트 수석인지라 영어 대사 때문에 죽는 줄 알았다고 이내 너스레를 떠는 그였다. 그렇지만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심장이 벌렁벌렁했다"고 속내를 드러낸 그는 "시나리오가 정말 재밌었다. 특히 결론이 좋았다. 이러면 어떻겠나 질문을 던지는 작품 같았고, 대한민국 관객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한 마음에 작품을 택했다"고 했다.

감독에 대한 그의 신뢰도 여전했다. 그는 "감독님의 지식이 정말 엄청나시다. 제 캐릭터를 분석하면서도 깜짝깜짝 놀랐다. 감독님께서 영국에서 시작된 보수와 진보의 탄생 역사부터 한약재, 스포츠, 의료, 군사, 미술, 역사까지 이야기해주시는데 모르시는 게 없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곽철우를 점점 파악해나갔다"고 했다. 무엇보다 그는 '분단국가의 비극은 분단 그 자체가 아니라, 이를 이용하려는 자들에 의해 고통받는다'는 작품의 메시지에 공감했다.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조그맣고 강대국들에 의해 끌려다니나 자존심도 상하고 답답했었다. 곽철우에 동화돼 '강철비'를 봤을 땐 통쾌감도 들고 강해진 느낌이었다"는 그다. 또한 전쟁은 일어나선 안 된다고 강조하며 "이를 갖고 위협을 해서도 안 된다. 주변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라진다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하잖나. 어떻게든 평화를 유지하며 통일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통일이 되면 캠핑카를 사서 땅끝마을에서 시작해 육로로 북한과 중국, 실크로드를 지나 유럽까지 가게 된다. 그 상상을 해보라며. 그럼 유럽에서도 아시아의 끝 나라라고 한국에 여행도 많이 오지 않겠느냐며 낭만을 꿈꿔보기도 했다. 곽도원의 이같은 성격은 캐릭터에도 묻어난 듯했다. 곽철우는 최고 엘리트 코스만을 밟아온 최상급 보직의 인물이지만, 능청스러운 유머 감각을 가진 데다 타인을 향한 공감능력은 물론 잔정도 많은 따스한 온기를 지닌 사람이다. 이에 그는 "영화가 정말 있을 법한 얘기라 무겁고 진지하다면, 가끔 쉴 타임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마라톤 선수들도 쉼 없이 달리지만 그 사이에 음료수대에서 잠깐 목을 축이고 다시 달릴 힘을 얻지 않나"라고 했다. 마치 음료수대를 놓듯 감독과 상의해 관객들의 숨통이 트이는 웃음 포인트들을 설정했단 설명. 또 정치하는 사람들도 뉴스에서 볼 때나 싸우고 그렇지, 사적으론 서로 형 동생하며 '아깐 왜 그랬어' 같은 대화를 나누는 거 아니겠느냐고.

실제 곽도원은 곽철우 캐릭터의 이런 간극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기해냈다. 통일부 장관 선배에 술취해 2차 가자고 애교를 부리거나, 지드래곤의 '삐딱하게'를 목청껏 부르며 북한의 엄철우(정우성)를 질색케 하거나, 그에게 스스럼없이 "우린 친구다"라며 살가움을 드러내고 시답잖은 '아재 개그'를 쉼없이 쏟아낼 때. 그리고 전쟁을 막을 유일한 기회를 놓쳤다며 안타까운 울분을 터뜨릴 때나, 그들의 마지막을 알면서도 유치할 말장난을 하더니 그 속에 진심을 담아낼 때. 순간 엿보인 그 감정에 울컥하는 감정의 동요가 일어났다. 이에 곽도원은 정우성 눈빛이 슬퍼 보여서 그런 거라며 "나보다 잘 사는데 왜 이렇게 눈빛이 슬프고 외로워보이냐"고 넉살을 떨며 겸손이었다.

'아수라'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을 맞춘 동갑내기 정우성과 곽도원은 여러 면에서 상당히 호흡이 잘 맞았다. 특히 곽도원은 '아수라' 때 전 대통령에 호기롭게 나오라고 외치거나 최근 '강철비' 공식 행사 일정에서도 희대의 사격 자세를 패러디하는 등 거침없이 인생을 사는(?) 정우성에 대해 감탄하며 "전 참 게걸스러운데 얘는 참 은은하면서도 고급지다. 할 땐 또 하더라. 그 사람 나오라고 할 땐 '미친 거 아니냐, 막 가는구나. 진짜 남자다, 멋있다'라고 생각했다"고 크게 웃어 보였다. 이어 정말 놀랐던 건 "현장에서 배우의 호흡은 거짓말이 안 통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현장의 느낌이나, 일상의 작은 장면까지도 고스란히 스크린에 담긴 걸 보고 연기하며 장난치면 안 되겠단 생각을 했다"는 곽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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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러스하고 살가운 성격의 곽도원은 말투와 행동에서 가득 묻어나는 애교 역시 묘하게 잘 어울렸다. 집안의 막내기 때문이란 그는 "고등학생 때도 엄마한테 뽀뽀를 했다. 나이 60, 70이 되어도 막내 티는 안 벗겨질 것 같다"며 웃었다. 이처럼 넉살 가득해도 그 이면엔 연기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가득했다. "연극할 때 배우는 파리 목숨이라 건방 떨지 말고 열심히 하란 가르침을 많이 받았다. 배우는 자신의 인생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작가나 연출이 얘기하고자 하는 생각을 볼 줄 알아야 하는 광대 여야 하기 때문"이란 그는 "그걸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정말 연기를 잘했으면 좋겠다. 완벽주의적 성향은 아닌데 연기는 할수록 어렵다고 느끼고 무섭다. 잘못한 게 너무 많은 것 같다"고 깊은 고민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변호인'부터 '강철비'까지 한 감독의 작품 안에서 이처럼 결을 달리 하는 인물을 맡아 연기할 수 있고, 감독의 메시지를 정확히 파악해 공감하며 이를 전달하고자 최상의 연기를 펼친 그다. 그것만으로도 그는 이미 제 몫을 충실히 해낸 배우였다. 이에 곽도원은 "양우석 감독님한테 술 먹고 농담으로 '감독님, 나 감독님 페르소나 시켜주면 안 돼?'라고 했다"며 능청스럽게 답해 이내 웃음바다를 만들었다. 이어 "양우석 감독은 죽을 것 같아도, 자기 한계를 맞닥뜨리고 도전하는 사람이다. 정말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다. 감독님의 성향을 보면 엄철우 같다. 정말 유하고 부드럽고 인내심과 이해심이 많은데 정말 강한 사람"이라며 신뢰와 애정을 표했다. 정작 자신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저는 그냥 집안의 막내"라고 답하며 끝까지 웃음을 준 그였지만, 곽도원은 분명 허투루 연기하지 않는 철저한 배우이며 다정한 쾌남이었다.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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