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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 뜨거운 역사를 연기한 김태리의 소신 [인터뷰]
2017. 12.20(수) 18:42
김태리
김태리
[티브이데일리 장수정 기자] 배우 김태리는 한 마디로 당찼다. 당당하고 명확한 어조로 영화 '1987'과 캐릭터를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은 평범한 듯 보이지만 명확한 소신을 가지고 있었던 영화 속 연희의 모습과 닮아있었다. 이 같은 그의 단단함은 영화 '1987' 속 배우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 틈에서도 기죽지 않는 존재감을 발휘하게 했다.

27일 개봉하는 영화 '1987'(감독 장준환·제작 우정필름)은 1987년 1월, 스물두 살 대학생이 경찰 조사 도중 사망하고 사건의 진상이 은폐되자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 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김태리는 극 중 87학번 대학 신입생 연희 역을 맡아 연기했다.

이번 영화는 박종철 이한열 열사, 6.10 민주 항쟁이라는 가슴 아픈 사건들을 진정성 있게 담아낸다. 김태리 또한 역사적 사실을 다뤘다는 사실에 더욱 무게감을 느끼고 있었다. "어젯밤에도 자기 전 어떤 질문이 나올지 생각해 봤다"고 말한 그는 "영화가 가진 의미 때문에 함부로 말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답변을 할 때도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며 남다른 책임감을 토로했다.



1990년 생인 김태리는 당시를 직접 겪지 않았기에 더욱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주변인들의 설명을 듣는 것은 물론 당시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와 영상, 책을 보며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고, 분위기를 알아가고자 했다. 그는 "대략 어떤 역사들이 있는지 파악하려 했다"면서 "기본적으로 연희는 노동자의 딸이다. 노동자들의 삶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많이 찾아봤다. 회사 권력과 싸우는 장면이나 거기서 일어나는 폭력 사태에 대해 찾아봤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한열 열사의 죽음에 유독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이며 그가 얼마나 진정성 있게 영화에 다가갔는지를 느끼게 했다. 그는 "마지막에 신문에서 학교 선배였던 이한열 열사의 죽음을 발견하고 광장으로 뛰어가는 장면이 있다. 신문 보는 장면을 찍기 전날 '얼마나 무서웠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그분도 갓 대학생이 된 어린 사람이지 않았냐. 그 사람이 정말 큰 사명감을 가지고 했다기보다는 무섭고, 두려운 마음이 있었을 것 같다. 좋은 대학, 좋은 과에 들어와 앞으로 그려야 할 미래가 있는데, 목숨을 버려가며 일을 하는 것에 대해 얼마나 두려웠겠냐"면서 "진짜 가슴이 아픈 것 같다. 작은 분노나 슬픔에서 시작하지 않으셨을까. 차마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나섰을 텐데 그게 죽음으로 이어질 지 누가 알았겠냐"며 실제 인물과 캐릭터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줬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그렇게 접한 1987년에 충격을 받은 김태리는 시나리오를 읽던 당시인 지난해 말 시작된 촛불 집회를 바라보며 더욱 특별한 감정을 느꼈다고 했다. 그가 본 2017년은 1987년과 별 다를 바가 없었다는 것. 이와 관련해 김태리는 "이번 광화문 촛불 집회를 할 때, 많은 분들이 '이게 나라냐'는 피켓을 많이 들고 계셨다. 그 문구가 공감이 되는 영화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폭력이라는 건 영화처럼 물리적 폭력도 있지만, 정신적 폭력이나 물밑으로 나에게 오는 폭력들이 있을 수 있다. 2017년은 직, 간접적으로 나에게 피해를 준 것 아니냐. 결국 내가 대학교를 다니고 있을 때나 이후에도 부패가 만연했던 것이다 그런 게 쌓여서 분노를 자아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당차게 소신을 밝힌 김태리도 1987년 당시를 겪으면서는 쉽게 나서지 못했을 거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주변의 뜨거운 노력을 외면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나의 신념으로 운동에 나서겠다는 의지보다는 다들 하니까 따라나섰을 것 같다"고 입을 연 그는 "연희가 이를 거부하는 것을 보며 '여자애는 저 하나 나오는데, 이걸 외면하고 그래도 되는 것이냐'고 생각하긴 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 시대에도 그런 부류들이 대부분이었을 것 같다. 당시 대학생이라면 운동에 참여하는 분위기가 팽배했겠지만, 실제로 일반인들이나 부모들은 자식의 안위를 걱정하느라 그것을 말렸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을 평범한 사람이라 규정한 김태리는 그래서 캐릭터와 영화에 더욱 공감했다. 특히나 사건에 깊이 관여하지 않았던 연희가 변화하는 모습이 상징성을 지닌다. 시대의 아픔에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에 공감하지 못한 연희는 교도관인 삼촌이 정치범들을 돕다 억울하게 대공 수사처에 잡혀가 폭행을 당한 사건을 겪으며 변화하는 것. 그는 "나 하나 잘 살겠다고 귀를 닫고 살 수 있다. 하지만 일언 반구 없이 공무원인 삼촌을 개 패듯 팰 수 있냐. 그런 상황을 겪은 연희는 '이게 나라냐'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읽으면서도 '내가 어디서 살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을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영화를 연출한 장준환 감독 또한 그래서 연희를 중요한 캐릭터라고 생각했다고. 그는 "감독님이 연희 캐릭터에 힘을 많이 쓰신 것 같다"고 밝히며 "세상에는 용기 있는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연희는 보통 사람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희는 가장 보통의 사람을 대변한다. 약간은 소심하고, 목소리를 내고 싶고 분노하지만 나서지 않는, 자신의 삶이 바쁜 사람들을 대변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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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당시를 살아낸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만큼, 연희에 대한 전사나 상세한 설정이 주어지지는 않았다. 때문에 김태리는 연희의 전사를 직접 상상하며 몰입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그는 "삼촌하고 싸우는 한 장면에서만 아버지가 노동 운동을 하다 죽었다는 전사가 나온다"고 아쉬워하며 "그래서 걱정이 되고, 고민도 많이 했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연희는 무작정 외면하고 귀 닫는 사람이 아니라 이유가 있다. 박 처장도 나름의 이유가 있듯이 연희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연희도 그래서 고집을 부렸던 것이다. 인간적인 사람이고 양심이 있는 사람이지만 차단하고 벽을 쌓는 이유가 있는 인물이라는 걸 잘 표현하려 했다"고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그럼에도 그는 여러 사람이 나오는 영화인만큼, 전체적인 완성도 면에서는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수많은 캐릭터들을 다뤄야 했던 만큼 연희에 대해 깊이 설명하지 않은, 영화 속 그 지점이 적당했다는 것. 그는 "시나리오를 보는 것처럼 사람들도 논리적으로 영화를 보는 것 같지는 않다. 연희의 사연도 이야기 흐름에 따라 얹혀서 흘러가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생각했던 것 보다는 괜찮았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무거운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며 진중한 모습을 보여준 김태리는 그럼에도 희망적인 이야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영화의 밝은 기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그럼에도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절망보다는 희망을 전하려고 한다. 연희가 마지막에 관중들을 보는 심정처럼 ‘세상에 아직 이런 힘이 남아있구나. 바꿀 수 있을 거야’라는 희망을 더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또한 그는 "분노가 분노로만 사그라들지 않아야 하는 것 같다. 문제의식을 가지고 조금만 더 귀를 기울이면 더 나은 세상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소신 또한 밝혔다.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에 대한 이해는 물론, 영화의 배경이 되는 사건과 인물들 모두에 깊은 공감을 표한 김태리다. 특히 현실을 상기시키는 장면에 대해서는 주저 없이 목소리를 높인 김태리의 소신이 영화를 더욱 빛낸다. 자신이 연희 역에 캐스팅 된 이유에 대해 "감독님은 내 마음이 단단해 보인다고 하셨다. 연희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런 면이 잘 맞다고 보신 것 같다"고 추측한 그의 말처럼, 자신만의 소신으로 단단함을 보여준 김태리다.

[티브이데일리 장수정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송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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