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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1987' 빛낸 그의 남다른 진심 [인터뷰]
2017. 12.21(목) 13:47
김윤석
김윤석
[티브이데일리 장수정 기자] 영화 '타짜' 속 야비했던 아귀부터 '황해'의 잔혹했던 면가까지, 김윤석이 연기한 악역들은 그만의 개성으로 표현돼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그런 그가 무자비한 권력을 행사해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치 떨리는 악역으로 돌아왔다. 캐릭터의 성격을 가리지 않고, 영화가 가진 메시지에 남다른 책임감을 느끼며 임한 김윤석의 진심은 영화 '1987'을 빛내는 힘이 됐다.

27일 개봉하는 영화 '1987'(감독 장준환·제작 우정필름)은 1987년 1월, 스물두 살 대학생이 경찰 조사 도중 사망하고 사건의 진상이 은폐되자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 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박종철, 이한열 열사의 죽음과 6. 10 민주항쟁이라는 가슴 아픈 역사들을 담아낸 이번 영화에서 김윤석은 부패한 권력의 상징과도 같은 악역 대공수사처 박 처장 역으로 등장한다. 섬뜩한 악역을 여러 차례 연기한 김윤석이지만, 악행을 자행했던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한 이번 악역은 그에게도 남달랐다.



이와 관련해 그는 "초고 때부터 박 처장 역할을 제안받았다. 너무 부담스러웠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그는 "패셔너블한 악역이 아닌 시대의 어둠을 이야기하는 악역이라 힘들기도 했다"며 부담감이 있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어 그는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여태 했던 캐릭터와는 달랐다. 박 처장은 당시 어두운 권력의 일부였다"고 유난히 어려웠던 이유를 설명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이에 김윤석은 촬영을 시작하기 전 박종철 열사의 유가족들을 직접 만나 응원을 받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유가족 분들을 만났을 때 '제가 가장 강력한 악역을 맡을 것이다. 제가 맡아야 영화가 만들어진다.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유가족 분들도 흔쾌히 허락을 하셨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박종철 열사의 형님은 오히려 걱정을 하셨다. '무거운 짐을 지게 돼 어떡하냐. 고맙다'고 하셨다"는 일화를 설명했다.

특히 부산에서 학교를 다닌 그는 박종철 열사의 고등학교 2년 후배라는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었다. 이에 그는 더욱 특별한 책임감으로 작품에 임할 수밖에 없었다. 김윤석은 "이제 와서 박종철 열사의 동문이라는 이유로 사명감을 이야기하는 것은 시건방진 것 같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면서도 "다만 이 이야기를 다룬다고 했을 때 완성도에 대한 책임감은 있었다. 최대한 진정성 있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소신을 밝혔다.

이렇듯 영화의 완성도에 방점을 찍은 그는 작품 속 권력에 저항한 수많은 캐릭터를 빛내기 위해 박 처장을 더욱 악랄하게 만들어갔다. 우선 그는 장준환 감독과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고민을 거듭한 과정을 밝혔다. 특히 그는 어두운 권력을 상징하는 인물인 그를 통해 권력의 흥망성쇠를 보여주고 위해 노력했다고.

먼저 그는 박처장에 대해 "그는 당시 어두운 권력의 일부였다. 그 사람을 통해 당시 행해졌던 권력이 드러나야 했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박종철의 부검을 밀어붙인 정의로운 최 검사(하정우)를 만나고, 교도소 안 정치범들을 도우며 활약한 교도관 한병용(유해진), 자신의 충직한 조 반장(박희순)을 만날 때마다 회유와 협박이 계속된다. 그들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지는데, 이러한 디테일을 살리는 것이 더 중요했다"고 캐릭터에 접근했던 방식을 설명했다.

그가 자신의 부하 조 반장을 회유하다 실패하고 협박하는 장면은 그래서 더욱 남달랐다고 했다. 그는 "박 처장의 대사 안에도 부하를 사냥개로 여기는 것이 담겨있다. 부하들을 챙기는 것도 조직을 무너뜨리지 않기 위한 방편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공 수사처 안에서도 권력 다툼이 있다. 오른팔인 조 반장 등 안에서 무너져 내리는 형태가 되면서 꿈쩍 않던 바위들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며 "부하에게 통장을 주면서 대신 책임지기를 회유를 하다가 권총을 겨누면서 가족을 빌미로 협박한다. 이후 복도를 걸어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감독님이 당시 '다 무너져가는 것을 억지로 버티는 모습을 연기 해 달라'고 하셨다. 그래서 박 처장의 발걸음이 무겁다. 그 장면이 많이 인상이 깊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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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1987년 당시는 물론, 예고편에 담긴 후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던 대사인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대사 또한 김윤석이 직접 연기했다. 박종철 열사의 죽음 이후 발표된 정부의 황당한 변명은 많은 이들의 분노를 샀으며, 김윤석 특유의 톤이 더해진 이번 대사를 통해 더욱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 쓰며 몰입한 그는 해당 대사는 따로 톤을 고민하지 않아도 저절로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그걸 찍으면서 굉장히 웃었다. 너무 기가 찬 소리라 웃음이 나온 거다. 특히 30년이 지나 반추를 해보니 우스운 말이다"며 황당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연기를 할 때도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니 연결이 안 되더라. 그래서 자연스럽게 중간에 '어?'라는 어색한 추임새가 들어간 것 같다"고 촬영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캐릭터에 대한 깊이 있는 몰입 외에도, 장준환 감독의 필사의 노력은 완성도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며 만족을 표한 김윤석이다. 그는 "감독 인생의 역작에 동참하게 된 것은 영광이다. 너무 자랑스러운 공동 작업이었다"고 표현하며 장준환 감독을 극찬했다. 그는 "그 긴 시간 장준환 감독은 작품을 하나하나 준비했다. 개봉할 때까지 퀄리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정성을 쏟았다"며 "촬영 현장에서도 피도 눈물도 없다. 정말 집요하게 요구를 하는 사람이다. 모두가 '우리 감독님이 가장 강하다'고 말했다. 여리고 섬세한 사람이지만 속은 정말 강한 사람인 것 같다. 그가 그럴 수 있었던 건 이 작품의 완성도를 놓치지 않기 위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배우와 감독 모두가 한 마음 한뜻으로 작품에 임했고, 그 결과 김윤석 외에도 배우 정우성 우현 강동원 김태리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모두 출연하는 화려한 라인업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영화에서 중심 사건을 끌어간 인물들 외에, 진정으로 민주주의를 끌어낸 수많은 일반인들의 노력을 봐달라며 영화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그는 "제작기 영상을 보면, 시위를 위해 광장에 사람들이 모인 장면에서 감독님이 '이 영화를 만든 이유가 이 장면 때문이다. 여러분이 주인공이다'는 말을 한다. 나 또한 영화를 보면 그렇게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작품에 대해 "큰 바위에 계란이 던져져 큰 바위를 무너뜨린 사건이기 때문에 영화의 구조와도 유사했다"면서 "시나리오 자체만으로도 훌륭했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데 의미가 또 있었다"고 말했다.

무거운 역사를 연기한다는 책임감을 오롯이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열정으로 쏟아낸 그의 진심은 영화의 진정성을 더욱 극대화했다. 캐릭터의 성격을 가리지 않고, 영화의 전체적인 완성도만을 고려하며 무자비한 연기를 펼친 김윤석의 노력 또한 극을 끌어가는 힘이 됐다.

[티브이데일리 장수정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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