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공감] '연애도시', 어디서 '짝' 냄새 안 나요?
2017. 12.28(목) 09:36
sbs 잔혹하고 아름다운 연애도시 공식 사이트 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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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연애도시'가 지극히 사적인 영역인 사랑과 연애에 대한 관음증적인 시각을 버리지 못한 채 헝가리에서 재현된 '짝'으로 파일럿을 마쳤다.

SBS 파일럿 교양 프로그램 '잔혹하고 아름다운 연애도시'(이하 '연애도시')가 27일 밤 방송된 3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날 방송에서는 일반인 남녀 8명이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의 합숙을 마치고 각자의 이별 물건에 얽힌 사연을 공개한 뒤 최종 선택에 나섰다. 그 결과 '연애도시' 합숙 내내 서로에게 호감을 표시했던 네 남녀가 각각 짝을 이뤄 두 커플이 성사됐다.

당초 '연애도시'는 남녀가 상대방의 과거 연애사를 듣고도 사랑에 빠질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관찰 프로그램으로 포문을 열었다. 특히 제작진은 '연인 사이에는 과거 연애사에 대한 질문이 금기시된다'는 전제에 반기를 들었다. 이를 위해 출연진은 매일 저녁 황혼의 램프가 켜지면 반드시 그 시간 데이트 중인 상대방에게 자신의 과거 연애사를 밝혀야 했다. 또 숙소로 돌아와서는 다른 동성 멤버들과 자신이 들은 연애사를 공유해야 했다. 이에 '연애도시'는 마치 상대방의 과거사를 들은 남녀가 커플을 결성할 수 있을지를 살펴보는 거대한 실험실과도 같았다.

그러나 '연애도시'의 실험이 큰 재미나 감동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기본적으로 공감대 형성이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공인도 아닌 일반인의 연애사는 지극히 사적인 영역인 터. 시청자들은 타인인 '연애도시' 출연진의 사연들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또한 누구에게나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만남과 이별의 순간들이 일순간 단편적인 흥미와 공감은 자아낼 수 있을진 몰라도 그 이상의 감동과 적극적인 공감과 몰입을 이끌어내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아무리 일상에서 남 연애가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다는 말도 왕왕 쓴다지만, 굳이 연애사를 방송에서 볼 필요는 없던 셈이다.

더욱이 제작진이 반기를 들었던 '연인 사이에는 과거 연애사에 대한 질문이 금기시된다'는 전제 자체가 무너졌다. 출연진 8명이 각각의 과거 연애사를 듣고 현재 자신이 관심 있는 상대방의 상처와 성격을 짐작하긴 했으나 크게 영향받지 않았던 것. 일례로 성사된 두 커플 중 한 커플의 여성은 합숙 초기 한 남성이 여자 친구가 있었음에도 자신을 좋아하는 여성의 연락을 무시하지 않았던 것에 실망해 호감을 두지 않았다. 반대로 또 다른 커플의 경우 상대방이 과거 군대 간 남자 친구를 두고 흔들렸던 경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결성됐다. 제작진의 전제나 가설이 어찌 됐던 출연진은 개인이 가진 매력과 자신의 취향, 선호도에 따라 이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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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과거 연애사를 고백하는 풍경은 과거 다양한 연애 프로그램에서 등장한 모습이었다. '연애도시' 제작진이 과거 선보였던 SBS 교양 프로그램 '짝', 최근 종영한 종합편성채널 채널A 예능 프로그램 '하트시그널' 등 다양한 연애 관찰 예능에서 남녀 간 과거 연애사는 스치듯이라도 반드시 언급됐다. 자연히 '연애도시'가 내건 '과거 연애사'라는 키워드와 그에서 비롯된 포맷들도 어디선가 본 듯한 인상을 남겼다.

제작진도 이를 의식한 듯 출연진이 헝가리 곳곳을 누비며 데이트하고 가까워지는 모습을 함께 선보였고 종전의 일반인 연애 프로그램과 다를 바 없는 풍경을 담아냈다. 널찍한 광장과 밤하늘 야경, 맛집의 음식 등 출연진이 찾은 각종 명소들이 여행 예능 프로그램처럼 등장하고 소개됐다. 각종 관찰 예능, 여행 예능이 방송가를 장악한 가운데 일반인들의 연애 프로그램이라는 차별화된 장르를 선택하고도 '연애도시'만의 화면이 기억에 남지 않는 이유다.

결국 '연애도시'는 성립되지 않는 가설과 고루한 키워드를 앞세워 비연예인 선남선녀 8명의 연애 과정을 보여주는 그저 그런 관찰 예능으로 전락했다. 신선한 줄 알았던 소재는 이미 과거 방송에서 등장한 것이었고 남의 사생활을 엿보는 관음증을 자극하는 데만 그쳤을 뿐 거대한 감동과 공감대는 이끌어내지 못했다. '연애도시' 첫 방송 전부터 제작진의 이력을 이유로 '짝' 새 시즌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던 터. 정작 제작진은 '짝'과는 다르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지만, 결국 애정촌만 헝가리로 옮겨왔을 뿐이었다.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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