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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이 내 세상' 이병헌, 신파도 극복한 그의 저력 [인터뷰]
2018. 01.08(월) 14:33
이병헌
이병헌
[티브이데일리 장수정 기자] 이병헌이 허당기 넘치는 전직 복서 역할로 돌아왔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그간 보여줬던 묵직하고 강렬한 모습을 벗어던진 이병헌은 털털한 트레이닝복 차림과 투박한 연기를 통해 또 한 번 변신을 이뤄냈다. 더불어 캐릭터의 내면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을 통해 현실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익숙한 캐릭터도 새롭게 보이게 하는 힘을 발휘한 이병헌이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감독 최성현·제작 JK필름)은 세상'은 주먹만 믿고 살아온 한물간 전직 복서 조하(이병헌)와 엄마만 믿고 살아온 동생 진태(박정민). 살아온 곳도, 잘하는 일도, 좋아하는 것도 다른 두 형제가 난생처음 만나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내부자들' '남한산성' 등 장르 영화에서 선굵은 연기를 선보였던 이병헌은 이번 영화에서 17년 만에 엄마, 동생과 재회한 한물간 복서 조하 역으로 편안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병헌은 극 중 평범한 동네 형 같은 모습을 실감나게 연기하며 관객들에게 한발 다가간다.

"아무래도 이번 영화는 현실적이었다"고 말한 이병헌은 이처럼 평범하고, 보편적인 가족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이번 작품에 끌렸다고 말했다. 그는 "'그것만이 내 세상'은 소소한 감정들이 영화의 기본적인 정서였다. 아무래도 연기를 할 때 편한 느낌은 있었다"고 운을 떼며 "좀 더 극대화되고,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인물을 연기하려면 상상에 많이 의존하면서 연기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좀 더 생활에 가까웠기 때문에 즐겁게,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고 영화를 끝낸 소감을 밝혔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이병헌은 무뚝뚝하고, 표현은 없어도 속내는 따뜻한 전직 복서 조하 캐릭터를 때로는 묵직하게, 때로는 허술한 반전 면모를 보여주며 유쾌한 톤으로 풀어낸다. "내가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재밌었던 부분에서는 관객들도 웃어야 한다는 생각했다"고 말한 이병헌은 이를 과잉되게 표현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다가갔다고 했다. 그는 "더 웃기기 위해 선을 넘게 되면 보는 사람도 억지 웃음을 짓게 된다. 그 선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건 조심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이에 그는 현장에서 감독과 톤을 조절하기 위해 수차례 의논을 거듭했고, 그 결과 능청스러운 연기로 관객들의 웃음을 터트리는데 성공한다. 특히 긴 시간 떨어져 있다 재회한 엄마 인숙(윤여정)과 브레이크 댄스를 추며 웃음을 터트리는 장면은 이번 영화의 명장면이 되기도 했다. 해당 장면에 대해 "영화를 보고 화제가 될 것 같긴 했다"고 쑥스러워 한 그는 "위태로운 가족 구성원의 모습을 하고 있다가 이제 막 화해의 모드가 생기려는 순간에 나오는 춤이다. 조하는 처음 가족애를 느끼는 순간이고, '저렇게 행복하면 어떡하지'라는 느낌을 줘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감독님이 컷을 하지 않아 테이크가 길어졌다. 그러다 보니 춤도 계속 추고, 윤여정 선생님도 반응을 해주면서 재밌는 장면이 나왔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덧붙였다.

이렇듯 웃음을 의도한 장면이 많았던 만큼, 실제 촬영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그는 "시나리오가 가진 정서가 현장에도 미쳤다"고 표현하며 "다들 너무 많이 웃으면서 촬영을 했다. 박정민, 감독님과 많은 아이디어를 직접 연기해보면서 웃곤 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수많은 애드리브를 쏟아내며 즐겁게 촬영했단 이병헌이다. 그는 "나는 애드리브를 많이 했다. 하지만 나는 양으로 승부를 봤지만, 박정민은 질적인 애드리브를 했다. 맞고 쓰러지는 장면에서 이상한 소리를 하더라. 이런 걸 메소드 연기를 하나 싶더라. 온몸으로 연기하는 것 같았다"고 후배 배우를 향한 칭찬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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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7년 만에 재회한 엄마와 그 덕에 생긴 배다른 동생과의 갈등과 화해라는 스토리는 이미 수차례 반복돼 새로움을 느끼기 힘들다는 핸디캡을 안고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 이병헌은 "소재가 너무나 흔한 것이긴 하지만, 그걸 또 다른 인물이 다른 디테일로 표현하기 때문에 보는 맛이 있는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래서 사람들이 뻔한 변화를 보여줘도 또 보게 되는 것 같다. 늘 다른 상황과 연기로 그걸 보여준다"고 강조하며 기대를 당부했다.

그의 말처럼 이병헌은 코믹한 모습 뒤에 중학교 시절 엄마에게 버림받고 혼자 자라야 했던 조하의 쓸쓸한 내면까지 섬세하게 연기해내며 캐릭터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이병헌 또한 이점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 노력했고, 이에 대해 그는 "우리 영화에는 조하 캐릭터의 해소되지 않은 쓸쓸함이 담겨 있어 좋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보통의 영화들은 마지막 부분에 쓸쓸함이 해소되며 끝나지 않겠냐. 하지만 엄마와 병실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속내를 털어놓는 절정 부분에서도 그런 외로움이 해소되지 않은 느낌이 있다. 엄마는 끝까지 동생 진태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라며 조하의 외로움에 깊이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이병헌은 조하가 첫 속내를 털어놓고 나온 뒤 눈물을 쏟는 장면에서 더욱 어린 아이같은 모습을 보여주며 조하의 내면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우선 그는 조하에 대해 "아주 야생적인 인물이 약간씩 얼음이 녹는 것처럼 가족애를 느끼는 것 아니냐. 그런 변화들을 보는 재미들이 있을 것 같다"면서 "그래서 처음 눈물을 쏟을 때 더 서럽게 어린아이처럼 울었다"며 자신의 감정을 관객들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처럼 이병헌은 뛰어난 연기력으로 신파와 익숙함의 한계도 극복해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캐릭터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공감이 작품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한 그다. 그는 영화에 대해 "관객들은 흐뭇하게 나가겠지만 캐릭터들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희생하는 만큼 내면으로 풍요로워지는 부분도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편안한 관람 속에 남을 여운을 당부했다.

[티브이데일리 장수정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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