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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공감] 상상암을 통해 본 ‘황금빛 내 인생’
2018. 01.18(목) 14:02
황금빛 내 인생
황금빛 내 인생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상상암이었다니. 뜬금없단 생각이 아예 들지 않는 건 아니지마는 그럼에도 납득이 되는 설정이다. 암이란 충격파가 없었다면 평생을 아버지와 남편에 전념해온 서태수(천호진)가 느지막하게라도 자신의 삶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을까. 사람은 어리석고 또 어리석어서 ‘죽음’과 전면으로 마주했을 때에야 비로소 ‘삶’을 제대로 목격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KBS 2TV 주말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연출 김형석, 극본 소현경)의 이야기다.

잠깐의 욕심이 만들어낸 어긋남은 얼마나 깊고 날카로운지, 쌍둥이처럼 애지중지 키운 두 딸을 한 번에 잃게 만들었다. 그 전까진 집안이 시끄러워봤자 고작 돈 문제였다. 눈에 보이는 실질적인 부족함만 채워지면 다소 해결되는 문제였다 할까. 하지만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실질적인 영역인 ‘돈 문제’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자, 가족의 정신적 유대감을 깨뜨리고 말았다.

서태수에겐 맥이 탁 풀리는 순간이었으리라. 가족을 위해 한 시도 쉬지 않고 열심히 살아왔는데 받아든 결과가 두 딸을 잃는 것이라니. 지나온 삶이 허무하기 이를 데 없고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생각까지 들었을 테다. 그러다 어느 악기 가게에 진열된 클래식 기타와 외벽에 붙은 공연 포스터를 보게 되었고, 다 사라졌다 생각했던, 잊고 있었던 젊은 시절 가슴 한 구석을 뜨겁게 했던 설렘을 떠올렸다.



얄궂은 게 사람의 인생사라고, 환상이 채 끝나기도 전에 죽음의 그림자가 그를 덮었다. 객혈, 보통의 사람이라면 건강상태를 먼저 생각해 보겠지만 그에겐 어머니의 죽음과 바로 연결되는 잔상이었다. 자식들을 위해 한 평생 고생만 하다 결국 병상에 누워 피를 토해야 했던 어머니, 그 애잔한 모습에 자신이 겹쳐지자 태수는 바로 자신의 죽음을 그릴 수밖에 없었으리라.

생에 푹 젖어 있을 땐 웬만해선 죽음과 마주할 일이 없다. 물론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통해 접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간접적이다. 불사의 생을 바라거나 믿는 건 아니지만, 보통의 우리에게 죽음이란 어느 정도 먼 거리에 있는 사건이다. 태수도 마찬가지였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든 순간들이 있었지만 죽는 게 차라리 낫다 싶을 정도로 힘들다는 것이지, 어떤 의지적인 행동이나 구체적인 상황으로 연결되진 않은 까닭이다.

‘죽음’과의 마주함, 그것이 상상암이든 현실암(상상암도 드라마상의 용어라 하니 임의로 대조되는 단어를 써 보았다)이든 그에겐 처음으로 맞닥뜨리는 ‘죽음’의 직접적이며 본격적인 얼굴이었다. 정말로 생의 끝이 다가왔다는 현실 앞에서 그는 그동안 해보지 못한 것들을 하기 시작했다. 좋은 옷을 사고 머리도 염색했으며 비싼 돈 주고 클래식기타도 강습 받았다. 남은 시간만이라도 ‘서태수’로서 살기로 결심한 것이다.

아직 해결되지 못한 가족의 아픔이 눈에 밟히는 것은 여전했다. 하지만 이제 가장으로서의, 아버지로서의 고단했던 삶을 멈추고 쉴 수 있다는 사실이 태수를 일정 부분 자유롭게 했다. 죽음의 혜택이었다. 죽음이 오히려 반가운 존재가 된 이 아이러니한 순간에, 참 아이러니하게도 그에게 찾아온 건 삶을 선고 받는 일이었다. 마치 그가 자기 자신을 찾은 것을 축하라도 하듯이.

이는 ‘황금빛 내 인생’ 전체를 타고 흐르는,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 황금빛이란 무엇인가 라는 주요 질문, 즉, 주제와도 일치한다. 결국 외부의 어떤 기준과 요구에도, 어떤 조건과 그로 인한 사람들의 시선에도 흔들리지 않고, 퇴색되지 않은 본연의 모습으로 우뚝 서서 살아갈 때에야 비로소 비추게 되는 빛이라는 것. ‘사람은 모두 죽는다’라는 동일한 조건의 명제애서만 깨달을 수 있는 이 답을 얻게 하기 위해, 태수에게 ‘상상암’이란 불가피한 설정이 놓였나 싶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사진제공=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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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황금빛 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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