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 로미오와 줄리엣을 꿈꾸다 퇴색된 사랑 [리뷰]
2018. 01.22(월) 19:03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
뮤지컬 더 라스트 키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가 '더 라스트 키스'로 이름을 바꾼 후 첫 선을 보였다. 비극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루돌프 황태자와 마리의 사랑 이야기를 한층 강조하려 했지만, 작품의 기본 전제가 됐어야 할 당시의 시대 배경을 그리는데 소홀한 나머지 사랑만 부각돼 매력이 빛을 잃은 모양새다.

'더 라스트 키스'(연출 로버트 요한슨)는 황태자 루돌프와 그의 연인 마리 베체라의 애절한 사랑을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서정적이고 유려한 넘버로 그려낸 작품이다. 작가 프레더릭 모턴의 소설 '황태자의 마지막 키스'를 모티브로 제작됐다. 2011년 초연과 2014년 재연 당시에는 '황태자 루돌프'라는 이름으로 공연됐지만, 올해는 로미오와 줄리엣 못지않은 세기의 사랑을 부각 시키겠다는 제작사의 의도에 따라 제목을 바꿨다.

올해 공연에서는 루돌프 역에는 카이, 전동석 수호(엑소), 레오(빅스)가 캐스팅 됐고, 마리 역에는 김소향, 민경아, 루나(에프엑스)가 출연해 한층 젊어진 연령대의 새로운 캐스트를 꾸렸다.

극 중 황태자 루돌프는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국의 마지막 황제, 요제프 2세와 황후 엘리자벳의 아들이다. 낡은 관습에 얽매인 자신을 꼭두각시 같은 황태자라 여기던 루돌프는 줄리어스 펠릭스라는 가명을 이용해 신문에 자신의 자유롭고 급진적인 사고방식이 담긴 사설을 내기 시작한다. 줄리어스 펠릭스의 사설을 읽고 그에게 호감을 느끼던 마리 베체라는 어느 날 왕실 주최의 무도회에서 루돌프를 만나고, 알 수 없는 매력에 이끌려 그와 세기의 사랑을 나누게 된다.

'더 라스트 키스'를 한층 깊게 음미하기 위해서는 당시 시대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합스부르크 가의 마지막 황태자, 루돌프는 제국주의에 갇힌 낡은 합스부르크 왕가가 침몰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급진주의적 인물이었다. 그런 루돌프에게 아버지 요제프 황제, 아내인 스테파니 황태자비 등은 답답한 왕가의 현실을 일깨우는 구시대의 족쇄를 상징하고, 자신과 같은 사상을 지닌 신여성 마리는 단순한 불륜 상대가 아니라 희망이 가득한 새로운 미래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때문에 작품은 단순히 루돌프와 마리의 애정 전선만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황태자와 그의 아버지 요제프 황제의 갈등,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서 권력의 줄다리기를 하는 타페 수상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더하며 당시 오스트리아의 정치 환경을 그린다. 제국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위험도 감수하는 아버지, 현상 유지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침묵을 종용하는 능구렁이 수상의 음모 아래서 루돌프의 자유로운 영혼은 억눌려 신음한다. 마리는 그런 그의 영원한 쉼터이자 유일한 안식처이며, 그렇기에 두 사람의 애절한 사랑 노래가 더욱 빛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공연은 루돌프와 마리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에 치중한 탓에 루돌프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인물들 간의 정치적 대립 구도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특히 사소한 대사들을 고치면서 정치 싸움이 주던 팽팽한 긴장감이 시들해졌고, 타페 수상의 심복이자 루돌프를 감시하는 스파이 빌리굿이 개그 캐릭터로 전락하면서 루돌프가 느꼈을 압박감이 희석됐다.

루돌프가 받았을 정치적 압박이 제대로 묘사되지 않자, 루돌프가 마리와의 사랑을 '운명적'이라 여기며 현실 속 압박에서 도피하려는 모습이 일반 관객들에게는 쉽게 와닿지 않았다. 두 사람의 사랑을 한층 애절하게 만들 시대적 배경이 시들해져 힘을 잃었으니, 결국 제아무리 세기의 사랑을 펼쳐도 '그들만의 세상'이 될 따름이었다. 두 사람이 2막 마지막 장면에서 죽음을 맹세하며 부르는 '온리 러브(Only Love)' 리프라이즈의 가사 "두려워 마 사랑이야 / 불같은 운명 속에 온몸을 던져" 역시 불꽃 같은 운명적인 사랑이 아닌 그들만의 사랑 노래가 됐다. 배우들이 절절한 감정 연기를 펼치고, 안정적인 가창력을 뽐내며 기량을 과시해도 안타까움이 남는 이유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안성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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