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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아가 '안나 카레니나'로 배운 것 [인터뷰]
2018. 01.29(월) 18:19
정선아
정선아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타고난 재능으로 무대를 주름잡던 배우가 나르시시즘을 내려놨다. 어느 때보다 호된 연출을 만나 생전 처음 겪은 지독한 연습에 눈물까지 흘렸단다. 겸손하게 데뷔 15주년을 맞은 뮤지컬 배우 정선아다.

정선아는 현재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연출 알리나 체비크)에서 타이틀 롤 안나 카레니나로 열연 중이다. '안나 카레니나'는 러시아 작가 톨스토이가 쓴 동명 소설을 무대화한 뮤지컬이다. 러시아 오페레타 씨어터의 레퍼토리 작품으로 이번에 한국에서 처음으로 공연됐다. 이에 정선아는 "올해 첫 작품을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톨스토이 작품으로 만나고 있다"며 감격했다.

특히 정선아는 '안나 카레니나'가 한국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러시아 뮤지컬'이라는 점에 강한 매력을 느꼈다. 원작 소설이 세계적인 명작으로 널리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특유의 직설적이고 극성 강한 감성이 짙게 묻어나기 때문. 그중에서도 정선아는 러시아에서도 '안나 카레니나'를 연출했던 알리나 체비크를 만나 지금까지 한국 뮤지컬에서 느끼지 못한 보람을 맛봤다.

물론 시작은 어려웠단다. 정선아는 "알리나 체비크 연출이 굉장히 센 성격이다. '러시아 여성은 다 이렇게 강한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신의 생각이 확고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어 "지금까지 제가 했던 뮤지컬에서 연출들은 배우와 더 많이 얘기하고 자신의 얘기보다 배우의 이야기를 들어주려 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런데 알리나 체비크 연출은 이번 공연이 고국의 작품이고, 본인이 연출을 해봤던 터라 워낙 작품에 대해 잘 알다 보니 충돌이 있긴 했다"며 조심스레 공연 초반의 어려움을 밝혔다.

유독 혹독한 연습도 어려운 점 중 하나였다. 배우들 개개인이 각자 연습한 뒤 길어야 개막 보름 전에 합을 맞추는 기존 한국 시스템과 달리, 알리나 체비크 연출은 공연 1개월 전부터 합을 맞췄다는 것. 매 연습마다 첫 장면부터 끝까지 반복하는 런을 돌다 보니 유독 힘에 부쳤다는 그다. 정선아는 "연습 때마다 너무 힘들어서 울기도 했다. 모두 지칠 정도로 힘들었다"며 연습 초기의 답답함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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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정선아는 "눈물 나게 힘들었던 만큼 개막 후 보람도 너무 컸다. 마치 연습 때 달았던 모래주머니를 뗀 채 가볍게 훨훨 나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전작들은 개막 당일은 물론 공연 때마다 매번 대본을 챙겨볼 정도로 긴장했는데 '안나 카레니나'는 대본 한번 챙겨보지 않고 당당하게 무대에 임했다고.

결국 정선아는 "정답은 없는 것 같다. 나와 안 맞는다고 생각했던 알리나 체비크의 방식이 결국엔 공연에 도움이 됐다"고 인정했다. 또 "사람마다 맞는 방식이 다르고 그에 맞출 수 있다는 걸 배웠다"고 했다. '안나 카레니나'를 통해 러시아 창작진의 제작 시스템을 배웠고 가보지 않았던 길을 극복하며 한층 성장한 기분이란다. 특히 그는 "전에는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지름길로 가자'는 생각이 있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요행을 버렸다"며 "노력하는 자들이 무대에서 빛날 수밖에 없다는 걸 배우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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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아는 "다음에도 '안나 카레니나'에 출연하거나 알리나 체비크 연출과 작품을 한다면 울지 않을 자신이 있다"며 웃었다. 그는 알리나 체비크 연출의 직설적인 화법이 자신과 통했던 점에 기뻐했고 "배우가 상처받더라도 불필요한 살이 없도록 직접적으로 조언해주는 게 좋은 연출"이라고 꼬집었다. 또 "아무래도 저는 정확하고 솔직한 게 좋은 것 같다. 지금에야 느끼지만 저랑 잘 맞는다"며 러시아로 돌아간 알리나 체비크 연출에 대한 그리움을 토로했다.

무엇보다 정선아는 '안나 카레니나'를 통해 자기애를 내려놓게 된 점에 감격했다. 2002년 뮤지컬 '렌트'로 데뷔한 이래 '아이다', '모차르트', '아가씨와 건달들', '광화문 연가', '위키드' 등 다양한 작품에서 프리마돈나로 활약한 정선아다. 그는 스스로에 대해 "사실 타고난 게 있다"며 자신의 음악적 재능에 자부심과 자기애를 엿보게 했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 알리나 체비크 연출의 조언과 호된 연습을 통해 차가운 이성으로 작품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정선아는 "배우마다 나르시시즘이 약간은 있다. 저 또한 저를 너무 사랑했고 사랑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자아도취하지 않을 수 있게 됐다"며 스스로가 아닌 연습량에 대한 확신과 자부심으로 공연에 설 수 있는 점을 강조했다. 또 "그렇게 연습하다 보니 정말 공연장에서 연습한 그대로 나오더라. 관객의 눈이나 다른 외적인 여건이 있다고 해서 휘둘리지 않았다"며 확신에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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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그는 '안나 카레니나'로 데뷔 15주년을 맞은 것에 누구보다 감사했다. "15년이 눈 깜짝할 새에 가진 않았지만 그래도 지금 너무 만족하고 가진 것에 감사하고 있다"고. 눈물 날 정도로 힘든 연습과 자기 반성을 통해 누구보다 높은 위치에서 어느 때보다 겸손하게 인생 2막을 연 정선아였다.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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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뮤지컬 | 안나 카레니나 | 정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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