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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글러스' 인교진, 긴 터널 지나 빛을 마주하다 [인터뷰]
2018. 02.05(월) 07:18
저글러스 인교진
저글러스 인교진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오늘을 잊지 않고 제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앞으로도 저 많이 기대해주세요. 애 아버지로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파이팅 넘치게." 배우 인교진은 인터뷰를 끝내며 손을 모으고는 이렇게 말했다. 취재진 한 명 한 명 소중하다는 듯 바라보는 인교진에게서 그가 이 시간을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히 여기는지 여실히 알 수 있었다. 이는 암흑 같은 긴 터널을 지나 빛을 마주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삶의 태도이자 인품이었다.

최근 종영한 KBS2 드라마 '저글러스: 비서들'(극본 조용·연출 김정현, 이하 '저글러스')은 헌신과 순종의 서포터 정신으로 살아온 수동형 여자와 타인의 관심과 관계를 전면 거부하는 철벽형 남자가 비서와 보스로 만나 펼치는 오피스 드라마다. 인교진은 극 중 기회주의자이자 남 보다는 자신이 먼저인 광고기획부 수장 조상무 역을 맡아 연기했다.

인교진이 연기한 조상무는 악역이지만 밉지 않은 악역으로 '저글러스'를 다채롭게 꾸몄다. 이는 제작진이 인교진을 섭외한 과정에서 다분히 의도된 것이었다. "감독님이랑 작가님이 그런 악역을 원하셔서 저를 캐스팅했다고 하더라고요. 악역을 해도 약간 허당끼가 있다고 해야 하나?"라는 인교진은 오히려 그게 더 부담이 됐단다.

제작진의 의도대로 조상무를 악역이지만 밉지 않게 연기하기 위해 인교진은 자신이 고안한 설정들을 집어넣었다. 일례로 조상무의 특이한 웃음소리나 발로 문을 차고, 남치원(최다니엘)에게 반말을 하는 등의 설정 등이 있다. 이 같은 설정들은 어딘가 허술하고 유치한 조상무의 캐릭터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며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 외에도 인교진은 다채로운 표정과 제스처로 조상무를 '귀여운 악역'으로 표현했고, 이는 제작진의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인교진은 "제작진에게 감사한 것 중에 하나는 배우들을 믿고 많이 기다려주신다는 거예요. 제 아이디어를 관대하게 받아주셨어요"라고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제작진의 믿음과 더불어 좋은 촬영장 분위기 역시 인교진이 마음껏 코믹 연기를 펼칠 수 있었던 이유였다. "배우들끼리 사이도 너무 좋았고, 스태프들과 단합이 잘 됐어요. 정말 누구 하나 모나거나 힘들게 하고 그런 사람들이 전혀 없었죠"라며 인교진은 최대철을 언급했다. 봉상무 역의 최대철과 다양한 애드리브를 짜는 과정이 너무나도 즐거웠다는 인교진이다.

모든 것이 잘 맞아 들었던 현장이었기에 인교진은 자신의 장기인 코믹 연기를 마음껏 펼쳐냈다. 극을 더욱 맛깔나게 하는 신스틸러로서 우뚝 서며 주연배우만큼이나 빛나는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줬다.

특히 조상무가 그동안의 비리로 인해 감옥에 수감되는 장면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부사장 자리에 오르기 위해 악행을 일삼다 몰락한 조상무는 감옥에서 참회의 눈물을 흘리며 지나온 삶들을 반성하는 등 짠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인교진 역시 해당 장면이 '저글러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고 했다. "눈물 연기 한지 정말 오래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장면을 그 누구보다도 잘 하고 싶었어요. 극의 흐름에 크게 방해되지 않으면서 잘해보려고 했어요." 그러면서 인교진은 자신의 눈물연기에 대해 "어느 정도는 제 스스로가 이상하다고 느껴지지는 않더라고요"라고 담담하게 평가하면서도 "아내가 잘 했다고 하더라고요"라며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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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글러스'를 통해 또 한 번 코믹 연기의 달인으로 인정받은 인교진이지만 사실 그에겐 긴 무명 시절이 있었다. 2002년 MBC 공채로 데뷔한 인교진은 20대를 넘어 30대 초반까지 배우로서 뚜렷한 두각을 보이지 않았다. 진지하게 배우의 길을 포기할까 생각할 정도로 인교진에게 그 시간들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입사를 해서 월급을 받으면서 점차 성장해가는 것 같은데 저는 늘 이 자리에서 정체돼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나는 뭐 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 자체가 힘들었죠."

그 시간들을 오롯이 버티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는 인교진이다. "연기를 너무 쉬다 보면 퇴보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대학로에 무작정 가서 할만한 연극 없나 찾아보기도 했죠"라며 인교진은 포기하기보다는 직접 일자리를 찾아다니며 연기의 끈을 놓지 않으려 했다.

무명시절을 견뎌낸 인교진의 끈기는 서서히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드라마 '백희가 돌아왔다'는 인교진에게 특히나 자신감을 갖게 해 준 고마운 작품이었다. 자신의 연기 역량을 시청자에게 확실히 각인시킨 작품이기 때문. 이에 인교진은 '백희가 돌아왔다' 이후 연기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했다.

물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코믹 연기에 주력하다 보니 의도치 않게 세 작품 연속 비슷비슷한 캐릭터를 맡게 됐다. 이에 지인들의 걱정이 만만치 않다고. 그렇지만 인교진은 "근데 전 너무 재밌거든요"라며 앞으로 몇 번 더 해보고 싶다고 했다. "제가 잘할 수 있는 건데 '이것만 너무 한 건 아닌가'라는 생각에 작품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지금은 코믹 연기로 제 연기 방향이 정해진 것 같아서 몇 번 더 해보려고요. 물론 저 진중한 연기도 잘해요."

이처럼 인교진은 비로소 자신의 연기 인생을 빛으로 채우기 시작했다. 그가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든지 간에 아낌없이 응원하는 이유다.

"한우물 파니까 또 되긴 되더라고요. 알게 모르게 내공이 쌓인 건지 모르겠지만, 그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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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키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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