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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화' 이일화 "이제 연기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아요" [인터뷰]
2018. 02.05(월) 14:36
이일화
이일화
[티브이데일리 공미나 기자] 중년 배우에게 새로운 도전은 어려운 결정이다. 그러나 데뷔 28년차를 맞은 이일화는 언제나 주어진 역할들에 충실하면서도 그 속에서 변화와 도전을 놓지 않았다.

1월 25일 개봉된 영화 '천화'(감독 민병국·제작 맑은시네마)는 한 치매노인의 인생을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일화는 극 중 치매노인을 간호하는 간호사이자 단골 카페에서 바느질을 가르치며 작품을 만드는 윤정을 연기했다. 윤정은 십여 년 전 제주도에 정착했지만 주변인 아무도 그의 과거를 알지 못해 신비롭고 매혹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이일화는 처음 '천화'의 시나리오를 봤을 때, 윤정 역보다는 문호(하용수)의 아내인 수현 역에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극 중 플라멩코를 배우는 수현 역에는 실제 플라멩코 무용가인 이혜정이 먼저 캐스팅돼 있었다. 이후 감독에게 윤정 역을 제안받게 됐다는 이일화는 "처음에는 주인공 역할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작품에 참여하게 돼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다.

우연한 계기였지만 이일화는 '천화'를 통해 24년 만에 스크린 주연을 맡게 됐다. SBS 공채 탤런트 2기 출신인 이일화는 그간 tvN '응답하라' 시리즈, MBC '불어라 미풍아', KBS2 '마녀의 법정' 등을 포함해 다수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따듯하고 친근한 엄마의 이미지로 대중에게 각인됐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 미스터리하며 욕망에 충실한 윤정 역을 맡아 흡연신, 노출신 등 이전에 볼 수 없던 파격적인 장면들을 연기했다. 이에 다소 부담을 느꼈단 이일화는 그럼에도 윤정 역을 결심한 이유는 감독을 향한 믿음이라고 했다. 이일화는 감독에게 고민이 되는 부분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를 꺼냈고, 이에 민병국 감독은 "걱정하지 말라"고 답하며 서로 간 많은 소통을 거쳤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 이일화는 감독에 대한 신뢰를 쌓고 작품을 완성해 나갈 수 있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그러나 이러한 소통은 작품과 역할의 해석에 있어서는 예외였다. 사실 '천화'는 다소 불친절하고 어려운 작품이다. 천화라는 단어는 불교용어로 죽음이란 의미를 갖고 있는데, 영화는 제목처럼 삶과 죽음의 경계라는 심오한 주제를 다룬다. 또 작품이 시간의 흐름이나 사건 중심으로 흘러가기보다는 인물들의 내면을 이미지로 풀어내는 독특한 내러티브 구조를 지니고 있고, 인물들에 대한 설명도 많이 생략돼 있다. 이일화는 복잡한 윤정 역을 연기하기 위해 감독과 소통하며 작품을 만들어가려 했지만, 감독에게 "배우의 생각에 맡기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때문에 '천화'는 베테랑 배우인 이일화에게도 쉽지 않은 작품이었을 터. 이일화 '천화'를 "힘든 작업"이라고 표현했지만 이를 통해 배우로서 많은 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배우는 연기를 하며 맥락을 생각한다. 앞뒤 상황을 연결하지 않으면 우습게 된다. 그런데 감독님이 디렉팅을 온전히 배우에게 맡겨서 촬영 당시에는 힘들었다. 오로지 나의 힘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결국 고민 끝에 이일화는 자신만의 해답을 내리고 연기를 펼쳤다. 그는 "연기를 하며 알츠하이머 환자를 돌보는 간병인인 윤정이 그 병을 점점 앓아 가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래서 감독님께 '전 윤정이 치매인 것 같아요'라고 의견을 전했다"며 자신이 내린 결론에 대해 설명했다.

이일화는 이러한 과정 속에서 영화가 모든 이들의 생각들을 받아들이며 신비롭고 매혹적으로 탄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님이 연기에 대해 많이 지적했다면 이런 느낌의 영화가 나오기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저 역시 모든 것을 새롭게 도전하고 받아들였다"며 작품을 통해 느낀 점에 대해 말했다. 그러면서 "감독님께서 작품을 통해 여러 사람에게 다양한 메시지가 전달되길 원하신 것 같다"고 작품의 의도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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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역할에 몰입해서 자신만의 윤정을 만들어간 이일화지만 그럼에도 많은 아쉬움을 갖고 있었다. "'천화'를 처음 보고 쥐구멍에 숨고 싶었다"며 자신의 연기에 대해 누구보다 냉정한 잣대를 들이민 이일화는 "매번 연기에 완벽이란 없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렇지만 이일화는 부족함의 미학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연기에 부족함이 조금은 있어야 시청자 또는 관객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게 있지 않을까"라고 질문을 던지며 "너무 카메라 앞에서 120% 힘줘서 완벽하게 연기하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부족한 점에서 자연스러움이 느껴지도록 살아있는 연기를 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지난해 KBS 연기대상에서 조연상을 수상한 이일화는 그때의 수상소감처럼 "이제 연기가 무엇인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놀라게 해드릴 만한 작품을 또 보여드리고 싶다"는 이일화의 연기 인생은 그의 말처럼 "이제 시작"이었다.

"좋은 작품에서 좋은 연기를 하는 것이 대중에게 받은 사랑에 보답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작은 역이든 큰 역이든 주어진 역이라면 감사한 마음으로 연기하고 싶어요"

[티브이데일리 공미나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송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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