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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력' 연상호 감독의 본색 [인터뷰]
2018. 02.07(수) 14:16
영화 염력 연상호 감독 인터뷰
영화 염력 연상호 감독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확고하지만 결코 편협하지 않다. 특유의 통시적 접근은 날카롭고 예리하지만 이에 수반되는 현상은 폭넓은 관점으로 바라본다. 그렇기에 연상호 감독의 색은 짙으면서도 다채롭다.

한국 최초 좀비 블록버스터 영화 '부산행'으로 천만 감독 대열에 오른 연상호 감독의 두 번째 실사 영화 '염력'(제작 영화사 레드피터)은 초능력을 소재로 한 판타지 코미디다. 갑자기 초능력 생긴 아빠가 위기에 처한 딸을 구한단 스토리는 얼핏 심심하지만, 감독이 연상호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실제 연상호 감독의 초능력 활용법은 영특하기 짝이 없다. 만화 같은 상상력을 쏟아붓고도 현실을 기반해 중심을 잡고, 여기에 자본 권력이란 거대 시스템의 잔혹한 실체를 교묘하게 담아냈다. 그러면서도 판타지 코미디 장르의 본질을 유지한다. 하지만 연상호 감독은 입버릇처럼 "'부산행' 흥행이 없었다면 '염력'은 만들지 못했을 것"이란 얘길 했다. 그 이유는 "한국에서 초능력 소재 영화나 블랙 코미디 장르가 흥행이 잘 됐던 경우가 없을뿐더러, 초능력 영화에 불편한 사회 문제를 다뤘다는 것이 사실은 굉장히 위험한 흥행 방해 요소"이기 때문이란다.

그럼에도 그가 '염력'을 포기하지 않은 까닭이 있다. "단순하고 B급 유머도 많고, 슬랩스틱도 많은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시발점엔 블랙코미디 성향이 강하고 사회적 메시지가 있는 영화를 그리워하고 염원하는 연상호 감독이 있었다. 어느 순간 웰메이드 영화 시대가 오면서 한국 영화가 발전되긴 했지만 특유의 옛 감성을 간직한 영화들이 사라져 간단 생각에 아쉬웠다고.

그래서인지 감독은 어떤 장르와 소재를 만나더라도 유독 그만의 감성이 짙게 묻어 나온다. 감독의 전작 애니메이션들이 일종의 현상들에 대해 극단적이고 적나라한 접근으로 저릿한 충격을 주는 방식이라면, '부산행'과 '염력'은 좀비와 초능력을 소재 삼아 대중성의 확장과 상업 영화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이행하면서도 그 본질적 감성은 늘 같았다. '염력'만 봐도 그렇다. "단편 만화 같은 아이디어로 철거촌의 초인을 그려볼까"란 감독의 발상은 괴물 같은 스토리로 완성됐다.

특히 주인공의 초능력 현상이 '북한 소행'이라며 호들갑을 떠는 뉴스나, 홍상무란 '예쁜 싸이코'의 '골 때리는' 제스처와 리액션 등은 코믹함의 절정이지만 그 실체를 들여다보면 마냥 웃고 있을 수 없다. 철거민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시스템의 실체는 철저히 숨겨둔 채, 이 자본 권력에 길들여진 주류 언론과 공권력이 행하는 비열하고 잔인한 폭력성을 부각했다.

결국 감독이 '염력'을 통해 그려내고 싶었던 것은 인간과 시스템의 대결이다. 철거민과 도시개발 시스템의 갈등을 일종의 괴리감 때문에 벌어지는 문제라고 표현한 그는 "쉽게 말해 상가 세입자가 가게를 운영하고 장사가 잘 돼 타운을 이루면 유동인구가 늘고 땅값이 오른다. 정작 이익을 보는 이는 땅을 가진 자들이지 세입자가 아니다"라며 이건 너무도 비효율적인 일이란다. 실제 세입자들이 이익을 보는 거래 방식은 결국 권리금인데, 이는 국가 체계가 인정하지 않는 허울뿐인 실리다.

갑자기 도시개발을 명목으로 이들이 이뤄놓은 타운을 하루아침에 밀어버리는 시스템의 폭력성에 거부감을 느낀 감독은 "이들을 해결하는 시스템의 방식이 너무 폭력적이다. 인간과 거대 시스템의 힘이 부딪힐 때, 초능력이 있어도 범접할 수 없는 무생물의 무서움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단 분명한 건 인간과의 대결에서 승리한 시스템이 얻은 건 허무한 빈 공터이고, 오히려 패배한 인간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성이라고 하는 건 얼마나 대단한가"를 보여주고 싶은 바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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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무비 공식과도 같은 주인공이 겪는 내적 갈등을 그리는 방식도 딱 연상호 다웠다. 그는 "좀만 참고 모른 척 하면 돈을 더 벌어서 먹고살 수 있을 거란 패배주의가 있었지만, 사람들이 죽을지도 모른단 생각에 결국 뛰어나가는 거라고 생각했다. 인간을 살리기 위해"라고 귀띔했다. 그의 말속에 살아있는 생명에 대한 가치와 존엄이 담겨 있었다.

이 같은 연상호 감독의 본질은 어떤 계기로 형성됐나 싶지만 그는 대수롭지 않게 "다들 비슷하지 않나. 유년 시절엔 그냥 보낸다. TV 보고 그러고 보낸다. 고등학교 땐 입시 외엔 별로 생각할 기회가 없다. 그러다 대학을 가면서 바람이 든다고 해야 하나. 다른 관점이 생기고 사회의식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되더라"고 했다. 하지만 이같은 패기와 열망도 결국 세월의 흐름에 따라 시스템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 다수의 기성세대가 늘어놓는 반박할 수 없는 변이다. 줄곧 이같은 기조를 유지할 수 있는 연상호 감독은 별난 사람 축에 속한다.

"아직 물이 덜 빠져서 그렇다. 곧 빠질 거다"라고 넉살인 연상호 감독도 "참 쉽지 않다. 오래되면 단지 의미만으로 할 수 없고, 이걸 지키기 위해 이상해지기도 한다. 막상 순응해서 편해지겠냐 한다면 그건 또 잘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저 역시도 영화 현장이란 시스템에 맞춰 살고 있는 거 아니겠냐고.

단 사람들이 기대하는 연상호란 무엇일까, 어떤 영화를 만들길 바라는 걸까. 이것이 무엇인지 아직 정확히는 모르지만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는, 그리고 그 기대를 충족시키는 작업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그였다.

어릴 때부터 악역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며 "반듯한 느낌보단 비뚤어진 인물이 좋다"고 타고난 반항아적 기질을 드러낸 연상호 감독은, 비정상적 시스템엔 자비 없이 냉엄하지만 그 속의 구성원들을 존중하고 소통하려는 방식은 의외로 다정하고 사려 깊었다. 이는 확고하지만 결코 편협하지 않은 연상호란 사람의 본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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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신정헌 기자, 영화 '염력'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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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연예계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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