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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누가 이 소년을 모른 척 하랴 [리뷰]
2018. 02.09(금) 16:49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스틸 컷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스틸 컷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패배감에 젖었던 탄광촌 소년이 주위의 도움 속에 어엿한 발레리노로 우뚝 선다. 흔한 성장 드라마 같은 이야기에 화려한 안무와 넘치는 순수함이 담겼다. 찬사가 아깝지 않은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다.

'빌리 엘리어트'(연출 사이먼 폴라드)는 아카데미상 후보작이었던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동명 영화를 무대화한 작품이다. 2005년 영국에서 뮤지컬로 처음 제작돼 호주 시드니, 미국 브로드웨이, 캐나다 토론토 등 세계 각지를 돌며 1000만 명이 넘는 관객에게 사랑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 라이선스 공연으로 초연돼 이번에 재연을 맞았다.

공연은 영화와 동일하게 탄광촌 노동자 계급의 가정에서 태어나 발레리노로 성장하는 소년 빌리의 이야기를 그린다. 1980년대 영국, 탄광 노조가 마가렛 대처 수상의 대대적인 폐광 조치에 맞서는 가운데 빌리는 열악한 환경을 딛고 훌륭한 발레리노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처음엔 발레에 흥미를 느끼면서도 사치라는 생각에 거부하던 빌리이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위해 춤추라는 윌킨슨 선생을 만나 발레리노로서 자아를 찾는다.



특히 '빌리 엘리어트'는 빌리 아버지와 형이 속한 탄광 노조와 영국 경찰의 대립, 그 사이에서 어떻게든 발레에 집중하려는 빌리와 윌킨슨 선생을 교차하며 다양한 가치관과 계급을 조명한다. 무대 한쪽에서는 노동자 권익을 위해 투쟁하는 노조가 어느 때보다 강경한 공권력과 격렬하게 대립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빌리와 윌킨슨처럼 척박한 현실을 잊고 꿈을 위해 매진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같은 노동자 계급이지만 전혀 다른 이상을 꿈꾸며 공존한다. 또 상반된 가치관을 가진 존재들인 만큼 모두가 충돌하고 격렬하게 대립한다.

충돌하는 어른들 사이에 낀 빌리는 좋아하는 춤을 마음껏 추고 싶다는 열정과 노동자 계급으로서 고급 예술인 발레를 할 수 없다는 패배감을 동시에 느낀다. 빌리는 윌킨슨 선생과 열심히 발레학교 오디션을 준비하지만 탄광촌을 에워싼 경찰들과 빈궁한 경제력에 발목 잡혀 발레 시험 한번 제 때 보기 힘든 처지다. 대책 없는 현실이 소년의 꿈을 가로막고 침잠하게 만든다. 그러나 결국 무엇도 빌리의 순수한 열정을 막을 순 없다. 오히려 사람들은 아무도 모르게 윌킨슨 선생과 노력한 빌리의 꿈을 인정하며 도와주기 위해 뭉친다.

극이 전개될수록 빌리는 갈등하던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존재가 된다. 발레를 반대하던 빌리 아버지나 발레를 가르치던 윌킨슨 선생은 여전히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어린 빌리의 꿈과 희망을 지켜주겠다는 일념 아래 힘을 합친다. 또한 탄광촌 사람들과 노조원까지 빌리의 왕립 발레학교 오디션 비용을 마련하고자 십시일반 돈을 모은다. 파업 후 생계가 곤란했던 어른들이 선뜻 자신의 주머니를 열고, 심지어 파업에 반대했던 또 다른 탄광 노동자까지 빌리를 위해 합세한다. 오직 빌리라는 아이를 위해 어떻게든 희망을 찾아주려는 기성세대의 노력은 폭넓은 인류애도 느끼게 한다. 이에 객석 모두가 빌리를 위해 뭉치고 진심으로 응원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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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빌리 엘리어트'는 환상적인 안무로 빌리의 성장과 격정적인 감정을 표현한다. 이 공연 안에서 빌리의 춤은 단순한 안무가 아닌 그의 웃음과 눈물 그리고 절규다. 가령 빌리가 파업 진압 경찰들에 가로막혀 오디션을 포기하는 순간의 좌절감은 1막 엔딩 곡 '앵그리 댄스(Angry Dance)'에서 격렬한 탭 댄스로 표현된다. 또 2막 후반부 '전기(Electricity)'에서는 우여곡절 끝에 오디션 면접에 임하는 빌리가 춤에 대한 짜릿한 열정을 전류에 빗대 발레와 현대 무용으로 그린다. 칼같이 들어맞는 경쾌한 탭댄스 소리와 무대를 가득 채운 안무는 그 자체로 진풍경이며 감동적이다.

아역 배우 천우진은 완벽한 빌리다. 작은 체구로 흐트러짐 없이 안무를 소화하며 무대 곳곳을 누빈다. 천진난만한 얼굴로 발레, 아크로바틱, 탭댄스는 물론 의자와 의상 등 사물을 이용하는 데다 와이어에 매달려 공중을 떠다니는 안무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그가 지난 2년 여간 '빌리 스쿨'에서 오직 '빌리 엘리어트'를 위해 매진한 것을 여실히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아직 전문적으로 연기와 성악을 배우지 않아 감정 표현과 발성에서는 다소 미진한 부분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빌리는 감정을 춤으로 표현하는 캐릭터이기에 천우진의 연기 기술적인 무지도 용서된다.

여기에 베테랑 뮤지컬 배우 최정원이나 연극계 원로 배우 박정자, 최근 좌안 망막 박리술을 마치고 복귀한 김갑수 등이 안정적인 연기로 어리고 불안한 빌리를 완벽하게 받쳐준다. 빌리와 함께 군무를 소화하는 소녀 혹은 성인 앙상블의 호흡도 일품이다.

결국 '빌리 엘리어트'는 소년 빌리의 춤사위와 이를 지켜보고 응원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통해 객석에게 전율을 선사한다. 음악보다 춤이 두드러지는 공연인 만큼 뮤지컬이 아닌 댄스컬 혹은 무용 공연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패배감에 젖었던 빌리가 전도유망한 발레리노로 우뚝 선 장면 앞에 장르는 무의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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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엘리어트'는 5월 7일까지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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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뮤지컬 | 빌리 엘리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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