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랜드, 누가 그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인터뷰]
2018. 02.15(목) 13:00
홀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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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마음의 상처를 극복한다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상처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누군가에게 꺼내보이는 일조차도 어렵다. 그러나 자신의 상처를 대중 앞에 진솔하게 내놓은 한 가수가 있다. 데뷔와 동시에 성 소수자임을 고백한 홀랜드다.

홀랜드는 최근 데뷔곡 '네버랜드(Neverland)'를 발표하며 가요계에 데뷔했다. '네버랜드'는 사랑을 하는 것에서 차별을 받은 한 소년이 상처를 딛고 순수한 사람들만이 갈 수 있는 네버랜드라는 곳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을 담은 곡이다.

이는 동성애자로 살아가며 많은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받은 홀랜드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동성애 커플의 일상적인 연애를 그린 뮤직비디오는 SNS 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홀랜드는 "사실 크게 기대를 안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랑을 주셔서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가수의 꿈을 이루는 첫 걸음에 커밍아웃을 선택한 홀랜드. 용기 있는 선택으로 많은 이들의 응원과 격려를 받고 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누군가에게 공격을 받으며 또 다시 상처를 받고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테고, 자신의 성 정체성을 대중에게 고백해야 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텐데 그는 왜 데뷔 앨범을 통해 커밍아웃을 하게 된 것일까. 홀랜드는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가수가 되고 싶었다"며 "대부분의 노래 가사는 이성애자의 사랑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거짓말로 노래를 부르고 싶지는 않았다. 스스로 당당하지도, 자랑스럽지도 못 할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혹자는 홀랜드의 커밍아웃을 향해 노이즈마케팅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홀랜드는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내가 생각하기에 한국에서 커밍아웃으로 노이즈마케팅을 하기에는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게 많다"며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네버랜드'를 통한 그의 고백은 마케팅도, 단순히 관심을 끌고자 하는 것도 아니었다. 이는 상처 받았던 속내를 진정성 있게 보여주는 일이자, 같은 이유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은 응원의 외침이었다.

"정말 힘든 시기에 저한테 괜찮다는 위로의 말을 건네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어요. 어디서든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를 감추기에 바쁜 분위기였죠. 그래서 더더욱 사람들이 동성애가 '잘못된 것' 혹은 '틀린 것'이라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 보니 이런 얘기를 하는 가수가 필요하겠다 싶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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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용기를 내기까지 그에게는 수많은 상처가 있었다. 홀랜드는 중학교 때 가장 친한 친구에게 커밍아웃을 했지만, 순식간에 소문이 퍼지며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됐다. 그는 "아예 다른 지역으로 고등학교를 진학하고 난 뒤에 좋은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서 안정을 찾았지만, 그 어린 나이에 받은 상처로 지금까지도 힘들게 살고 있다"고 털어놨다.

홀랜드는 앨범을 준비하면서도 동성애라는 이유만으로 많은 이들에게 거절을 당했다. 노래를 만들어놓고 제작에 필요한 투자금을 받기 위해 많은 곳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한 곳도 그의 노래를 받아주지 않은 것. 그는 "응원해주는 소속사가 없었다. 동성애 콘셉트는 받아들이기는 힘들다고 직접적으로 표현한 회사도 있었고, 적극적인 논의가 진행되다가 동성애 얘기를 꺼내니까 연락이 끊긴 곳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홀랜드는 좌절하지 않았다. 긍정적인 성격의 그는 "그러면 '내가 해야지'라고 생각했다"며 혼자 음원을 발매하고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고. 동성애라는 이유만으로 꿈이 좌절될지도 몰랐던 상황이 상처였을 법도 한데, 그는 "그런 거에 상처 받지는 않았다.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응원과 위로를 하려면 내가 강해져야 했다"고 말해 그의 단단한 마음가짐을 엿보게 했다.

홀랜드는 2년 간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앨범 작업을 했다. 또한 많은 이들의 도움도 받았다고. 특히나 그는 뮤직비디오 제작팀에 대해 "내 뜻을 알고 많이 도와주셨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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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뮤직비디오는 동성애 커플의 키스신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19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았다. 이성애 커플이 비슷한 수위로 보여준 키스신이 담긴 뮤직비디오가 15세 이상 관람가인 것을 고려했을 때, 그의 뮤직비디오 '19금 판정'은 조금 납득하기 어렵다.

"뮤직비디오 촬영 전에 동성애 커플의 키스신을 넣으면 19세 이상 관람가가 된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어요. 처음엔 키스신을 굳이 안 넣어도 된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그 기준을 알고 나니까, 이 뮤직비디오가 잘 되면 이런 차별적인 문제에 많은 분들이 의문을 갖게 되고 공론화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키스신을 넣기로 했죠. 그거 아세요? 팝가수 샘 스미스의 뮤직비디오 중에도 동성애 키스신이 등장하는 건 한국에서 '19금'이예요."

홀랜드는 자신의 노래와 뮤직비디오로 인해 성 소수자 차별에 관한 이슈가 양지에서 이야기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대화가 이뤄져야 동성애에 관한 좋은 가치관이 형성된다고 믿고 있기 때문.

이러한 사회적인 변화를 바라면서 자신의 커밍아웃을 선택한 홀랜드. 그는 "이번 앨범을 내면서 지인들도 내가 동성애자라는 걸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내 주위에는 좋은 사람들밖에 없는 건지 모르겠지만, 모두가 나를 응원해줬다"며 지인들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또한 자신의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사랑해주는 팬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내비쳤다. 그는 "내 뮤직비디오 리액션 영상 중에 울면서 고맙다고 한 분이 있었다. 울면서 말할 정도로 나한테 큰 위로를 받았구나 싶어서 나 또한 놀랐다"며, 이를 계기로 더 열심히 해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다졌다.

무엇보다 홀랜드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했다. "내가 잘못하면 '동성애자라서 잘못한 거야'라면서 비난 받을 수도 있다. 그러면 다른 동성애자 분들에게 상처가 되는 일"이라며 좋은 사람이 돼야 한다는 책임감을 내보였다.

자신의 상처를 딛고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고자 노력하는 홀랜드에게 어떻게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있을까. 사회적인 변화를 위해 용기를 낸 그의 첫 걸음이 멈추지 않고 계속되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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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 상처를 치유하지 못 하면 꿈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커밍아웃을 했고, 이 일로 인해서 저 또한 응원과 치유를 받고 있습니다. 언제 또 다시 무너질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제가 더 강해져야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으니까 더 당당해지려고요."

[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안성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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