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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미저리', 거대한 원작을 다르게 풀어내는 지혜 [리뷰]
2018. 03.02(금) 12:09
연극 미저리 애니 고수희
연극 미저리 애니 고수희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연극 '미저리'는 스릴러 영화의 교과서처럼 자리 잡은 동명 영화를 효과적으로 구현한다. 원작과 다르게 변형된 장면과 무대는 물론 같은 캐릭터를 다르게 소화하는 배우들까지 일품이다.

'미저리'(연출 황인뢰)는 스티븐 킹의 동명 소설과 이를 각색한 1990년 영화를 원작으로 한 연극이다. 소설과 영화는 스티븐 킹의 천재적인 스릴러 감각과, 배우 케시 베이츠의 호연에 힘입어 모두 호평받았다. 이에 힘입어 2015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고 당시 할리우드 대표 액션 배우 브루스 윌리스가 처음으로 연극에 도전해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3년 만인 2018년 한국에 상륙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극은 작중 '미저리' 시리즈를 흥행시킨 베스트셀러 작가 폴이 광팬 애니에게 납치됐다가 탈출하는 과정을 그린다. 폴은 신작 원고를 마치고 차를 몰던 중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 이를 구한 애니가 자신의 집에 폴을 감금한 뒤 새로운 '미저리' 시리즈를 집필하도록 강요한다. 이 과정에서 애니는 폴의 생명을 구한 은인이었다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미저리' 내용에 급격하게 분노하는 광기 어린 팬으로 변모한다. 폴은 애니의 변화에 기겁하면서도 끊임없이 살아서 도망치고자 궁리한다. 이는 소설, 영화와 대동소이한 줄거리다.

특히 공연은 영화와 소설 속 하이라이트 장면을 약간의 변형을 더해 무대에서 구현했다. 애니가 폴의 도주 시도를 눈치채고 다리를 망치로 내려치는 장면이 대표적인 예다. 원작에서 애니는 도끼를 들고 폴을 위협하지만, 이번 연극에서는 애니가 거대한 망치로 폴의 다리를 내려친다. 무대 환경으로 인해 흉기가 바뀐 셈이지만 스릴감은 변함없다. 애니가 망치를 휘두르는 순간 울리는 천둥소리와 번개처럼 번쩍이는 시각 효과, 망치의 둔탁한 타격음이 극도의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이밖에도 애니가 폴에게 소설에 욕을 썼다며 걸레 빤 물을 마시게 하거나, 폴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장면 등이 괴기스러움을 더한다. 애니의 광기는 사고를 당해 움직일 수 없는 폴처럼 관객을 움츠러들게 만들며 옴짝달싹 할 수 없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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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수희는 영화 속 애니로 골든글로브와 오스카를 휩쓸었던 케시 베이츠 못지않은 존재감을 발산한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를 정도로 분노하고 쇳소리가 나올 정도로 절규하며 소리치는 그의 모습은 공포 그 자체다. 특히 일부 장면에서 그는 폴에게 "당신의 넘버원 팬"이라며 수줍게 고백해 자못 사랑스럽기까지 한데, 이는 광기를 더욱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그만의 도움닫기다. 폴을 향한 구애를 펼치다가 광기를 드러내는 순간, 고수희의 애니는 대체 불가능한 스릴감을 자아낸다.

폴 역의 배우 이건명 또한 안정적인 연기로 고수희와 호흡을 맞춘다. 그는 애니의 변화에 맞춰 자신을 구해준 팬에게는 한없이 신사적인 모습을, 집착하는 스토커에겐 질색하는 두려움을 연기한다. 특히 이건명은 탈출을 위해 애니에게 빠진 척 거짓말하는 모습까지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그를 통해 애니에 비해 묻힐 수 있는 폴의 매력도 살아난다.

오직 애니의 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폴과 애니의 스릴러는 자칫 단조로움을 남기기도 한다. 그러나 애니의 집 전경과 폴이 갇힌 손님방, 그 사이를 메꾸는 부엌을 원형의 회전 무대로 구성한 점이 지루함을 희석시킨다. 손님방만 나오는 장면이 너무 늘어질 때쯤 애니의 집과 부엌으로 무대가 회전하며 장면을 전환하는 식이다. 최소한의 부피로 좁은 무대를 최대한 활용한 황인뢰 연출의 재치가 돋보이는 구성이다.

'미저리'는 다음 달 15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크리에이티브리더스그룹에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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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고수희 | 미저리 | 이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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