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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공감] ‘마더’, 엄마와 아이를 잇는 것에 대하여
2018. 03.09(금) 19:49
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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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친 엄마와 삼촌(이라 부르는 엄마의 애인)에게 학대 받는 아이, 혜나(허율)는 밤마다 갈 데 없이 헤매며 부모의 손길이 닿지 않은 모습으로 등교해 아이들에게 놀림 받는 게 일상이다. 신기할 정도로 잘 간직된, 엄마만 행복하면 괜찮다는, 착하고 사랑스러운 아이의 성품 덕분일까. 혜나는 자신과 같은 상처를 지닌 교사 수진(이보영)의 눈에 띠어 죽을 위기에서 구원을 받는다. tvN 드라마 ‘마더’(연출 김철규, 극본 정서경)의 이야기다.

단순한 구원이 아니다. ‘윤복’이란 새로운 이름과 이전에 맛보지 못했던 사랑으로 가득 찬 새 삶까지 얻었다. 물론 세상은 이 가엾은 작은 아이에게 여전히 호락호락하지 않다. 수진은 납치 및 유괴라는 혐의를 받게 되고 윤복 또한 함께 도망자의 신세로 전락했으니까. 하지만 이전의 ‘혜나’로 돌아갈 생각은 털끝만치도 없다. 돌아갈 수도 없다. 쓰레기봉투에 담겨 버려졌을 때 혜나는 죽었고 이제 수진을 ‘진짜’ 엄마로 삼은 ‘윤복’만이 존재하는 까닭이다.

‘친’엄마와 ‘진짜’ 엄마, ‘마더’에서 주목해야 할 시선이다. ‘마더’에는 자신이 낳은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친 엄마와, 배 아파 낳은 아이가 아님에도 사랑해마지 못하는 진짜 엄마가 등장한다. 전자는 자영(고성희), 아이아빠에게 버림받고 아이와 단 둘이 살아내야 했던 그녀에게 혜나는 자신을 한없이 비참하고 초라하고 고되게 만드는 딸이다. 아무리 자식이라도, 없었다면 좀 더 마음과 몸을 편하게 두며 살 수 있었을 텐데, 도대체 엄마란 존재는 무슨 죄가 있길래 이 가혹한 운명을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게 자영의 저변에 흐르는 생각이었다.

수진은 누구보다 혜나를 못 본 척, 그냥 지나치고 싶었던 사람이다. 동일한 상처로 점철되어 있는 그녀의 어릴 적 모습과 혜나가 유독 겹쳐졌던 까닭이다. 하지만 쓰레기봉투 속에서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엄마의 행복을 위해 죽음을 선택한 혜나를 발견한 순간, 수진은 자신과 꼭 닮은 모습에 그저 뜨거운 마음으로 아이를 안아 올려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엄마가 될 생각도 자신도 없었는데, 아이가 무슨 잘못이 있겠냐며 혜나를 윤복으로 품어내는 순간부터 그녀는 ‘진짜’ 엄마가 되기 시작했다.

사실 좋은 엄마가 될 자질로 따지자면 수진도 자영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친 엄마에게 버림받은 기억(비록 오해였지만)이 남긴 생채기를 안고 여태 살아왔으며, 새로운 엄마 영신(이혜영)이 쏟는 전폭적인 사랑도 제대로 받아낼 줄 몰랐으니까. 그렇다면 수진과 자영, 이 둘을 가른 결정적인 차이는 무엇일까.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많이 먹는다고, ‘사랑’이다. 제대로 된 사랑을 받아 본 사람이 그 사랑을 흘려 보낼 줄도 알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렇지, 수진은 어떻게 자신의 삶 전체를 내던지면서까지 혜나를 구할 생각을 했을까. 본인도 모르게 내재되어 있던, 엄마 영신의 사랑, 친딸들보다 입양한 아이 수진을 더 귀하게 품어내었던 지극한 사랑이 그녀로 하여금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을 테다. 안타깝게도 자영과 그녀의 애인 설악(손석구)은 이러한 사랑을 받아 본 적이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심지어 설악은 친 엄마의 학대 속에서 자라다가 자살한 엄마의 시신과 마주하기까지 했다.

사랑은 사랑을 낳고 미움은 미움을 낳는다. 사랑 받은 아이는 사랑을 주는 존재로, 미움 받은 아이는 미움을 주는 존재(웬만한 만남이 있지 않고서야)로 자란다. 이쯤에서 깨닫는 바는, 열 달 남짓한 시간을 뱃속에 품고 있었다 해서 엄마와 아이의 관계가 성립되진 않는다는 것이다. 엄마와 아이를 ‘사랑’이 잇고 있어야 한다. 이건 논란의 여지가 없는 숙명이다. 슬픈 일은 간혹 사랑이 없는 묶임이 있으며 이들은 서로에게 폭력적인 영향력을 끼친다는 것이다.

“엄마, 한번만 더 유괴해 주세요”

‘윤복’은 현재 ‘진짜’ 엄마 수진과 헤어진 상태다. 재판도 무사히 다 끝났지만 아직 세상은 그들을 모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윤복에게 세상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다. 윤복은 수진의 딸이며 수진은 윤복의 엄마다. 엄마 수진과의 끊을 수 없는 사랑의 끈과 할머니 영신이 준 목걸이가 그 증거다. 딸은 엄마와 함께 있는 게 당연한데, 세상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다. 이제 윤복이, 그간 받은 사랑의 힘을 기반으로 엄마를 찾아 나설 때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tvN ‘마더’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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