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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만나러 갑니다' 손예진, 시간을 음미하는 순간 [인터뷰]
2018. 03.11(일) 11:44
지금 만나러 갑니다 손예진 인터뷰
지금 만나러 갑니다 손예진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시간을 음미한다. 메마른 감성이 되지 않도록, 의지라는 욕심이 꺾이지 않도록. 배우 손예진의 품격은 그렇게 완성된다.

딸 실종 후 광기에 가까운 열연을 펼쳤던 영화 '비밀은 없다'와 '덕혜옹주'에서 애처롭고 처절한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의 모습까지. 강렬했던 전작들에서의 무게감 때문에 잠시 잊혔던 손예진의 '멜로퀸' 타이틀이 영락없이 주인에게 되돌아왔다. 일본 소설과 영화를 원작으로 한 '지금 만나러 갑니다'(감독 이장훈·제작 무비락)는 세상을 떠난 아내가 기억을 잃은 채 남편과 아들 곁에 돌아오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

엉뚱하면서도 사랑스럽고, 피할 수 있는 운명을 피하지 않는 용감하고 매력적인 여인 수아로 분한 손예진의 장기는 유감없이 발휘됐다. "멜로퀸이 다시 돌아왔다는 표현을 많이 해주셔서 멜로 영화에서의 제 모습을 이렇게까지 좋아해주셨구나 느꼈고, 감사하면서도 기분이 묘했다"는 그는 "제게 사랑 이야기는 늘 꿈꾸는 것이고, 소중한 고향같은 것"이라고 반가워했다. 그 또한 그동안 다양한 장르에서 배우로서 여러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유독 자신의 멜로 영화를 사랑하고, 아직도 2000년대 영화 '클래식'과 '내 머리속의 지우개'를 기억해주는 관객들에 새로운 멜로 영화로 돌아오고 싶었단다.

하지만 영 쉽지 않았다. 전작 멜로 이미지를 뛰어넘는 작품을 찾는 것도, 이렇다할 시나리오도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우연히 읽게 된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모든 걸 떠나서 그냥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그렇잖아도 최근 '클래식'을 극장에서 다시 보며 감회가 새로웠고, 옛 추억들이 소환되며 뭉클한 감상에 젖어들었는데 그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단다. "왜 이렇게 오랫동안 이런 음악과 영상, 이런 촉촉한 이야기를 보지 못했을까." 이때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운명처럼 찾아든 작품이었고, 옛날의 향수를 불러 일으킨 것만으로도 좋았단 손예진이다.

"예전엔 작은 것에도 놀라고 당황하고 슬프고, 감정 기복이 컸다면 세월이 지나며 점점 무뎌지지 않나. 무뎌지고 깎이는 감정들을 끌어올리는 게 배우로서 필요한 일인데,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바닥에 있던 말랑말랑하고 설렜던 감정을 끄집어 낼 수 있게 해주더라"는 손예진의 설명이다. 이전 작품들과는 달리 여주인공의 감정 변화를 직접적으로 담아내지 않고, 한발 뒤에서 따라가는 지점도 좋더란다. "예전엔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서 몰입하고 예민하게 찍었다면 지금은 이렇게 편하게 연기해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는 그는 "강산이 변할만큼의 세월이 흐르긴 했다"며 넉살이었다.

이어 "'클래식' 때는 연기를 그렇게 잘하진 않았다. 이제야 객관적으로 보게 되더라. 하지만 화면과 음악, 연출이 좋았고 그때만 보여줄 수 있었던 풋풋하고 어설픈 모습이 있었다. 그래서 아련하고 예쁘더라"고 했다. 반면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여백이 많은 영화라고 생각했기에 캐릭터에 충실하되, 계산된 연기란 느낌이 들지 않게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려 했다고. 그랬기에 완벽주의 손예진에게도 이번 영화는 "부족한 부분이 보여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은" 작품이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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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이 있는 작품은 아무래도 매번 비교 선상에 놓이지만, 손예진은 이에 대한 우려보단 작품 속 캐릭터에 집중하려 노력했다. 그는 "일본 원작은 담백하면서도 절제된 매력이 있다면, 우리 작품은 감정이 살아있고 풍성하다. 일본과 한국의 정서는 다르지 않나. 한국적인 것으로 재탄생했고 생동감있는 영화가 된 것 같다"고 자평했다. 이어 "수아의 첫 등장부터 다르다. 원작에선 신비스러운 동화 같은 신이지만, 저는 자다 깨서 귀신처럼 머리를 늘어뜨리고 좀 엉뚱하지 않나"라며 웃어보였다. 감독의 유머 코드 또한 흡족했다며 "코드가 정말 잘 맞았다. 또 우리 영화가 슬플 수밖에 없는 내용이기에 그 전까진 관객들이 편하고 재밌게 웃으셨으면 했다"는 손예진이다.

아들과 게임을 할 때 절대 봐주지 않는 못말리는 수아의 모습은 그의 아이디어였다. 그는 "요가 자세 버티기도 제가 조카들이랑 하는 게임이다. 버티기 힘든 이상한 자세를 취해서 이기는 사람에 선물을 주는데 제가 늘 이긴다"며 눈을 빛냈고 "수아는 기억을 잃은 채 아들을 만나지 않나. 아이와 노는 것이 정말 재밌고 순간 흥분해서 그럴 것 같더라"고 설명했다. 이런 모습을 두고 손예진이 개그 욕심이 있었다는 촬영장 비화가 탄생한 셈이다. 하지만 이처럼 설득력 있는 캐릭터 분석 덕분에 말괄량이 수아가 점점 엄마란 사실을 인식하고, 아들에 대한 애틋한 모성애를 드러내는 순간 더욱 뭉클한 감동이 배가됐다. 특히 손예진은 "영화를 찍으며 제가 연기했지만, 수아가 남편과 아들에 이토록 사랑받고 그리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 굉장히 부러웠고 묘한 감정이었다"고 털어놨다.

운명을 받아들이는 담대한 용기, 그리고 이 운명에 갇혀 좌절하지 않고 사랑하는 이들에 소중한 마음을 전하는 캐릭터의 모습 역시 손예진이 매료된 지점이다. 그는 "전 진짜 운명론자다. 모든 것은 정해져 있고, 아주 큰 틀로 짜여진 인생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또한 이 운명을 개척하고 만들어가는 것도 믿는다. 그래서 후회되는 순간도 있지만, 그것조차도 제가 이를 계기로 무언가를 깨닫고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손예진이 "작품을 만나는 것은 운명같다"고 말한 이유는 그래서였다.

어느덧 데뷔 18년. 손예진은 지난 시절을 회상하며 시간을 음미했다. "20대의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간 걸 느낀다. 정말 그땐 연기밖에 없었다. 문득 돌아보니 청춘이라고 했던 시절이 다 갔다"며 세월이 가고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솔직하게 토로한 그였다. 하지만 "소중한 작품들을 얻었고, 내가 바친 시간 속에서 연기를 잘하고 싶은 욕심과 만족으로 오랫동안 이 시간을 꾸준히 걸어왔다는 것. 그것만큼은 스스로 정말 열심히 했구나 칭찬해주고 싶다"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을 이가 어디 있을까.

그림 속 여인같던 청순한 CF 속 모습을 시작으로 첫사랑 아이콘으로 등극하더니, 과감하게 파격과 일탈을 거듭한 손예진. 그리고 이젠 어떠한 장르와 캐릭터가 주어지건 '손예진'이란 이름의 가치를 증명해내는 그다. 그럼에도 "연기에 대한 욕심은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다"며 "욕심이란 단어가 부정적으로 여겨질 수 있으나 이는 해내고자 하는 의지이며, 책임감을 바탕으로 한 것"이란 손예진의 연기 철학은 확고했고 기품이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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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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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연예계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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