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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공감] ‘윤식당2’가 우리에게 남긴 어떤 앓음에 대하여
2018. 03.13(화) 14:59
윤식당2
윤식당2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스페인의 작은 해변 마을, 가라치코에 차려진 ‘윤스키친’이 성황리에 영업을 마쳤다. 본업인 배우의 일을 잠시나마 내려놓고 외국의 작은 마을, 작은 식당을 함께 꾸려냈던 윤여정, 이서진, 정유미, 박서준의 한여름 밤의 꿈도 끝이 났다. 하지만 tvN ‘윤식당2’가 우리 마음에 남긴 어떤 앓음은 봄 내음과 함께 서서히 여무는 중이다.

“주방에서 평탄한 삶은 불가능해, 어쨌든 나의 행복의 척도는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야”

인근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회식을 하러 왔다. 도대체 몇 접시를 비우는 것인지, 오래도록 이어진 모임 덕에 ‘윤스키친’의 주방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만 바깥에서 들려오는 흥겨운 소리가 싫지는 않은 느낌이었다. 이는 브라운관을 통해 시청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 어색하고 힘겹기만 한 한국의 것과는 사뭇 다르니 그저 멍하니 보게 되었다 할까.

아니, 회식 자리에서 나누는 대화의 주제가 ‘행복’이라니, 피상적인 혹은 대중적인 개념의 행복도 아니고, 지극히 주관적이고 구체적인 의미에서의 ‘행복’이다. 전쟁터와 같은 주방에서 얻은 깊은 지혜일까. 평탄함은 안정적인 것일 뿐이라며 평탄하다거나 안정적인 삶이 행복과 직결될 수 없음을 정확히 짚어주기까지 한다. 평탄할 수 없는 주방에서 일하는 그들은, 평탄하다거나 안정적이진 않아도 그들만의 행복을 담아내며 하루하루 잘 살고 있는 까닭이다.

놀랍도록 진솔한 얼굴과 목소리로, 그들은 말한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은 집 있고 돈 많고 차 있고 강아지 키우는 게 아니야. 주변에 있는 것들이지.” 항상 함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소중한 존재의 부재를 겪으면, 결국 불행은 옆에 아무도 없다는 지독한 외로움에서 출발하며 아무리 큰 집이고 많은 돈이고 좋은 차이고 사랑스러운 강아지라 하더라도 그 대상을 대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는 것. 그러니 함께 하는 이들을 더없이 소중하게 생각하고 아껴주라고, 행복은 거기에 깃들어 온다는 이야기다.

일상의 철학가들이 따로 없다. 흔히 말하는 꼰대의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사장과 고용된 직원들, 어찌 되었든 상하관계를 가진 사이일 텐데, 일터를 떠난 그들의 모습엔 동료의 느낌이 더 진하다. 직급과 상관없이 서로를 있는 그대로 허물없이 대한다. 조언을 줘야 할 때도 자신이 살아온 삶을 정성스레 모아 진심을 담아 건네니, 받는 이로서도 더없이 힘이 된다. “내 삶은 장미꽃밭은 아니었어, 엄청 드센 팔자였지. 어쩌면 그게 앞으로 나아갈 동력이 돼줬는지도 몰라.”

이런 분위기의 회식이라면, 게다가 좋은 음식까지 앞에 있다면 몇 시간이고 할 수 있겠다. 민족성에 흥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회식 문화가 제대로 뒤통수를 얻어맞아야 할 부분이다. 물론 업종마다의 특성에서 오는 차이도 있겠지만, 상하관계에 앞서 같은 짐을 지고 가는 동료임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조직을 유연하게 하고 사람들 사이에 끈끈한 연대를 형성함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오늘의 우리는 일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하면 개인의 삶을 위한 능동적인 노동만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디자인된 우리에게 자기 자신만을 위한 노동은 애초부터 허락되지 않았다. 나의 삶을 위한 노동은 종국엔 타인의 것과 맞물리기 마련이었다. 그러니까, 타인과 함께 하는 노동을 아예 거부하는 게 아니다. 기계적인 공동체에 소속되는 게 이젠 싫고, 서로가 서로를 하나의 부품처럼 여기고 상하관계를 다투면서까지 치열하게 일하고 싶지도 않은 것이다.

“S.V.B.E.E.V.(Si Vales Bene Est, Ego Valeo)”

‘당신이 잘 계신다면 잘 되었네요, 나는 잘 지냅니다’란 뜻의 라틴어로, 로마인들이 편지 첫 머리에 자주 쓰던 인사말이라 한다. 나의 일, 나의 삶, 나의 안녕에 집중되어 있는 요즘으로선 듣기 어려운 말이다. 어쩌면 우리는 일면식도 없는 외국 사람들의 회식 모습에서 진정으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감정에 대한 그리움을 느꼈는지 모른다. 회식 문화의 개선이라기보다 자신의 속 이야기를 그대로 나눌 수 있는, 진심 어린 위로와 격려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부러웠는지 모른다.

흥미로운 경로다. 일상을 떠나 도달한 미지의 세계에서,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우리의 일상을 되돌아본다. 우리의 삶이 놓인 곳은 스페인 가라치코 마을이 아닌, 우리가 서 있는 지금 이 곳이니, 어쩔 수 없는 사고의 연장선상이라 하겠다. 그래서 가라치코 마을의 아름다운 풍광이나 절로 흥이 돋아나는 타인의 여유로운 삶보다 혹은 ‘윤식당2’의 다른 에피소드보다, 유독 저들의 회식 이야기가 마음에 담겼나 보다. ‘윤식당2’가 우리에게 건넨 가장 강렬한 여운이자 앓음이 아닐까.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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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윤식당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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