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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공감] ‘마더’, 품격 있는 드라마의 올바른 예
2018. 03.19(월) 17:20
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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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데메테르, 너무나 사랑하는 딸을 잃어버리는 여자”

드라마에서 내뱉는 연극적인 대사가 이처럼 잘 어울리는 배우가 또 있을까. 사실상 tvN 드라마 ‘마더’(연출 김철규 극본 정서경)의 품격은 배우 영신 역할을 담당한 배우 이혜영으로부터 시작한다. 일생을 무대에 바친, 무대를 사랑한 배우이자 세 아이를 입양해 배 아파 낳은 딸보다 더 친딸처럼 키운 ‘마더’ 속의 진정한 마더 영신. 독특한 이력으로부터 비롯된, 영신만의 엄마로서의 풍미는, 이혜영만의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연기로 재탄생되었다.

일생을 연극처럼 살아가는 영신의 모습은 매순간 우아하여, 자녀를 향한 사랑도 얼핏 자신의 소유물이란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오해하게 된다. 하지만 우아한 몸짓과 목소리, ‘진심어린’ 눈빛으로 영신의 웃을 훌륭하게 소화해낸 이혜영을 통해, 우리는 그녀의 유별난 자녀 사랑, 언제든 모든 것을 내어 줄 준비가 되어 있는 엄마로서의 사랑이 모친으로부터 받은 지극한 사랑과 무대 위에서 경험을 기반으로 한 그녀의 ‘진심어린’ 것임을 깨닫는다. 특히 연극 무대에 오른 듯 대사 하나하나에 무게감을 실어내는 그녀의 연기가 한 몫 단단히 한다.

“네 덕분에 나는 엄마가 됐고 엄마를 만났고 다시 딸이 됐지”

또 다른 ‘마더’ 수진은 계부에게 학대를 당하고 엄마에게 버림받은 기억(실은 버린 게 아니었지만)으로 항상 한겨울을 나는 것 같은 모습으로 사는 인물이다. 자신을 입양한 엄마 영신의 사랑을 알면서도 마음의 문을 꽉 잠근 채 도망 다녔으며 새 외에 어디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혜나를 만나기 전까지는. 운명처럼 맞닥뜨린 혜나는, 절대로 엄마가 될 수도 되지도 않겠다던 그녀로 하여금 자신과 함께 하는 작은 존재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는, 영신을 꼭 닮은 엄마가 되게 했다.

이보영은 그녀 특유의 차분하지만 따뜻한 얼굴과 말투로, 과거의 상처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강렬한 슬픔에 차 있는 수진, 혜나를 만나고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강한 엄마가 되어가는, 비로소 상처를 극복하고 성장하는 수진을 오롯이 담아낸다. 혜나, 윤복이를 바라보는 눈빛은, 연기를 넘어서 진짜 엄마의 그것과 닮아 있어 볼 때마다 가슴이 뭉클하더라. 이처럼 이혜영과는 또 다른 색을 지닌 이보영만의 품격은, 드라마 ‘마더’가 목적지에 이를 때까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수진을 비롯한 여러 등장인물들에게 몰입하는 일을 멈추지 않도록 돕는다.

“엄마랑 있으면 난 언제나 아이슬란드에 있는 거 같았거든요”

그리고 허율, ‘마더’의 작품성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 이 작은 아이를 빼놓을 수 없다. 극 중에서, 엄마만 행복하면 그걸로 되었다는, 원하는 건 엄마의 사랑밖에 없는 아이, 혜나이자 윤복이 되어 감성 깊은 연기로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아이가 아이 역할을 잘 해내는 게 뭐가 그리 큰 대수냐 싶겠지만, ‘마더’의 품격은 혜나이자 윤복인 허율에게서 비로소 온전해지기 때문이다.

혜나는 보통의 아이와 다른, 너무 빨리 자라버린 마음을 가진 아이다. 엄마가 자신을 버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쓰레기봉투 안에서 조용히 죽음을 받아들이는 모습이라던가, 목숨을 위협받고 있으면서도 죽음의 공포보다 죽은 자신을 보고 슬퍼할 엄마 수진을 먼저 걱정하는 모습에서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다. 누구보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놓였으면서 다른 이들의 마음을 먼저 돌아보고 착하고 따스한 얼굴로 위로의 목소리를 건네는 아이가 혜나, 윤복이다. 마음의 상처가 너무 기은 나머지 보통의 아이들보다 더 착하고 더 사려 기은 아이가 되어버린 경우라 할까. 연기가 조금만 허술해도 혹은 과해도 이야기의 감동이 흐트러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중요한 역할인 동시에 쉽지 않은 배역이다. 고작 만 아홉 살의 배우 허율이 이 어려운 걸 해낸 것이다. 그저 혜나가 되고 윤복이 되고, 수진의 딸이 되고 영신의 손녀가 됨으로써.

드라마의 품격은 좋은 이야기를 좋은 배우들이 풀어낼 때 만들어진다. 맡은 배역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본인 고유의 매력을 덧입힐 줄 아는 배우를 만나면 작품은 그 이상의 결과물로 재탄생된다. 이런 의미에서 종영한 드라마 ‘마더’는 인복이 상당하다. ‘아동학대’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를 다루는 진지한 드라마에서 끝났을지도 모를 자신의 이야기에 아름다운 생동감을 더해준 좋은 배우들을 만났으니. 덕분에 시청자들도 좋은 이야기가 선사하는 아름다운 여정에 함께 하는 행복과 감격을 누릴 수 있었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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