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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공감] ‘선한 싸움’이 본질을 잃지 않도록
2018. 03.20(화) 18:50
아이린 손나은
아이린 손나은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정의의 구현과 같은 선한 목적을 두고 일어나는 싸움이 있다. 이곳에선 ‘선한 싸움’이라 명명하겠다. 선한 싸움의 특징으로는 자신의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서는 사람에 의해 시작된다는 것, 올바른 가치를 위한 것이라 대부분 거대한 권력이나 비틀어진 사회 구조에 대항해 일어난다는 것이 있으며 여기에 절대 개인의 왜곡되거나 해묵은 감정은 관여시키지 않는다.

연이은 여성혐오 범죄는 비틀어진 사회 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사회를 향한 불만을 또 다른 약자, 자신이 생각하는 약자를 대상으로 하여 풀어내는 일이 한 번도 아니고 지속적으로 발생했다는 것은, 우리가 비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남주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등장은 여성이 하나의 인격체로서의 존중을 제대로 받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했다.

현재 판도라의 상자와 다름없는 역할을 하는 ‘미투 운동’은, 시작은 외부의 영향이었지만 앞에서 언급한 일련의 과정을 따라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연예계는 물론이고 정계까지, 우리 사회의 성범죄는 감히 그 뿌리의 끝을 가늠해볼 수조차 없을 정도로 사회 전반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부가 덧입혀진, 남성 중심의 권력 구조 위주로 돌아갔음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받아내야 할 충격은 상당했지만, 이제라도 약자의 목소리가 사회를 울리고 흔들 수 있어서, 썩은 부분을 조금이나마 도려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생각지 못한 맥락에 도사리고 있었는데 과도한 성 대결로 몰고 가며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을 끌어내어 핵심을 흐리는 사회 분위기다. 완전히 빗나간 초점이며 위험한 해석이 아닐 수 없다. 모든 힘을 끌어 모아 용기를 낸 사람들의 선한 싸움이, 자칫 진흙땅 싸움이 되어 안 하느니만 못한 것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까닭이다.

레드벨벳의 ‘아이린’은 ‘82년생 김지영’을 읽어 보았단 이유로, 에이핑크의 ‘손나은’은 협찬을 받아 사용한 폰 케이스에 하필 ‘GIRLS CAN DO ANYTHING(여자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이 적혀 있었단 이유로 악질적인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문제의 본질을 흐트러뜨린 대표적인 사례다. 실제로 유사한 일들이 요 근래 지속적으로 일어나 ‘미투 운동’의 긍정적 효과를 가리고 있는 실정이다.

설사 그녀들이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천명했다 하더라도 사람들의 비난을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지극히 개인적인 가치관이고 사고방식일뿐더러 페미니스트는 남성혐오와는 구분되는, 엄연히 다른 영역의 개념이니까. 다시 말해 페미니즘이나 미투 운동 등은 여성이 남성 전체를 고발하고 남성과 싸워서 우위를 차지하겠다고 이루어지는 움직임이 아니다. 기득권 중심의 편파적인 행태를 띠었던 사회구조와 그로 인한 피해를 고발하고 함께 바로 잡아보자는, 그리하여 있는 모습 그대로 공존하는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어보자는 ‘선한 싸움’이다.

성은 대립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 화합을 위해, 인류의 존속을 위해 존재한다.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누는 일은 자멸하겠다는, 어리석은 짓이나 다름없으며 애꿎은 피해자, 애꿎은 원한만 양산할 따름이다. 그러니 우리는 먼저 남성혐오, 여성혐오한 단어가 빈번히 쓰이고 있는 현실을 슬퍼하고, 지금 일어나고 있는 ‘선한 싸움’이 본질을 잃지 않도록 마음과 생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할 터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조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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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손나은 | 아이린 | 페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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