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공감] 장르물의 한 목소리, 피해자들의 아우성
2018. 03.22(목) 16:04
리턴 최자혜(박진희)의 눈물
리턴 최자혜(박진희)의 눈물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범죄자들은 극악무도해지고 형벌은 답보 상태인 시대에 한국의 사법 체계는 얼마나 정의로운가. 장르물 드라마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피해자들의 법감정과 동떨어진 사법 체계를 꼬집고 있다.

SBS 수목드라마 '리턴'(극본 최경미·연출 주동민)과 KBS2 수목드라마 '추리의 여왕2'(극본 이성민·연출 최윤석)가 최근 방송에서 같은 소재를 등장시켰다. 먼저 '리턴'에서는 최자혜(박진희)가 과거 딸을 뺑소니 사고로 잃었지만, 범죄자들이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자 19년에 걸쳐 치밀한 복수를 기획했다. '추리의 여왕2'에서는 주인공 유설옥(최강희)이 전신화상의 피해자를 낳은 방화사건의 범인이 초등학생임을 알고 격분했다. 두 작품 모두 촉법소년 제도가 가진 약점을 지적한 것이다.

촉법소년은 '만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로서 형벌을 받을 범법행위를 한 사람'을 가리킨다. 지난해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 길고양이 밥을 챙겨주던 중년 여성이 초등학생들이 던진 벽돌에 맞아 사망한 용인 초등생 벽돌 사건 등이 모두 피의자가 촉법소년인 사건들이었다.

문제는 촉법소년의 경우 형사책임능력이 없기 때문에 형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피의자들이 선악에 관한 가치가 바로 서지 않은 미성년이기 때문에 성인과 같은 형벌을 내릴 수 없다 주장했고, 반대 편에서는 피해자 혹은 피해자 가족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가해자 입장의 제도라며 촉법소년 폐지를 주장했다. 이 가운데 '리턴'과 '추리의 여왕2'는 이와 같은 입장에서 촉법소년을 조명한 것이다. 나아가 두 드라마는 피해자들과 동떨어진 사법 체계의 맹점으로 인해 가해자들이 처벌을 피하는 점을 돌이켜보게 했다.

물론 범죄자가 합당한 처벌을 피한 사례는 촉법소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08년 여아를 처참하게 성폭행했던 조두순은 음주로 인한 심신 미약 등을 주장해 형량을 낮췄고 2020년 만기 출소를 앞두고 있다. '땅콩 회항'으로 논란을 빚었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초유의 '갑질' 파문을 남겼으나 집행 유예 처분을 받았다. 심지어 지난달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성화 봉송 주자로 지원했다. 또한 '스폰서 검사'로 논란을 빚었던 김형준 전 부장검사도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조두순 사건에 치를 떨고 '땅콩회항'의 충격을 기억하며 검사 내 적폐 청산의 목소리가 높을진대, 범죄자들이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 아래 그들의 죄를 모면하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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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담한 상황에 드라마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위로했다. 단순하게는 비현실적인 영웅적 캐릭터들이 등장했다. '추리의 여왕2'에서는 경찰시험에 번번이 낙방하던 유설옥이 제목처럼 추리의 여왕으로 거듭나 각종 사건을 해결했고, 2016년 사랑 받은 케이블TV tvN 드라마 '시그널'에서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형사들의 공조 수사가 등장했다.

사법 체계를 철저하게 이용하거나 반대로 철저하게 무시하는 등 극과 극의 전개 방식도 있었다. 지난해 방송된 tvN 드라마 '비밀의 숲'의 경우 완벽하게 법적 테두리 안에서 '스폰서 검사' 논란과 정경유착의 해결을 그렸다. 뇌수술로 공감 능력이 결여된 주인공 황시목(조승우)이 특검을 통해 자신의 상관이 연루된 정경유착 스캔들을 철저하게 수사했던 것.

반대로 '리턴'의 경우 사적 복수의 집합체다. 판사였던 최자혜가 현재의 법으로는 자신의 억울함을 풀 수 없다는 판단 아래 법관에서 물러났고, 19년에 걸쳐 긴 복수극을 기획했다. 한때 판사였던 데다가 스타 변호사인 최자혜이기에 그조차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악인들을 위협하는 구성은 많은 것을 시사했다. 한때 법복을 입었던 자의 선택이 이럴진대, 평소 법에 대해 무지한 일반 시민들의 억울함은 오죽하겠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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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표현 방식은 달랐으나 이 같은 장르물 드라마의 목소리는 하나였다. 바로 죄지은 자들을 향한 합당한 처벌이다. '추리의 여왕2'와 '시그널' 등의 비현실적인 영웅들이나, 오직 법을 이용해 죄인을 판단하는 '비밀의 숲' 황시목이나, 법복을 벗어 던진 '리턴'의 최자혜나 하나같이 철저한 수사와 재판으로 범죄자들을 처벌하는 인물인 셈이다.

무엇보다 궁극적으로 이들의 목소리는 범죄 피해자들의 아우성을 대변했다. 일개 드라마들이 제시하는 메시지가 시청자의 귀를 기울이게 만들고 있는 터. 악인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는 사회에 법은 제대로 기능하는가. '리턴'의 주인공 최자혜의 대사로 그 답을 갈음한다. "불안한 법으로는 올바른 판단을 내린다고 해도 누군가에게 폭력이 될 수 있어요. 이런 법은 바꿔 나가야 하죠".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각 방송사 제공 및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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