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페이지 설정 북마크
홈페이지 로그인 회원가입 기사제보
페이스북 트위터 youtube
'연기 선생' 박정주의 연기론 [인터뷰]
2018. 04.12(목) 12:21
박정주
박정주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내가 아닌 타인의 재능이 발현되는 순간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채찍이 아닌 칭찬과 격려로 학생들의 잠재의식이 열리길 기다린다는 남자, 연기 선생 박정주다.

메소드 연기예술 연구소 대표로 있는 박정주는 러시아 국립 연극 예술원에서 연극학 박사를 마치고 2006년부터 10여 년째 한국에서 연기를 가르치는 인물이다. 그는 배우 이범수가 이끌던 테스피스 엔터테인먼트부터 SNS 엔터테인먼트와 얼반웍스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매니지먼트 회사의 배우들을 지도했다. 또한 2011년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기적의 오디션'과 각종 연기 아카데미에서 배우 지망생들을 가르쳤다. 그중에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빛을 본 지승현과 영화 '밀정' '범죄도시' '남한산성' 등에서 두각을 나타낸 허성태,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로 인연을 맺은 김혜은 등이 있다.

박정주가 시작부터 연기 선생을 꿈꿨던 것은 아니다. 고등학생 때 극단 드라마스튜디오의 단원으로 연극을 처음 접한 그는 배우이자 연출가로서 꿈을 키웠다. 본격적으로 연기를 공부하기로 결심한 뒤에는 현대 연극 예술의 학문적 근원지인 러시아에서 유학하기로 결정했고, 러시아 국립 쉐프킨 연극대학교에서 공부했다. 그리고 학사 졸업반 당시 현지 교수로부터 "연기를 가르치는 건 어떠냐"는 제안을 받았단다. 박정주는 "저한테 그런 능력이 있는 줄 몰랐다. 러시아 선생님 밑에서 석사 과정을 밟으며 본격적으로 교육자의 길을 걸었고, 확신이 생긴 뒤 박사까지 취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배우로서 연기를 대할 때와 교육자로서 연기를 대할 때의 가장 큰 차이점에 대해, 박정주는 "기다림"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충분히 재능을 발휘할 때까지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며 배우 지망생마다 천차만별의 재능과 숙련 기간을 갖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한눈에 보기에 배우이자 스타로서 가능성을 보이는 사람들은 10명 중 1명이 채 안 된다"며 "그렇지 않은 사람이 배우로서 성공하고 싶다면 적어도 10년은 투자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시대가 너무 빠르게 변하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30~40년을 배우로 살기 위해 10년도 투자하지 못한다면 배우의 길을 걸어선 안 된다"는 그다. 일례로 박정주는 자신이 한국에서 처음 가르친 제자가 지승현임을 밝혔고, 그가 딱 10년 만인 2016년에 '태양의 후예'로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했음을 설명했다.

특히 박정주는 10년에 걸친 가르침의 기간 중 두 가지 원칙을 고수했다. '칭찬'과 '존중'이었다. 그는 먼저 "학생들에게 절대로 '너는 배우가 못 된다'고 안 한다"고 말했다. 배우 지망생의 자질이나 재능이 부족할 경우 학생 스스로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흔히 연기 선생은 엄격하다는 생각이 강하고 '채찍'을 주라는 말이 많은데, 부족함을 아는 학생에게 지적만 하면 절대 배우가 될 수 없다"며 "연기에 긴 시간이 필요한 만큼 '잘 하고 있어'라는 격려와 칭찬이 학생들에게 원동력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학생들에게 절대로 반말하지 않는다"고 했다. 제자가 미성년자이건, 성인이건 무명의 신인이건 이름 난 배우이건 무조건 존댓말로 가르친다는 것. 그는 "내가 위에 있고 학생이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학생을 존중할 수 없고 그의 재능을 올바로 바라볼 수 없다"고 했다. 나아가 그는 최근 연극계에서 '미투(Me Too, 성폭력 고발 캠페인)' 운동의 폭로가 빗발친 것에 대해서도 "이윤택 같은 연출가들이 배우들에게 연기를 가르치며 하대하고 억압할 대상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박정주가 이처럼 학생들 개개인을 존중하며 연기를 가르치는 이유는 "연기란 또 다른 나를 찾아가는 길, 자아실현의 수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연기란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을 의식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행위"라 설명했고, 이를 위해 '잠재의식'의 도움을 빌려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연기 선생이란 개인이 잠재의식을 일깨우는 과정을 도와주는 존재이지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연기란 모두 잠재의식을 들여다보는 '연기 기술'이며 메소드 연기, 알렉산더 테크닉 같은 수많은 이론 역시 '몰입'을 이끌어내는 방법론이라는 그다.

그렇기에 박정주는 배우 지망생과 현직 배우들을 가르칠 때 차이를 뒀다. 배우 지망생인 학생들에게는 호흡법, 눈물, 표정 연기 등보다 자아를 찾는 과정을 강조하고, 기존의 배우들에게는 각자의 몰입법을 유지하는 선에서 캐릭터 해석에 도움을 준다는 것. 특히 박정주는 "일반적으로 현직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은 자신만의 몰입법을 깨우친 사람들이다. 그게 소위 말하는 연기 스타일이 되는 것"이라며 배우 개개인의 스타일을 존중했다.

이처럼 연기의 가치를 숭고하게 바라보고 있기에, 박정주는 한국에서 배우의 가치가 평가절하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가 공부한 러시아의 경우 소규모 극단이나 소속사 단위가 아닌 극장에 취업해 배우의 길을 걷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또 연기가 의식과 잠재의식을 넘나드는 고차원적인 정신적 노동이라는 가치관이 사회적으로 합의가 된 만큼 4년제 대학교에서 고등교육을 마친 사람들만이 극장에 취업할 수 있단다. 그는 "러시아에서는 단지 연기를 배우러 유학을 왔다는 이유만으로도 사람들이 엄지를 들어주며 선망의 시선을 보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여전히 '배우는 광대'라는 인식이 강한 듯하다"며 씁쓸해했다.

무엇보다 그는 "한국에서 연기를 하는 사람 중 95%는 생활고에 시달릴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박정주는 "이건 어떻게 극복할 수 없다. 국가에서도 책임질 수 없는 시스템이 됐다. 인정하고 가야 한다"고 했다. 대신 개개인이 연기와 생계를 동시에 운영하거나 유동적으로 갈아탈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그다. 연기가 10여 년의 공을 들여야 할 만큼 단기간에 끝날 일이 아니기 때문에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강할수록 더욱 체계적인 자신만의 순환 사이클을 확보해야 한다고.

궁극적으로 그는 "연기가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준다"는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열정으로 뭉친 배우 지망생들을 위해 언제든 달려갈 수 있는 의지를 갖고 있었다. 좋은 배우를 낳는 좋은 선생, 박정주의 활약을 기대한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조혜인 기자]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연휘선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키워드 : 박정주 | 지승현 | 허성태
싸이월드공감
koreastardaily kantamedaily kakao qq sina news.yahoo news.msn tw.news.yahoo.com thegioidienanh vientianetimes 구글 mk hihoku KT KBS 네이트온 싸이월드 네이트 다음 tvcast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