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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훈, '키스 먼저 할까요' 단 한 명의 원석 [인터뷰]
2018. 05.03(목) 19:02
기도훈
기도훈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1995년생, 만 23세. 이제 막 20대 중반을 바라보기 시작한 나이에 일찌감치 좌절을 극복하고 패기를 발산하는 배우가 있다. 작품을 런웨이처럼 누비려 노력하는 모델 출신 신인 연기자 기도훈이다.

기도훈은 지난달 24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극본 배유미·연출 손정현)에서 후천적 청각장애를 입은 바리스타 여하민 역을 맡았다. 중년 남녀 손무한(감우성)과 안순진(김선아)의 사랑을 그린 '키스 먼저 할까요'에서 여하민은 손무한의 딸 손이든(정다빈)과 설렘을 더했다.

비록 기도훈의 연기를 완벽하다 할 순 없었지만, 2015년 영화 '쎄시봉'의 단역 이후 '왕은 사랑한다'와 '드라마 스페셜-슬로(SLOW)'까지 불과 2편의 드라마만 경험한 것 치고는 준수한 연기를 보여줬다. 이를 통해 기도훈은 중년의 농밀한 감성 멜로를 그린 드라마에 청년들의 풋풋함까지 더하는 배우로 주목받았다.

그만큼 기도훈도 여하민을 위해 많은 부분을 힘썼다. 바리스타로서 커피에 익숙해지고자 실제 커피 제조 기술을 배웠고, 소속사 사옥에 있는 카페에서 매니저에게 커피를 타주며 연습했다. 또 후천적 청각장애인인 여하민을 표현하려 작은 소리에도 반응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주변 소음에 시선이 쏠리는 등의 본능적인 반응을 차단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정작 기도훈은 드라마 속 자신의 연기 점수를 묻는 질문에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한다면 0점"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제 역량 부족이었다"며 "모니터링할 때 제 자신에게 화가 나는 장면도 너무 많았다"고 했다. 심지어 한 때는 휴일에 자신의 연기를 모니터링한 뒤 체육관에서 복싱을 하며 자괴감을 떨치기도 했단다.

그가 이처럼 자신의 연기에 혹독한 평가를 내린 가장 큰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키스 먼저 할까요'에 무척 만족했기 때문이었다. 기도훈은 '키스 먼저 할까요' 촬영장에 대해 "너무 감사했다"고 거듭 말했다. 손정현 감독부터 촬영감독, 조명감독 같은 스태프들은 물론 같은 배우 선배들까지 하나같이 기도훈의 연기를 신경 써주며 배운 게 많다는 것.

유독 쟁쟁한 선배 연기자들을 보며 압박감을 느끼기도 했다. 감우성 오지호 김선아 등 대부분이 베테랑 배우인 '키스 먼저 할까요' 촬영장에서는 NG도 드물었다. 대부분 첫 테이크에 촬영이 끝났고, 기도훈은 이를 보며 "나도 한 번에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생각지도 못한 시선처리 등에 실수가 생기면 괜히 더 큰 부담감을 느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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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한번 '좌절'을 맛본 점도 기도훈이 스스로에게 더욱 엄격해진 계기로 작용했다. 광주광역시 출신으로 중학생 시절 코트 위 가드로 농구선수의 꿈을 꿨던 그는 대구광역시로 원정 경기를 나갔다가 왼쪽 무릎이 다치는 부상을 입었다. 이로 인해 의사로부터 "운동선수가 될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고 끝내 농구선수의 꿈을 포기했다.

기도훈은 "의사 선생님한테 화도 내봤다. '당신이 뭘 아냐'고. 그런데 결국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며 씁쓸하게 말했다. 다행히 지금은 카메라에 제대로 잡히지 않게 빠른 속도로 뛸 수 있을 정도로 나았다. 다만 늘 왼쪽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평소에 컨디션을 조절한단다. '왕은 사랑한다'의 호위무사 장의로서 보여주던 액션 연기도 계속할 수 있도록 고려한다는 그다.

그렇기에 기도훈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세상에 감사하다"며 웃었다. 고등학교 시절 어머니와 함께 부상의 기억을 떠나듯 서울로 이사 오고, 모델 일을 시작한 뒤에는 "뭐라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런웨이 워킹도 죽어라 연습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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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그는 모델 에이전시에서 진행된 오디션으로 독립영화를 찍으며 연기의 재미에 눈을 떴다. 다시 하고 싶은 게 생겼다는 것은 그 자체고 기도훈의 동력이었다. 기도훈은 "힘들었던 때가 있어서 그런지 열심히 하지 않으면 답답하다. '내가 지금 쉴 자격은 있어?'라는 생각이 든다. 연기를 할 때도 뭐라도 하고 될 때까지 한다. 답은 없다"고 말했다.

그런 기도훈에게 연기란 "무엇이든 될 수 있는 통로"였다. 작품 속 캐릭터를 통해 '키스 먼저 할까요'의 여하민처럼 후천적 청각장애를 가진 바리스타가 될 수도, '왕은 사랑한다'의 장의처럼 왕자의 호위무사가 될 수도, '드라마 스페셜-슬로'처럼 야구선수가 될 수도 있는 것. 기도훈은 이 같은 변신의 기회를주는 연기에 푹 빠져있었다.

나아가 그는 "스타보다는 사람 냄새나는 배우"를 꿈꿨다. 모델 출신에 작은 얼굴과 훤칠한 키로 남다른 외모를 자랑하면서도 그는 "제 외모가 '넘사벽' 느낌은 아니다. 그저 '관리 좀 했네'의 느낌"이라며 웃었다. 하고 싶은 작품도 20대 청년들이 대개 꿈꾸는 로맨틱 코미디, 누아르, 액션 등의 장르가 아니라 "10대부터 50대까지 전 연령이 소통할 수 있는 메시지가 있는 작품"이란다. 좌절을 극복했고 이제는 그 에너지를 나눠주길 꿈꾸는 패기라니, 응원할 수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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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을 입고 서울에 온 것 자체가 살려고 온 게 아니라 떠나는 의미로 올라왔어요. 지금도 그 느낌은 여전해요. 연기든 뭐든 제 스스로 만족할 만큼 뭔가 하지 않으면 '내가, 왜, 굳이, 여기서, 이 고생을 해야 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럴 때마다 에너지가 생겨요. 빠르게 급성장하는 배우보다는 확실하게 한 단계씩 밟아서 누구보다 강한 에너지를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조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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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SBS | 기도훈 | 키스 먼저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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