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페이지 설정 북마크
홈페이지 로그인 회원가입 기사제보
페이스북 트위터 youtube
뮤지컬 '스모크', 폐부까지 남는 잔향 [리뷰]
2018. 05.04(금) 17:11
뮤지컬 스모크 포스터
뮤지컬 스모크 포스터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누구보다 시대를 앞서 갔지만 동시에 누구보다 난해한 작품들의 작가 이상. 이 박제된 천재를 향해 가장 묵직한 헌사가 나타났다. 뮤지컬 '스모크(SMOKE)'다.

'스모크'(연출 추정화)는 시인 이상의 작품 '오감도 제 15호'를 모티브로 한 창작 뮤지컬이다. 시를 쓰는 남자 초, 바다를 그리는 소년 해, 마음을 들여다보는 여자 홍까지 세 인물이 얽히고설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시인 이상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조명한다.

공연은 1937년, 일본 니시간다 경찰서에서 취조받는 본명 김해경이자 필명 이상의 현재로 시작한다. 그는 유독 난해한 작품 세계로 불온한 사상을 의심받자 울분을 토하며 생의 마지막을 결심한다. 그 순간 극은 연기처럼 피어나는 세 인물 초, 해, 홍의 이야기로 전환된다.

초, 해, 홍이라는 외자의 이름마저 독특한 세 인물은 많은 재능을 갖췄지만 시대를 너무 앞서 나가 이해받지 못했던 이상의 다양한 재능과 고통을 상징한다. 이에 각각의 인물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상이란 인물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가 필요하다. 이상이 화가이자 건축학도이자 시인이었고, 띄어쓰기도 없이 토해내듯 이어간 연작 시 '오감도'로 당대에 "쓰레기" 소리를 듣던 비운의 천재였다는 것.

물론 '거울', '날개', '오감도 제 1호', '오감도 제 2호', '오감도 제 3호' 등 이상의 다양한 작품들은 '스모크' 안에서 대사와 넘버로 살아 숨 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물들의 말과 가사들이 실제로 어떤 작품인지 속속들이 알 필요는 없다. 어렴풋이 이상의 작품임을 인지하는 수준이어도 작품의 이해에는 충분하다.

다만 극은 중반부까지 상당히 미스터리하고 관객들을 답답하게 만든다. 기본적으로 초, 해, 홍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또한 세 남녀가 어떤 인연을 갖고 있는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답답함이 가중되는 가운데 울려 퍼지는 이상의 작품들은 그의 작품을 넘어 이 공연까지 난해하다는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배우들은 열정적인 연기로 관객들의 답답함을 해소한다. 이번 재연부터 합류한 새로운 초 임병근은 시작부터 후반부까지 격앙된 감정으로 객석을 압도한다. 그는 시작부터 천재임에도 인정받지 못했다는 자괴감을 강력하게 표현한다. 그의 강한 울분은 마침내 초가 홍, 해와 화해하며 '날개'를 부르며 이상 시인의 이상향으로 거듭날 때의 감동을 극대화한다.

'스모크'로 국내에서는 처음 뮤지컬에 도전한 황찬성은 아이돌 그룹 2PM 멤버라는 우려를 종식시킨다. 특히 그는 오직 바다로 가기 위해 애쓰는 해의 천진함과 종국에는 초의 울분을 흡수하는 해의 변화를 기대 이상의 짙은 감성으로 풀어낸다. 비록 후반부 해가 울부짖듯 노래하는 몇 넘버들에서는 음역대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깊은 감정으로 부족한 무대 경험을 보완한다. 지난해 일본에서 '알타 보이즈'와 '인터뷰'를 함께 하며 그의 가능성을 알아본 추정화 연출의 안목이 빛을 발하는 부분이다.

유주혜는 2016년 말 트라이아웃부터 지난해 초연을 거쳐 재연까지 홍 역을 맡은 '스모크' 베테랑이다. 그는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초, 해 역의 두 배우를 받쳐준다. 특히 홍은 재연에서 솔로 넘버가 추가되는 등 이전의 공연보다 한층 풍성한 감정선을 갖는 인물인 터. 유주혜는 그만의 경험과 탄탄한 성량과 짙은 감정선에 기반한 안정감 있는 연기로 홍의 서사에 완성도를 더한다.

유려한 선율과 아름다운 조명 효과, 개선된 무대 장치 등 화려한 무대 연출은 배우들의 열연과 함께 관객들을 버티게 한다. 무대를 반원형으로 감싸는 돔 형태의 반투명 은막은 유독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된다. 내리쬐는 조명에 맞춰 때로는 배경이었다가, 때로는 거울이었다가, 때로는 이상의 시어가 날아다니는 무한한 하늘로도 변신한다. 여기에 조명은 극 중반 거울을 구현하는 효과로 가장 압도적인 변화를 보여준다. 무대 중앙 천장에서 바닥으로 수직으로 내려오던 한 줄기 조명이 마치 부채꼴의 레이저 섬광처럼 퍼져 빛의 거울을 완성한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결국 이번 '스모크'에서 배우들의 열연, 더욱 화려해진 무대와 조명, 확장된 선율 등은 단 하나의 가치를 표현하기 위함이다. 바로 시인 이상 그 자체. 나아가 극은 관객들로 하여금 도대체 난해하다는 이 시인이 어떤 위인이었고, 얼마나 비참한 생애를 살았으며, 암울한 식민지 치하에서 재능을 꽃피우려 발버둥 친 용사인지 되새기게 한다.

그렇기에 극의 마지막 넘버인 이상 시인의 명작 '날개'를 담은 노래 '스모크 2: 날개'는 어느 때보다 희망차며 비장하다. 이상이란 인물도, 그의 작품도, 이를 다룬 뮤지컬 '스모크'도 한 순간의 연기처럼 그저 날려 보내기엔 잔향이 유독 길다.

'스모크'는 7월 15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공연된다.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연휘선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키워드 : 뮤지컬 | 스모크 | 황찬성
싸이월드공감
koreastardaily kantamedaily kakao qq sina news.yahoo news.msn tw.news.yahoo.com thegioidienanh vientianetimes 구글 mk hihoku KT KBS 네이트온 싸이월드 네이트 다음 tvcast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