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톤스가 걸어온, 걸어갈 '롱 웨이' [인터뷰]
2018. 05.18(금) 16:27
페퍼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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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많은 이들의 인생을 길에 빗대본다면, 쭉 뻗은 고속도로는 많지 않을 것이다. 페퍼톤스가 걸어온 음악의 길 또한 그렇다. 여러 변곡점을 맞이하며, 구불구불한 길을 그려왔다. 그리고 페퍼톤스는 여전히 그 길 위에 있다.

지난 9일 페퍼톤스의 정규 6집 앨범 '롱 웨이'(long way)가 발매됐다. '롱 웨이'에 담긴 곡들은 국적도, 성별도 다르고, 인간인지 동물인지 외계인인지도 불분명한 이방인의 입장에서 긴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서사적 특성이 강하고 명확한 8개의 트랙을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엮었다.

이장원은 이번 앨범의 주된 이야기를 "어딘가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 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음악적으로 풀어낸 로드무비"라고 표현하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신재평은 길 위의 이야기를 주제로 잡은 이유에 대해 "우리는 모두 어딘가를 향해서 가고 있다. 그래서 누구나 자신의 입장에서 해석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신재평은 과거 길 위에서 느꼈던 자신의 추억을 털어놨다. 대학 시절 고속버스를 타고 집에 가던 길을 떠올린 그는 "터미널에서만 느낄 수 있는 희한한 감정이 있다. 같은 버스를 기다리면서 모두가 아무 말 없이 가야할 곳을 향해 가는 게 참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버스 안에서 새로운 생각도 많이 했었다"고 회상했다. 그 시절 신재평이 길 위에서 느꼈던 특별한 감성이 '롱 웨이'에 담겼다고.

페퍼톤스는 이 하나의 주제를 다양한 음악으로 지루하지 않게 풀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이에 8트랙은 모두 '롱 웨이'를 담고 있지만, 뱃사공, 말 타는 목동 등 각자 다른 화자가 드러나는 것이 재미있는 요소다. "앨범의 전곡을 들었을 때 관통하는 메시지가 있기를 바랐다"는 페퍼톤스는 "각 트랙이 독자적인 이야기를 갖고 있고, 앨범은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된 것"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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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앨범을 발매하기까지 4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그만큼 페퍼톤스는 깊은 고민을 했었다고. 신재평은 "어느 정도 시간이 돼서 음반을 내는 것보다는 좋은 음반을 낼 수 있을 때 내자는 마음도 있다. 그러다 보니 이번에는 오래 걸렸다"고 털어놨다. 특히 새로운 걸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을 늘 가지고 있다는 페퍼톤스는 "음반의 갯수가 쌓이면서 동어반복이 되는 것 같아 새로운 얘깃거리를 찾다보니 생각할 게 많아졌고, 곡을 만드는 데 오래 걸렸다"고 고백했다.

팬들에게 질리지 않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고민이 깊어졌다는 페퍼톤스. 점차 연차도 쌓여가며 부담감 또한 함께 커졌다고 했다. 신재평은 "오랫동안 공연을 많이 하는 팀이 되는 게 목표였다. 그런데 '이제는 공연 구성이 익숙해진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더라"며 "뒤처지면 안 된다는 생각, 오랫동안 잘 해야 한다는 부담 등 페퍼톤스의 음악적인 고민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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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이 계속 쌓이는 동안 페퍼톤스는 큰 변화를 맞이하기도 했다. 공연장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아티스트에서 점차 대중친화적인 아티스트로 거듭난 것. 특히 이장원은 케이블TV tvN 예능프로그램 '뇌섹시대-문제적 남자'(이하 '문제적 남자')에 고정 출연 중이며, 신재평도 종종 게스트로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방송 출연을 큰 변곡점으로 꼽은 이장원은 "음악만 할 때는 잘 몰랐었는데, TV에 출연하니까 동네 사람들이 나를 친숙하게 생각하기 시작하더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속내에는 사람들이 자신과 자신의 음악을 쉽게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있어 TV 출연에 대한 갈등도 자리잡고 있었다고. 그는 "갈등하던 시기가 지나고 나니 요즘은 나를 알아봐주시는 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문제적 남자'를 이렇게 오래 할 줄 몰랐는데, 행운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지켜보던 신재평 또한 TV 출연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됐다고 했다. "전에는 TV라는 매체에 겁을 냈었다. 그러면서도 '음악으로만 풀어내는 것이 너무 고지식한 건 아닌가'라는 걱정을 갖고 있기도 했다"는 신재평은 "풀어야 할 숙제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장원이 '문제적 남자'를 잘 해오면서 우리에게 관심을 갖는 분들의 태도와 시선이 조금 더 편하게 변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변화는 이번 앨범 준비에도 영향을 미쳤다. 페퍼톤스는 KBS2 예능프로그램 '건반 위의 하이에나'를 통해 정규 6집 앨범 작업 과정을 공개하며 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춘천으로 떠나 앨범 수록곡들을 작곡한 페퍼톤스는 "생경한 곳에 갔을 때만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기분을 담아내고 싶었다. 녹음실이 아닌 곳이어서 걱정도 됐지만, 풍부한 울림을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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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고민의 시간들을 겪고, 그 안에 변화 또한 일어났기 때문인지 앨범을 발매할 때마다 인생의 다음 챕터를 맞이하는 것 같다는 페퍼톤스. 그들은 "앨범과 삶을 엮어서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고민과 변화의 시간이 담긴 음악들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다.

그럼에도 페퍼톤스 두 멤버의 마음 속에는 여전히 변하지 않는 마음이 자리하고 있었다. 팬들이 건강한 기운을 얻고자 페퍼톤스의 노래를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 그리고 어떻게 해야 더 오랫동안 젊고 신선한 음악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 그 안에 페퍼톤스의 표현 방식은 변화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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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안테나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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