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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대한, 30년을 한결같이 드넓은 바다처럼 [인터뷰]
2018. 05.19(토) 15:31
배우 지대한 인터뷰
배우 지대한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이름은 낯설지 몰라도 얼굴을 보면 한없이 반가운 배우다. 쌓아놓은 필모그래피가 드라마 영화 통틀어 무려 100여 편에 달할 만큼, 그를 연상할 때 무수히 많은 캐릭터들에 대한 단상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조각들이 하나의 이미지로 형상화될 때 30년 동안 한결같이 연기를 흠모한 배우의 형언할 수 없는 긍지와 애정을 엿보게 된다. 여전히 이름만큼이나 '더할 나위 없이 큰' 꿈을 꾸는 배우 지대한이다.

"독립영화계의 송강호가 됐다"는 유쾌한 넉살과 함께 근황을 전한 지대한은 요즘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단다. 지난해 제작한 영화 '참외향기'가 5월 29일 개봉되고, 영화 '유산'과 '연변' 등의 캐스팅 확정과 더불어 6월에는 제작에 직접 나선 블랙 코미디 영화 '접전'이 크랭크인되기 때문. "겹치기 출연 배우는 아닌데 작은 영화 현장에서 저를 계속 찾아주신다"며 으쓱해 보이는 그였지만, 그 속내는 소규모 저예산 영화라는 틈새시장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누군가는 해야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선후배들이 계속 버틸 수 있는 공간이기에 이들을 도울 수 있다면 손해를 볼지언정 기쁘게 출연에 응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절 거절이 없는 삶은 때론 본인에게 상당한 피로도와 데미지를 주지 않나. 가뜩이나 저예산 영화 현장이 대개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열악한 현장이기에, '올드보이' '해바라기' 등 굵직한 메이저 영화에 숱하게 출연했던 그로서는 여러모로 불필요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도 지대한은 "영화계에서 제가 살아가는 나름의 평이 '호구'다. 영화계의 호구인 거다"라고 셀프디스를 하며 호탕하게 웃어 보였다. 양보하고 손해 보는 삶이 오히려 발 뻗고 잘 잘 수 있는 거라며. 오히려 "열명 중 7~8명은 이를 이용한다. 어떤 때는 얄팍하게 이용하려는 게 보이는 순간도 있다. 하지만 그냥 당해주는 게 속 편하다"고 사람 좋은 소리다. 이쯤 되면 초월의 경지에 오른 듯싶지만 지대한은 믿음이 있었다. 그는 "열명 중 2~3명은 반드시 고맙게 생각한다. 그리고 나중에 그들의 사정이 나아지거나 작품이 잘 돼 성공했을 때 신세를 갚으려 하더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렇게 쌓은 신뢰와 관계들이 제게 늘 좋은 영향이 되어주었다고. 그는 "물론 세월이 오래 걸리긴 한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면 어떤 인연으로든 온다"고 확신했다.

이처럼 지대한은 인연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이었다. 스스로 체화한 탓도 크다. 그가 말하길 어릴 땐 빨리 유명해지고 스타가 되고 싶었는데, 꾸준히 이 일을 하다 보니 정말 헛되고 부질없더라. '올드보이'에서 최민식 친구 역으로 등장한 뒤 섭외 요청이 끊이질 않아 잠시 우쭐하기도 했지만, 그게 다 한 때라는 걸 깨달은 거다. 배우로 뜨기도 어렵지만, 그 이후 자신을 관리하는 게 더 어렵단 생각을 했다. 그랬기에 "나를 낮추고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단 것을 알게 됐고 내가 변화하는 과정이 됐다"는 그였다. 돌이켜보면 좌절스러운 상황도 있었지만 인생의 멘토인 최민식을 비롯해 주위에서 좋은 사람들이 용기를 북돋아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게 해줬다고. 그리고 이것은 자신의 복이자 인연이 아니겠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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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류 배우가 된다 해도 배우를 하는 순간이 즐겁고, 죽을 때까지 도태되지 않는 배우가 되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누군가는 큰 판에서 논다면, 조그만 동네에서 노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며 "하고 싶은 얘기, 표현하고 싶은 연기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이 세계가 얼마나 멋지냐"고 감탄하기도 했다. "내가 쌓은 인연들, 선후배와 스태프들이 나를 응원하고, 내 작품에 기꺼이 함께 해준다. 이런 전우애와 살가움을 느낀다. 독립영화계에선 나도 송강호 부럽지 않은 사람인 거다." 그랬기에 아무리 고통스러운 일이 있어도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단 지대한은, 여전히 순수와 열망으로 가득한 사람이구나 싶다.

이런 지대한의 모습은 '참외향기' 속 그가 맡은 용득 역과 닮아 있었다. '참외향기'는 마을의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순박한 시골 총각 용득이 마을 이장 선거에 나서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마을 사람들은 마을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용득의 노고를 알고 있음에도 서울에서 내려온 학벌 좋은 국회의원 출신이 이장이 되면 살림살이가 더 풍요로워질 거란 생각에 갈등한다. 이를 두고 지대한은 "한국 사회의 축소판이지 않나. 손해 보지 않으려 하고, 착하거나 순진하면 바보 소릴 들을 만큼 각박한 세상인 거다. 마을 사람들도 사실 심성이 나쁜 건 아닌데 이런 상황 속 갈등 구조가 나름 재밌더라"고 했다. 하지만 본성은 따뜻하고 순박한, 시골의 향토적 느낌이 나는 작품이기에 좋았다고.

그리고 자신은 '바다향기' 나는 사람이길 희망했다. 부산 광안리 출신으로 항해사를 하며 태평양도 건넜을 만큼 바다를 사랑하는 그는 "바다 특유의 냄새가 있는데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편안하다. 넓은 바다처럼 포용력 있는 사람이고 싶다. 바다 향기가 난단 소릴 들으면 느낌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의 낭만은 고향인 광안리 해운대 바닷가 앞에 조그만 소극장을 하나 만들어 후배들과 연극하고, 자신의 출연작을 상영하기도 하는 거다. 영화 보며 맥주도 한 잔 마시고, 수영도 바로 하러 갈 수 있는 지대한 소극장. 이름만 들어도 운치 있다. 그리고 그의 열망은 죽을 때까지 배우로서 연기하며 사는 것이다. "그동안 말이 30년이지 얼마나 모진 풍파가 있었겠나. 그래도 배우를 꿈꿨기에 절대 고집을 꺾지 않았고 포기하지 않았다"는 그는 앞으로도 그럴 것이었다. 지대한은 현재까지 잘 버텨왔고, 앞으로도 기꺼이 버텨나갈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단다.

"대한아. 그동안 한길, 한 우물을 판다고 욕봤다. 하지만 한 우물만 파면 외롭다. 이제 벗어나서 산을 타라. 산에 가면 오르는 사람 내려가는 사람, 올라갔다 내려오는 사람 참 많다. 아직 멀었냐 묻기도 하고 힘들면 서로 등도 밀어주고 한다.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어렵지 않을 거다. 그동안 열심히 살아왔지만 앞으로 배우 생활 30년을 더 할 거 아니냐. 이제 즐기며 천천히 꽃도 보고 경치도 보고 여유 갖고 후배들 챙기고, 선배들에 더 깍듯하게 하다 보면 이 길이 외롭지 않을 거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어느 순간 좋은 작품과 좋은 인연으로 대중에게 사랑받는 날이 올 거라고.

그가 동경하는 바다와 연기는 닮아 있는 듯했다. 큰 태풍에 휩싸일 때도 있지만 지나고 나면 잔잔하고 드넓은 바다의 광활함과 물결에 반사된 햇살의 찬란함을 느끼게 하듯. 배우 지대한은 이미 성공한 배우였다. 환경에 의해 인생이 좌우되지 않고 자신의 결단과 확신으로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스스로에게 "그동안 열심히 살아왔다"는 말을 떳떳하게 말할 수 있을 만큼, 늘 최선을 다해 살아왔던 31년 차 배우 지대한의 자부심은 바다보다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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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안성후 기자, 각 영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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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연예계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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