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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전' 조진웅, 심연의 수수께끼 정답을 찾다 [인터뷰]
2018. 05.20(일) 12:12
독전 조진웅 인터뷰
독전 조진웅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조진웅은 허를 찔린 듯했다. 답이 분명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던 곳에서 예상치 못한 난제를 직면한 거다. 그는 제가 겪은 인물의 삶과 본연의 자신 사이에 가로놓인 건널 수 없는 깊은 심연에 괴로워하면서도, 자신을 극한으로 빠뜨렸다. 그 충돌을 두렵고 낯설어하면서도 온 마음으로, 느낌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융합하고 체화됐다. 이처럼 극도로 예민하고 심오하며 아름다운 배우 조진웅이 당도한 것은 인생의 허무와 낭만이 한 끗 차이라는 관념이었다.

이쯤 되면 다소 의아하고 난해할 수 있다. 이는 조진웅 주연작 '독전'(감독 이해영·제작 용필름)에 대한 이야기다.

'독전'이란 영화는 표면상 범죄 액션영화다. 조진웅은 극 중 아시아를 지배하는 유령 마약 조직의 보스 이선생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된 형사 원호를 맡았다. 범죄 영화 스토리는 뻔한 거 아니겠나, 이선생만 잡으면 끝나는 얘기다. 그렇게 쉽게 접근했다가 조진웅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질문과 고민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감상은 '몸만 고생하면 되겠네' 그 정도였다. 이선생만 쫓으면 되는데 너무 쉽지 않나. 그런데 어느 순간 이 영화는 내게 질문을 했다."

여기서 분명 많은 이들도 궁금증을 갖게 될 터. 대체 어떤 영화길래 이러나.

우선 '독전'은 굉장히 강렬하고 지독한 영화다.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원호의 끈질긴 추적이 이어지는데 끈질기다고 해도 질척거림이 없는 건 쉴 틈 없이 전개되는 속도감과 차례로 등장하는 이색 캐릭터들의 등장이 긴장감을 극도로 끌어올리기 때문. 미치광이 마약 시장 거물과 그의 연인, 마약 제조 기술이 뛰어난 농아 남매, 종교와 믿음을 설파하는 재벌 2세 등등 전형성을 탈피한 캐릭터들은 어떤 상태에서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 다양한 변주를 보인다. 액션 신들은 지독하고 잔인하나 이해영 감독의 섬세한 감성이 아름다운 미장센을 만들어낸다. 여러모로 매력적이고 진보된 범죄 액션 영화이나, 그 종결에서 심오하고 근원적인 질문을 남겨놓고는 열린 결말로 해석의 여지를 관객에 돌리기에 꽤 허무와 상실감이 밀려오는 것.

조진웅은 "사실 열린 결말은 감독의 몫이다. 결말 해석을 끊임없이 해봤다.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이런 질문을 주는 영화라는 것이 가장 큰 가치인 것 같더라"고 했다. 배우 인생에서 굉장히 새로운 느낌을 받았을 정도라고.

그는 오프닝과 엔딩을 장식하는 설국 신이 노르웨이에서 진행된 촬영이었다며 "비행기 타고 가는데 오래 걸렸다. 마치 원호의 여정들 같이 오래 걸리고 힘들더라"고 했다. 이어 차를 운전하며 가는 신을 찍는데 혼자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창문도 내리고 눈이 오니 와이퍼도 켰다 껐다 별걸 다 했단다. 그때의 불가형언 한 감정들을 다시 회상하며 복잡한 감상에 빠진 그였다.

설국 신은 너무도 아름다운 장관이지만, 오히려 그 자연의 웅장함에 경외감이 들고 뼛속까지 시리며 고독한 느낌을 준다.

조진웅은 "그날 참 많이 울었다. 숙소에 들어가서 제작사 대표랑 이해영 감독한테 술 한 잔 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왜 단순한 범죄 오락 영화가, 이렇게 끝나야 할 영화가 제게 질문을 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했다. 돌아온 대답은 "우리가 쌓아놓은 업"이었단다. 이에 짜증이 났다며 "저같이 불같은 성격이 이런 감정을 느끼니 얼마나 힘들었겠냐"라고 내뱉는 그의 투정이 설핏 웃음 짓게 한다. 하지만 그는 배우다. 그가 느낀 짜증과 불안, 초조를 견디며 나름의 답을 찾아내야만 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보면 털털하고 사람 좋기로 소문난 배우 조진웅의 깊은 심연엔 이토록 치열하고 예민한 감성이 가득한 것을 실감케 된다. 조진웅의 고민도 나름 이해가 된다. 형사가 마약 조직을 소탕하는 행위는 지극히 상식적인 정의 구현이다. 하지만 이름도 나이도 얼굴도 알지 못하는 이선생을 수십 년간 쫓아온 그의 행위는 알 수 없는 신념마저 생길 정도로 광적인 집착이 되어 버린다. 미성년자 소녀를 조직을 잡기 위한 미끼로 사용하는가 하면, 이선생에 배신당한 조직원을 이용해 몹시 위험하고 도발적인 판을 짜기도 한다. 그토록 어느순간 자신 또한 미치광이가 되었는데, 이토록 맹목적인 목적이 결국 자신의 삶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알 수 없게 됐다.

오프닝과 엔딩이 맞닿는 지점도 그래서다. '이 길은 어디로 가는 것인지' '이 길의 끝엔 무엇이 있는지' '행복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등의 근원적인 질문들에서 답을 찾지 못하고 버석버석 바스러진 원호의 허망함이 느껴지는 순간, 그 여파가 상당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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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허무를 얘기할 때 저도 답을 얘기하지 않는다. 그 과정을 얘기한다. 정의를 내릴 수 있겠나 하면 할 수 없다"는 조진웅은 이런 감정을 느끼게 돼 꽤 불편하지만 이해영 감독이 아니었다면 영화의 이 같은 감성은 분명 없었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특히 고민에 빠진 자신의 감성을 이토록 깊게 이해해줄 수 있는 감독에 감사했단다. "정말 많은 것들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표했다. 범죄 영화 장르에서 이런 감성은 이해영 감독 아니면 절대 나올 수 없었다." 또한 확실한 건 원호는 비겁하지 않았을 것이며, 창밖으로 보는 노르웨이 풍경과 호수는 너무도 아름다웠을 것이라고.

하지만 조진웅은 이같은 감정을 관객에 강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는 배우가 겪고 만들어내야 할 감정이라고 했다. 이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감정만 호소하는 것은 광대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조진웅은 결국 허무와 낭만은 한 끗 차이일 거란다. 삶과 죽음이 그렇듯. 모든 인생이 허무하면서도 낭만적이다. 배우 조진웅의 이토록 치열한 고민이 아름다운 까닭은 이 모든 순간이 그에게 허무하면서도 열정적인 삶의 시간으로 분명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심연의 수수께끼에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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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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