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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뷰] '독전' 독한 자들의 파멸, 지독한 허무주의
2018. 05.22(화) 12:33
영화 독전 리뷰
영화 독전 리뷰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영어 제목 '빌리버'(Believer)를 주시하지 않는다면 낭패다. 이는 각각의 인물이 매달리는 억압된 믿음과 신념, 그리고 파멸의 순간을 강렬하고도 허무하게 그려내며 꽤 복잡한 잔상을 남기는 영화 '독전'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독전'(감독 이해영·제작 용필름)은 아시아를 지배하는 유령 마약 조직의 보스, 실재 하지만 실체는 없는 인물을 지독하게 쫓는 남자 원호(조진웅)의 여정을 따라가는 영화다.

형사 원호는 배신당한 조직원 락(류준열)을 이용해 조직에 침투하기 위한 이중 잠입 판을 짠다. 사건만 놓고 보면 여느 범죄 액션물들과 다를 바 없이 식상하고 고루하다. 하지만 '독전'은 인물 중심의 내러티브로 인해 원호와 락 사이의 불신 섞인 믿음과 이로 인한 미묘한 균열의 조짐으로 인해 긴장감을 조성한다.

이어 원호가 이선생을 쫓는 과정에서 반드시 겪어야 할 수많은 캐릭터들이 급진적 속도로 등장하며 숨 돌릴 틈을 주지 않는다. 첫 번째 중국 마약 시장의 거물 진회장(故김주혁)과 그의 연인은 감당하기 버거울 만큼 광기에 휩싸인 인물들로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조직 내 세력 다툼에서 악착같이 버틴 악랄한 조직원 선창(박해준), 마약 제조에 천재적인 기술을 지닌 농아 남매(김동영 이주영), 신앙을 통한 구원의 본질과 방식이 비정상적인 조직의 숨겨진 인물 브라이언(차승원)까지. 모든 캐릭터가 하나같이 지독스럽다.

이들은 어떤 상태에서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 다양한 변주를 보이며, 무자비하고 폭압적인 방식으로 각각 부딪히며 파열한다. 전형성을 탈피한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각자 이상과 목적을 향해 달리는 폭주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이들의 관계 속 유발되는 자극은 지나치게 잔혹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하다.

이처럼 독한 캐릭터를 거쳐가는 원호 역시 더욱 독한 자가 되어간다. 그러나 한창 고조돼 절정에 치달은 극은 순식간에 맥이 빠진다. 그토록 모든 캐릭터가 치열하게 쫓던 이선생의 존재는 애초부터 의미가 상실된, 실체 없는 '맥거핀'이었던 것. 관객의 기대 심리를 철저하게 배반하는 '독전'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독전'의 끝과 시작이다. 수미상관식 연출로 표현된 해당 신은 광활한 설국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이는 너무도 아름다운 장관이지만, 그 자연의 웅장함은 경외감이 일게 하고 뼛속까지 시리며 고독한 이미지를 배가한다. 오프닝과 엔딩이 맞닿는 지점은 원호의 여정을 통해 영화가 담고자 했던 본질적 의미를 암시한다.

다시 원호란 인물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그 의미에 더욱 가까워진다. 얼굴도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이선생'을 수십 년간 처절하게 쫓아온 원호의 행위는 알 수 없는 신념마저 생길 만큼 광적인 집착이 된 상태. 하지만 이토록 맹목적인 신념과 목적이 결국 제 삶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알 수 없게 됐다. 이 길은 어디로 가는지, 그 끝엔 무엇이 있는지, 행복은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 심오하고 근원적인 질문의 답을 '열린 결말'로 관객에 돌리는 불친절한 영화다. 이 허무와 상실감을 성찰로 바꾸는 건 결국 관객의 몫이다.

비록 영화의 표면은 개연성 없는 인물의 맹렬한 목적과 행위를 통해 캐릭터만 부각돼 빈약한 내러티브는 상당히 아쉬움을 남기지만, 이해영 감독 특유의 섬세한 감성으로 탄생한 미장센은 아름답다. 심지어 마약을 제조하는 과정마저 찬찬하고 세밀한 장면 묘사로 미학적 관점을 드러낸다.

엔딩을 장식하는 허무의 심연을 직시하는 조진웅의 얼굴, 동공 풀린 탁한 눈빛에서 번뜩이는 광기를 자유자재로 발산하는 故김주혁의 생명력은 오랫동안 가슴이 저릿한 둔탁한 고통을 준다. 5월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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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독전' 포스터,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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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연예계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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