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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전' 이해영 감독, 믿음과 허무에 대한 자아성찰 [인터뷰]
2018. 05.24(목) 15:17
영화 독전 이해영 감독 인터뷰
영화 독전 이해영 감독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이해영 감독의 작품은 유독 고유색이 짙다. 예술적 감수성을 토대로 한 자기 성찰이 뛰어나기에 독창적이고 개성이 뚜렷하다. 그의 신작 '독전'만 봐도 그렇다.

영화 '독전'(제작 용필름)은 이해영 감독의 갈망과 감성이 융합된 결정체였다. 이전부터 범죄 액션 장르에 대한 로망이 있었고, 상업영화로서의 외형을 갖춘 영화에 대한 갈망이 있었기에 '독전' 시나리오를 보고 단번에 매료됐다. 하지만 그가 가장 사로잡혔던 건 범죄극임에도 정서적으로 묘한 충만감이 들게 하는 '독전'의 감성이었다. "이런 범죄극에 이런 질감이면 연출을 잘할 수 있겠단 생각에 용기를 냈다"는 이해영 감독은 '독전' 속 캐릭터들을 주조연 할 것 없이 하나하나 설계해나갔고, 이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개념을 찾았다.

이 개념은 '독전'의 영어 제목이기도 한 '빌리버(Believer)'로 대변된다. 감독은 "'빌리버'란 제목에서 비롯된, 실체 없는 것에 집착적으로 매달리는 공상 같은 느낌이 키워드로 작용했다"고 귀띔했다. 주인공이 적의 실체로 다가가면서 끝내 누군가를 응징하는 단순한 권선징악 구도로 끝나선 안 되겠단 생각을 했다고. 실체 없는 것을 쫓다가 이것을 응징한다고 해서 해소될 것이 아니며,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주인공의 감정적 상태가 영화의 엔딩이 되리라고 자연스럽게 연상했다는 것.

실제 영화를 이해하려면 '빌리버'란 키가 반드시 필요하다. 각각의 인물이 매달리는 억압된 믿음과 신념, 파멸의 순간을 강렬하고도 허무하게 그려내며 복잡한 잔상을 남기는 영화가 바로 '독전'이다. 겉으로 드러난 '독전'은 아시아를 지배하는 유령 마약 조직의 보스 이선생을 지독하게 쫓는 형사 원호(조진웅)의 여정을 따라가는 지극히 익숙한 범죄 액션극이다. 하지만 그 이면엔 알 수 없는 신념마저 생긴 광적인 집착과 맹목적인 신념이 결국 삶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심오하고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러나 지독하고 맹렬하게 실재하지 않는 실체를 쫓던 원호가 사건의 종결에 겪는 고통과 허무, 그 상실감은 관객들에도 퍽 착잡하고 안타까운 감상이 일게 한다. 이에 감독은 "원호란 캐릭터가 가진 집착적인 집요함이 결과적으론 실패했다. 끝내 이 사람이 보상받을 수 없는 어떤 상태가 되는 것이, 집착적으로 어떤 것을 쫓았던 인물이 맞닥뜨릴 수 있는 귀결점으로 더 자연스러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결말 부분 원호가 역으로 제게 돌아온 질문에 비로소 허무의 심연을 직시하게 될 때, 관객은 복잡한 감상에 빠지게 될 터. 원호의 여정을 쫓아간 배우 조진웅 또한 "왜 답이 뻔한 범죄 영화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가"라며 답을 찾고자 고뇌했다. 이에 대해 이해영 감독은 "조진웅 배우는 정말 감수성이 풍부한 배우였다. 현장의 기운과 느낌을 받는 배우인데 선 굵은 연기와 동시에 디테일한 감정 연기를 함께 요구받아 배우로서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원호는 굉장히 장르적 인물인데 그 장르성 안에서 감정의 씨앗이 생기고 아주 조금씩 디테일한 것들이 쌓여가며 이 캐릭터의 정서가 엔딩을 향해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조진웅 또한 엔딩 신을 찍고 난 후 "원호로서 '독전'이란 이야기를 지나며 수많은 사건을 겪어왔던 것들을 한 번 씩 반추하게 되고 조진웅이란 배우로서의 자신의 삶도 한 번 씩 복기하게 됐다"는 감상을 제게 털어놨다고.

감독은 조진웅의 이같은 감성과 스스로에 대한 질문과 고민들이 영화 속에 어떤 식으로든 담긴 것 같고, 그것이 원호란 캐릭터 그 자체가 되지 않았나 싶다며 원호의 감성을 키우고 연기해준 조진웅에 고마움을 표했다. 조진웅 외에도 故김주혁을 비롯해 차승원 박해준 류준열 등 '독전'에서 한없이 독한 자들이 돼 주었던 배우들에 오히려 자신이 기대며 의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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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영 감독 역시 2015년부터 '독전'을 준비하는 지난 4년 동안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첫 장르 영화 도전이란 타이틀 때문에 더 많은 노동력이 필요로 됐고, 일이 일상을 침투해 그 경계가 모호해지기도 했다고. 그 또한 극 중 원호처럼 무언가에 집착해 맹목적으로 달려왔다가 한 순간 형언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는 순간을 느꼈단다. 그러면서 감독은 "'독전'을 준비하며 나름대로 정말 열심히 했다. 여러 가지 일들도 있었다. 힘든 일, 보람찬 일 다 있었지만 제게 희로애락을 모두 주었던 영화"라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번이 장르 영화에 대한 도전이었다면 다음에는 조금 더 여유로워져서 장르 안에서 놀고 싶단 바람도 전했다. 그는 "명확한 장르 영화 한 편을 하고 나니까 스스로가 더 유연해진 것 같다. 다음은 좀 더 능숙하고 능글능글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그렇지만 자신이 지닌 감성을 "어떤 작품과 장르 속에서든 가루를 빻아 한꼬집이라도 녹여내왔던 방식"만큼은 지속할 것이란 다짐도 함께였다.

이해영 감독에게 '독전'은 장르영화에 대한 동경의 발현이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고유의 감성으로 지독한 허무주의를 완성했다. 범죄 액션 영화란 장르적 특성이 주는 통쾌하고 명료한 구도를 벗어났고, 친절하지 못한 내러티브, 화려하게 불붙지만 이내 산화되는 캐릭터들의 향연. 여기에 메시지를 전하는 엔딩의 방식은 삶을 긍정하지 않는 태도를 취해 꽤 염세적 일지 모른다. 하지만 '독전'이 전하는 삶의 회의나 인생무상과 같은 일차원적인 감상을 벗어나면 살아가는 것 그 자체와 삶의 순간에 의미를 갖게 될 터.

감독 또한 이에 대한 성찰을 이뤘다. "반드시 선이 꼭 승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을 때의 허무함, 그럼에도 반드시 선이 승리하길 바라는 믿음. 이를 오가는 감정이 끝없이 반복되며 사람은 무언가를 깨닫지 않을까." 자신의 주관과 철학을 과감한 방식으로 피력한 이해영 감독은 그 자체로 용기 있다.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안성후 기자, 영화 '독전'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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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연예계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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