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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이, 서른한 살 느린 호흡으로 [인터뷰]
2018. 05.25(금) 09:43
데릴남편 오작두, 유이
데릴남편 오작두, 유이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배우 유이(본명 김유진)의 말에는 가식이 없었다. 유이와 김유진의 삶을 오가는 이야기가 여과 없이 펼쳐졌다. 이렇게까지 솔직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거침없는 유이의 말 속에는 서른한 살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려는 진심이 담겨있었다.

지난 19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데릴남편 오작두'(극본 유윤경·연출 백호민)는 극한의 현실을 사는 30대 중반 직장인 '솔로녀' 한승주가 오로지 '유부녀'라는 소셜 포지션을 쟁취하기 위해 순도 100% 자연인 오작두를 데릴 남편으로 들이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로맨스 드라마다. 유이는 다큐멘터리 PD를 꿈꾸는 '워커홀릭' 프리랜서 PD 한승주를 연기했다.

유이는 지난해 종영한 KBS2 드라마 '맨홀' 이후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왔다. "출연을 결정하고 2주 만에 대본 리딩에 들어가야 하는 촉박한 상황이었지만, 성급한 결정인지 고민을 하면서도 한승주가 마음에 들어 결국 작품에 참여했다"며 말문을 연 유이는 "이렇게 잘 짜인, 좋은 팀에 내가 들어가서 작품을 망치는 게 아닐까'라는 자격지심이 있었다"는 의외의 말부터 꺼냈다. 그간 돌고 돌아 자신에게 온 대본을 받는 경우가 많았고, 급박하게 합류해 여유 없이 촬영에 임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

무엇보다도 한승주라는 캐릭터의 설정 자체가 유이에게는 도전이었다. 이제 막 30대에 접어든 그로서는 서른다섯의 프리랜서 PD, 싱글 라이프를 꿈꾸지만 주위의 위협적인 상황에 의해 데릴 남편에 의지해야 하는 여성을 그려내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기 때문. 유이는 "말투, 성격, 행동, 걸음걸이 같은 것들을 파악할 시간이 길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작품을 선택했고 최선을 다해 촬영을 했다"고 말했다.

"주위에서 쉽지 않은 역할을 굳이 왜 고르냐고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한승주가 서른다섯 살이라서 연기를 못하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어요. 그간 제가 맡아온 역할들이 다 그랬거든요. 만약 전작들을 시한부여서, 혹은 미혼모여서, 아이 엄마여서 출연 못하겠다고 했었다면, 제 실력 가지고는 그렇게 좋은 PD님들, 작가님들, 동료 배우들을 못 만났을 거예요. 돌고 돌아 제게 온 작품이지만, 제가 좋아서 출연을 선택한 이상 저는 이 작품의 1번이라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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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승주를 그려내기 위해 가수 손담비, 모델 강승현 등 평소 자주 만나 어울리는 '언니들'의 모습을 참고했다. 따라 하며 살고 싶을 정도로 자유롭고 멋진 삶을 사는 이들을 보면서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한승주의 모습을 발견했다는 것. 여기에 불의를 보면 울컥하는 실제 자신의 성격이 한 스푼 더해져 캐릭터를 완성했다는 그다.

하지만 캐릭터를 잡는 것과 실제로 연기를 하는 데는 차이가 있었단다. 유이는 "한승주가 주인공인 만큼 많은 인물들과 만나며 여러 가지 감정선을 겪기에 연기가 쉽지 않았다"며 "좋았다가, 우울했다가, 자신을 구박하는 엄마를 만나면 성질이 났다가 연인인 오작두를 만나면 다시 기분이 좋아지는 식이다. 매 신 감정이 널 뛰니 조절하기가 조금 힘이 들었다. 한 회에 우는 신이 12번이 나올 때도 있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게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촬영 시간이 촉박해졌고, 막판에는 살이 쏙 빠질 정도로 고생을 했지만 현장에서 가족처럼 힘을 북돋아주는 팀원들과 함께 무사히 행복한 완주를 할 수 있었다는 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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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이는 '데릴남편 오작두'를 "힘들게 촬영한 만큼 얻은 것이 많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좋은 팀원들을 만나고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것이 행복하다는 것. 무엇보다도 그간 자신이 없었던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조금이나마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 기쁘다는 그다. "실제 연애를 할 때 내 모습을 연기로 표현하자니 어색해지고, 그래서 남녀 간의 연인 연기보다는 '여여(女女)' 케미가 좋다는 평을 주로 들어왔다"는 그는 "'데릴남편 오작두'를 통해 처음으로 남자 주인공과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들었다. 촬영을 마친 지금도 로코에는 여전히 자신이 없지만, 겁 없이 도전하다 보면 분명 얻는 게 생긴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또한 "극 중에서 인생의 사건사고를 한 번에 몰아 겪던 한승주처럼, 나 역시 지난해 힘든 서른 살을 겪었다"는 유이는 이번 촬영에 임하며 스스로 '힐링'을 했고, 허송세월 하던 일상을 접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22살 나이에 그룹 애프터스쿨로 연예계에 데뷔했고, 항상 누군가를 만족시키기 위해 숨가쁘게 살았던 20대가 흘러가고 나자 허무함만이 남았었다는 것.

"아무도 제게 압박을 주지는 않지만, 주위의 시선을 느끼며 홀로 책임감과 부담감을 떠안고 살았어요. 그 시간들 때문에 20대의 삶에는 '나'가 없었던 것 같아요. 인간 김유진을 사랑하지 않았고, 스스로가 아파도 돌보지 않았던 사람이었죠. 방송국만 오가며 잠도 못 자고,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무조건 '행복해요, 좋아요'라고만 말하던 20대였어요. 그래도 '나는 열심히 살았다'는 자기 위안으로 눈가림을 하고 살아오다가 그 허무함이 서른 살이 되는 순간 한 번에 터진 거죠. 그 허무함을 떨쳐내고 다시 일어날 힘을 준 게 '데릴남편 오작두'에요."

다시금 스스로를 다잡고 서른한 살이 된 지금, 유이는 매사에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고 말했다. 작은 일에도 감사하며,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는 중이란다. "다시 한번 인터뷰를 할 날이 온다면 '나를 사랑하는 한 해가 됐어요'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다"며, 스스로를 못살게 구는 대신 칭찬하고 아껴주는 법을 배우는 30대를 살겠다는 포부를 다졌다. 여유로운 걸음, 느린 호흡으로 그려나갈 유이의 30대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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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조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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