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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 청년과 세상, 이창동 감독이 던진 질문 [인터뷰]
2018. 05.27(일) 11:28
버닝 이창동 감독
버닝 이창동 감독
[티브이데일리 장수정 기자] 이창동은 인간과 삶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감독이다.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내놓은 신작인 '버닝' 역시 거대한 수수께끼와도 같은 현실을 담아내며, 청춘과 세상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이렇듯 많은 의문들을 영화에 담아내고도 미스터리가 깊어져만 간다는 이창동 감독의 질문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었다.

'버닝'은 작가 지망생이자 유통 회사 아르바이트생 종수(유아인)가 우연히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그에게서 미스터리한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받으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영화 '초록 물고기' '박하사탕' '밀양' '시' 등에서 인간 또는 역사, 예술에 대한 시각을 담아낸 이창동 감독이 이번에는 청춘들이 경험하고 있는 현실로 눈을 돌렸다. 8년의 공백기 동안 그가 느낀 현시대에 대한 시각이 오롯이 담긴 '버닝'이다.

이창동 감독은 이번 작품에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은 것에 대해 "젊은 세대는 지금 힘들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세대다. 문제 해결 역시 혼자서는 어떻게 해볼 수가 없다. 그렇다고 모두가 힘을 합한다고 해서 될 것 같지도 않다. 청춘들에게는 세상이 그렇게 수수께끼처럼 보일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게 요즘의 문제인 것 같다. 한때는 '분노하라'라는 감정이 세계를 휩쓸기도 했다. 그때는 청년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분노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었고, 그럼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분노를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영화도 분노에 관한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분노의 뿌리가 뭔지 모르는 게 미스터리라면 미스터리다"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버닝'은 종수와 벤, 해미를 둘러싼 서사를 명확하게 보여주기보단, 그들이 느끼는 감정의 순간에 집중한다. '버닝'은 종수가 우연히 만난 동네 친구 해미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아프리카로 떠난 해미가 부유한 벤과 어울리자 묘한 질투를 느낀다는 기본 서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영화는 그들의 삼각관계를 다루기보단 각자의 감정이 어떤지, 또 세 사람이 어떤 관계인지 규정하지 않는다. 또 해미가 사라진 뒤 그를 찾아 헤매는 종수를 꾸준히 포착하면서도 그가 어떤 이유에서 사라졌는지 보여주지 않는다. 이렇듯 '버닝'은 내러티브가 뚜렷하지 않고, 인물들의 배경과 행동 이유 역시 설명되지 않기 때문에 모호하고 어려운 느낌을 주기도 한다.

때문에 '버닝'을 둘러싼 해석이 다양하게 쏟아지고 있으며, 영화에 담긴 은유를 추측하는 담론 역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창동 감독은 이 같은 반응에 대해 "그게 이 영화가 가진 구조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다. 해석의 여지를 남겨둔 작품이기 때문에 당연한 거라고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창동 감독은 '버닝'의 핵심을 미스터리라고 꼽으며 "영화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전해지는지 다양한 해석들이 오가는데, 그게 이 영화를 만든 이유기도 하다. 그렇기에 해석의 다양함 역시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영화가 청년의 분노를 담는다. 하지만 청년의 분노를 명확한 답이 있는 영화처럼, 해결할 수 있는 것인지를 묻고 싶기도 했다"고 모호함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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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감독은 은유나 상징에 대해서는 해석의 여지를 열어둔 대신, 그들이 몸담고 있는 세계만큼은 지극히 현실적으로 담아내 공감을 유도하기도 했다. 이에 이창동 감독은 종수가 살게 된 파주라는 공간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도시가 아닌, 그렇다고 완전한 농촌도 아닌 변두리 도시 파주에 대해 "그곳은 아버지의 공간이고, 종수는 아버지가 물려준 세대에 묶인 인물이다. 그러니 파주 고향 집은 종수가 어릴 때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자신의 현실, 자신의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곳은 항상 대남 방송이 들리는 혼란스러운 공간이다. 청년들이 도시에만 살면 모르지만, 대남 방송이 혼재된 그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또 종수가 자기 책임이 아닌데도 이어받아 살아야 하는 현실적 공간"이라고 덧붙였다. 전 세대에 물려받은 현실에서 자신의 책임도 아닌 무게를 지고 혼란을 겪는 청춘들의 상황을 은유적으로 드러냈던 것.

하지만 이창동 감독은 이번 영화가 청년의 분노를 다룬 영화에만 국한되는 것에는 우려를 표했다. 청년들이 주인공이고, 그들의 이야기를 담고는 있지만 그것 역시 이 영화의 일부분에 불과하며, 넓은 의미의 세상이 담겨있다는 것. 이에 대해 그는 "청년의 분노는 이야기의 출발"이라며 "하지만 분노의 대상은 훨씬 멀리 있고, 막연하다. 그렇기에 영화가 다루는 것이 청년의 분노라는 것도 하나의 해석"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독자들이 자기 나름의 해석을 하고, 서사를 만들어가는 건 당연하다. 그게 영화의 구조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기만의 서사가 옳은 것만은 아니고 다른 사람의 서사에도 귀를 기울이고, 되새겨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는 당부를 덧붙이기도 했다.

이창동 감독의 이 같은 당부는 그가 영화를 만드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흔히 이창동 감독이 동시대 현실을 실감 나게 담아내고, 또 부조리한 현실을 지적한다는 이유 탓에 메시지가 명확한 영화라는 오해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창동 감독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 "나는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를 만들지는 않았다. 또 메시지를 전하겠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방식으로 영화를 만드는 걸 좋아하지는 않는다. 나는 그냥 질문할 뿐이다.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것은 관객의 몫"이라고 자신이 영화를 만드는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

가장 뚜렷하고 명확하며 또 간단한 메시지가 담기는 영화는 할리우드식 오락 영화라고 설명한 이창동 감독은 "영화에 메시지가 담긴다고 해서 그 메시지가 보는 이들의 삶에 영향을 주는지는 모르겠다"고 입을 연 그는 "그래서 항상 질문하는 영화를 만든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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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처럼 이창동 감독은 그저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답을 주지는 않기 때문에 기승전결의 명확한 서사를 많이 접한 관객들에게는 그의 영화가 다소 난해하고 불편할 수 있다. 이창동 감독 역시 그의 영화를 보고 느끼는 불편함에 대해 동의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불편할 수는 있지만 그 질문은 온전히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감동이든 공감이든 반응을 할 수 있는 것 같다"며 다양성을 강조했다.

더불어 이창동 감동은 '버닝'에 대해서도 "세상, 또는 세상의 미스터리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서사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도 담았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서사, 또는 이야기가 얼마나 진실에 가까운지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나아가 우리가 눈으로 보고 인식하는 것이 진짜 있는 것인지 묻고 싶었다. 이 세상이 잘못된 것 같은데 뭐가 문제인지 알 수 없는 미스터리도 있다. 또 영화라는 매체가 무엇인지, 매체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몇 가지 질문이 혼재돼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렇듯 난해하고 복잡한 작품에 대해 "어려울 수 있지만, 그럼에도 어떤 질문은 누군가의 가슴에 남는다. 때문에 의미가 없는 작품은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듯 많은 질문을 던지고도 이창동 감독은 미스터리가 깊어지기만 했다고 했다. 동시에 어떤 이야기를 관객들이 원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더욱 깊어졌다고도 말했다. 이창동 감독은 물론, 관객들 역시 영화를 보고, 영화관을 나온 뒤에도 끝없는 질문을 이어가고 있다. 이렇듯 단순하고 명쾌한 재미보다는 길게 남을 여운과 사유를 선택한 이창동 감독이 다음에는 또 어떤 질문거리를 안고 올 지 궁금증을 모은다.

[티브이데일리 장수정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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