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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만기' 소재 컨트롤 실패가 낳은 막장 전개 [종영기획]
2018. 05.30(수) 10:00
우리가 만난 기적
우리가 만난 기적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육체 임대'라는 소재를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한 패착이 결국 막장 전개로 이어졌다. '우리가 만난 기적'이다.

29일 밤 KBS2 월화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극본 백미경·연출 이형민)이 18회 방송을 끝으로 종영됐다.

'우리가 만난 기적'은 대한민국의 평범한 한 가장이 이름과 나이만 같을 뿐 정반대의 삶을 살아온 남자의 인생을 대신 살게 되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주변을 따뜻하게 변화시키는 과정을 담은 판타지 휴먼 멜로드라마다. 드라마 '힘쎈 여자 도봉순' '품위 있는 그녀' 등으로 필력을 인정받은 백미경 작가와 '미안하다 사랑한다' '욱씨남정기' 등을 연출한 이형민 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우리가 만난 기적'은 김명민 라미란 김현주 등 국내 대표 연기파 배우들의 출연으로도 화제가 됐다.

'육체 이탈'이라는 소재를 차용한 '우리가 만난 기적'은 전혀 다른 성향을 지닌 송현철 A(김명민)의 몸에 송현철 B(고창석)의 영혼이 이체되면서 생기는 이야기가 주요 스토리 라인이었다. 여타 작품에서 많이 다룬 소재이기에 방송 전 많은 우려를 받기도 했지만, '우리가 만난 기적'은 송현철 A와 송현철 B의 극명하게 대비되는 캐릭터성과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으로 이 같은 지적들을 덮어갔다.

빠른 전개와 대비되는 캐릭터 구조, 연기력의 삼위일체로 작품성을 확보한 '우리가 만난 기적'은 방송 3회 만에 시청률 10%를 돌파, 지상파 월화극 시청률 1위에 올라서며 무서운 저력을 과시했다.

그렇게 웰메이드로 거듭나는 듯했던 '우리가 만난 기적'은 뜻밖의 암초에 부딪혔다. 방송 초반 지워나갔던 '육체 임대'라는 소재에 대한 불안감이, 극 중후반부에 이르자 다시 불거진 것.

송현철A의 육체와 송현철B의 정신이 섞인 송현철이 겪는 자아정체성의 혼란은 초반만 해도 가혹한 운명에 처한 인물에 대한 동정과 연민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깊은 몰입도를 선사했다. 그러나 이 정체성 혼란이 주변 인물에게로까지 번지면서 소위 '고구마 전개'가 펼쳐졌다. 육체에 남아있던 송현철A의 기억이 송현철B에게 흡수되면서 송현철B가 아내인 조연화(라미란)와 송현철 A의 아내 선혜진(김현주) 사이에서 갈등하기 시작한 것. 송현철이라는 인물을 통해 인간의 자아정체성에 대한 심오한 고찰을 그려갔던 극은 이 같은 전개로 인해 '두 여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남자'라는 단순 삼각 멜로로 변질됐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캐릭터성 붕괴였다. 아내와 딸에게 헌신적인 가장이었던 송현철B에게 선혜진과의 멜로가 부여되면서, 제2의 사랑을 위해 가족을 버리는 비정한 캐릭터로 전락했다. 일례로 선혜진이 아프다는 이야기에 송현철은 가지 말라는 조연화의 애원을 뿌리치고 선혜진에게로 향했고, 이 장면은 많은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다. 그 뒤에도 계속해서 조연화와 선혜진 사이에서 갈등하는 송현철의 우유부단함은 시청자들의 피로도만 높일 뿐이었다.

또한 송현철 B를 두고 조연화와 선혜진이 벌이는 기싸움이 몇 회를 걸쳐 전개됐다. 서로 송현철이 자신의 남편이라고 주장하는 모습은 그들의 사연에 공감하기보단 지루함이 반복된 것. 특히 송현철 B가 점차 선혜진에 대한 마음을 키워가면서 결국 조연화를 등지는 설정은 불륜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송현철 A의 육신으로 살아가기는 하나, 그 안에 깃든 영혼은 송현철 B이기 때문. 더욱이 조연화가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무리수 전개가 이어지면서, 불륜 설정은 더욱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무리수 설정은 송현철과 선혜진의 사랑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기 위해 장애물을 치운다는 뉘앙스를 풍겼고, 그만큼 개연성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송현철과 선혜진, 조연화 등 육체 임대로 인해 꼬일 대로 꼬인 인물들의 운명을 '시간 역행'이라는 단순한 판타지적 장치로 쉽게 해소하는 듯한 결말 역시 아쉬움을 자아냈다. 송현철 A와 B가 시간을 역행해 육신이 바뀌기 전으로 돌아간다는 설정은 그야말로 마무리를 위해 급히 끌어다 쓴 설정이라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했다.

이처럼 '우리가 만난 기적'은 '육체 임대'라는 소재를 적절히 컨트롤하며 이야기를 풀어갈 필력의 부재를 여실히 드러냈다. 결국 육신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아내와 부모, 자식을 버리고 다른 여자와의 두 번째 사랑을 찾아나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로 전락했다. 물론 고구마 전개에도 작품은 꾸준히 1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지상파 월화극 왕좌를 지키기는 했으나, '웰메이드'였다고는 말하기에는 스스로도 민망하지 않을까.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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