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페이지 설정 북마크
홈페이지 로그인 회원가입 기사제보
페이스북 트위터 youtube
[TV공감] ‘우리가 만난 기적’이 말하는 몸과 영혼의 철학
2018. 05.31(목) 19:15
우리가 만난 기적
우리가 만난 기적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몸의 주인이 영혼인가, 영혼의 주인이 몸인가. KBS 2TV 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연출 이형민·조웅, 극본 백미경)은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어느 날 사고로 몸을 잃은 영혼이 된 주인공이, 영혼을 잃은 다른 몸에 들어가 그 사람이 되어 살아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진 생각인, 영혼이 몸의 주인이라는 것을 하나의 편견으로 만든 멋진 작품이다.

이름도 같고 태어난 날도 같다. 송현철A(김명민)과 송현철B(고창석)은 전혀 다른 외모, 다른 성격,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전혀 다른 두 사람이지만, 운명의 장난 혹은 신의 실수로 서로의 자리가 뒤바뀌는 비극을 맞이한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아내를 아내라 딸을 딸이라 부르지 못하고, 송현철A의 몸 안에 들어 있다는 이유로 생천 처음 보는 사람들을 가족으로 여겨야 한다. 이 얼마나 어이없고 아이러니한 상황인가.

사실 여기까지는 기존의 영혼이 바뀌는 이야기들과 동일하다. 하지만 ‘우리가 만난 기적’의 독특한 매력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송현철B의 영혼이 송현철A의 몸에서 원래의 상태를 유지하며 몸과 다른 영혼으로 존재하지 않고, 송현철A의 몸이 가진 기억에 전복되거나 혹은 융합되어 서서히 원래의 상태를 잃어버린다는 데 있다. 연화(라미란)만을 영원히 사랑하겠다던 송현철B가 언제부터인가 송현철A의 아내인 혜진(김현주)을 보며 사랑을 느끼게 되는 것이 단적인 예다.

몸과 영혼은 선이 그어지듯 구분되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존재한다는 것. 즉, 영혼이 몸의 주인이냐 몸이 영혼의 주인이냐 따질 게 없다는 소리다. 몸과 영혼은 ‘사람’이라는 존재에 동등한 지분을 가지고 함께 하며, 때로는 몸이 영혼을, 또 때로는 영혼이 몸을 주관하여 삶을 차곡차곡 쌓아간다. 아무리 다른 영혼이 몸에 들어온다더라도, 몸에 맺힌 기억이 있고 몸과 영혼이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를 취하기 때문에, 원래의 모습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다.

‘우리가 만난 기적’에서 송현철B의 영혼을 담은 송현철A의 몸이 원래의 기억을 자각하는 장면이 있다. 눈빛이 달라지고 일하는 속도가 빨라져(송현철B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드디어 영혼이 제 자리를 찾아 들어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였다. 하지만 영혼은 바뀐 그 상태 그대로였고 단지 몸이 기억을 재생함으로 인해 그의 업무실력이나 습관 등이 되살아난 것뿐이었다.

마지막회는 단연 이 기발한 몸과 영혼의 철학에 종지부를 찍을 만한 것이었다. 송현철B는 연화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자 죄책감에 몸부림치다, 신(神) 아토(엑소 카이)에게 시간을 영혼이 바뀌기 이전으로 되돌려 달라고 부탁한다. 현재의 자신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건을 걸고. 송현철A의 몸에 송현철B의 영혼이 들어간다면 송현철A냐, B냐가 아니라 이전과 다른, 송현철C라는 것이다. 새로운 존재라는 것이다. 시간이 되돌려졌을 때 이는 더 확실해진다. 죽기 이전으로 돌아간 송현철B는 그대로였지만, 송현철C의 기억을 가지고 되돌아간 송현철A는 이전의 송현철A가 아니었으니까.

살짝 두통을 불러올 법한, ‘우리가 만난 기적’이 말하는 몸과 영혼의 철학은, 현 사회에서 상당히 긴요한 맥락이다. 몸은 몸, 영혼은 영혼이라는 이분법적이고 편파적인 대결양상으로 가득한 우리 사회에, 몸과 영혼은 하나라는, 서로가 서로의 존재이유가 되고 존재가치가 된다는 통합적 관점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확장하면 우리 사회가 결국 추구해야 할 바는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고 서로의 영향력을 받아야 사는 유기적 공동체라는 것. 돌이켜 보면 볼수록 참 좋은 드라마였다. 성공적인 종영을 축하하며 작가의 차기작을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SBS]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신상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키워드 : 우리가 만난 기적
싸이월드공감
koreastardaily kantamedaily kakao qq sina news.yahoo news.msn tw.news.yahoo.com thegioidienanh vientianetimes 구글 mk hihoku KT KBS 네이트온 싸이월드 네이트 다음 tvcast 네이버